떠오르는 ‘희귀의약품’… 144조원 시장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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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미약품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개발한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희귀의약품’(Orphan drug)으로 지정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희귀의약품으로 인정되면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시장에 진출할 수 있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해 FDA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국내 신약물질은 16건이다. 2015년 2건, 2016년 3건, 2017년 9건에 비해 크게 증가한 양상이다. 기존에 바이오벤처가 개발을 주도하던 상황에서 최근 한미약품, 보령제약 등 전통제약사의 항암물질도 성과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바이오벤처→제약 R&D 확대

한미약품이 개발한 경구용 항암신약 ‘오락솔’은 유럽에서 연조직육종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으로 지난달 31일 지정됐다. 오락솔은 지난해 4월 FDA로부터 혈관육종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데 이어 두번째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올해 초 오락솔 임상연구 초기결과에서 치료가 어려운 혈관육종 환자들을 대상으로 신속한 반응이 나타나는 등 고무적 결과를 확인했다”며 “이 임상을 유럽에서도 빠른 시일 내에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바이젠셀도 면역항암제 ‘VT-EBV-N’가 식품의약품안전처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바이젠셀은 보령제약이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바이오 벤처다.

이번 개발단계 희귀의약품 지정으로 바이젠셀은 현재 진행 중인 VT-EBV-N의 임상 2상이 끝나는 대로 시판에 대한 신속 허가신청을 할 수 있게 됐다.

바이젠셀 관계자는 “VT-EBV-N은 혈액암 재발 고위험군 환자의 완전 치유를 목적으로 미세잔존암을 제거하기 위한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다음 파이프라인으로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VT-Tri-A’를 준비 중이며 연내 식약처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고 상업화 임상에 진입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정부 파격 혜택에 ‘재조명’

희귀의약품은 낮은 유병률로 인해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아 어떤 기업도 관심을 두지 않는 치료제를 뜻한다. 그런데 최근 제약·바이오기업이 희귀의약품 개발에 관심을 쏟는 이유가 뭘까.

제약업계 관계자는 “희귀의약품은 연구개발(R&D)이 어렵고 환자수가 적어 ‘찬밥’ 신세였으나 미국·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희귀난치질환을 공공보건정책의 우선순위로 삼으며 지원을 아끼지 않자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고 설명했다.

FDA는 희귀의약품에 세금 감면이나 허가 신청비용 면제, 동일 계열 제품 중 처음으로 시판허가 승인 시 7년간 독점권 부여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유럽연합(EU)은 안전성, 유효성에 관한 데이터가 충분치 않더라도 시판 허가해 사용할 있도록 하는 ‘긴급허가제도’를 운영한다.

희귀의약품이 글로벌 보건당국의 지원으로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글로벌 희귀의약품시장은 전체 제약산업의 성장률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성장 중이다. 의약품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 파마에 따르면 2017년 희귀의약품시장 규모는 1250억달러로 연평균 11.3%씩 성장해 2024년 2620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FDA는 아직 시판되지 않은 임상단계 후보물질 위주로 희귀의약품을 지정하고 있는데 한국기업은 여기에 해당하는 후보물질이 많아 미국 진출이 가시화될 전망”이라며 “대부분의 희귀질환은 심한 신체손상을 가져오지만 대체 품목이 없어 R&D에 성공할 경우 큰 폭의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희귀약 10개, 전체 매출 4분의1

보건산업진흥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럽에서 허가된 희귀질환치료제 40%는 대체치료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잘 키운 ‘희귀의약품’ 하나가 열 ‘신약후보물질’ 안 부러울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상위 희귀질환치료제 10개가 2024년 전체 시장 매출의 4분의1을 차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올 정도다.

GC녹십자, 종근당, 한미약품 전통제약사뿐만 아니라 이수앱지스, 한국팜비오, 코아스템 등 바이오벤처도 R&D에 집중하고 있다. 주요 치료 적응증은 항암치료제, 유전질환치료제, 감염치료제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내 제약사 중심으로 성과가 보이고 있으나 ‘허들’은 높은 상황이다. 국내 신약물질의 희귀의약품 지정이 늘고 있긴 하지만 아직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지정받는 사례가 많다고는 볼 수 없어서다. 식약처,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등에 따르면 올 1월까지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거나 지정을 앞두고 있는 국내 치료제는 93개, 106개 임상 프로젝트로 확인됐다. 반면 올 4월까지 미국에서 희귀의약품을 지정받은 국내 치료제는 36개, 유럽은 9개에 불과하다.

희귀의약품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희귀의약품을 연구하는 국내 기업들이 국내외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력이 약한 바이오벤처들도 국내 희귀의약품 연구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임상시험 비용 중심의 R&D 지원, 세액공제 제도 추진 등이 필수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 희귀의약품은 수입의존 비중이 큰 실정이라 샤이어, 사노피, 젠자임 등 희귀질환 글로벌 전문기업들이 국내 시장 확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희귀의약품시장을 선도하려면 전문적으로 연구하거나 기술도입·공동투자 형태로 바이오벤처와 협업해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 추가 적응증 확장을 통해 시장을 넓히는 것도 중요 전략 중 하나”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8호(2019년 11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한아름 arhan@mt.co.kr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기자. 제약·바이오·병원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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