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손해사정제, '차보험 수리비 갈등' 교통정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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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려야 뗄 수 없는 자동차 정비업계와 손해보험사 사이에는 풀 수 없는 난제가 한가지 존재한다. 바로 자동차수리비 청구문제다. 정비업체는 제대로 된 수리비용을 보험사로부터 받지 못한다고 수년째 반발하며 손보사들은 정비소의 ‘과다 수리’가 근절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측은 수십년째 끝없는 갈등을 되풀이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꼬일 대로 꼬인 수리비 청구문제의 매듭이 풀릴 낌새가 보인다. 정부가 서울지역을 대상으로 ‘선(先)손해사정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해서다. 이를 두고 정비업계와 보험업계는 “양측의 갈등을 풀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면서도 “두고 봐야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선손해사정제, 왜 도입됐나

지난달 17일 중소벤처기업부는 국토교통부, 서울특별시, 더불어민주당, 4개 손보사, 전국 시·도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 소비자연대와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자동차 보험정비 분야의 건전한 발전과 소비자권익 증진을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체결된 상생협약의 핵심골자는 ‘선손해사정제도’ 도입이다. 그동안 정비업체는 차량 수리를 마친 뒤 수리비 내역을 보험사에 보내고 손해사정을 받았다. 이후 보험사가 수리비 적정 여부를 따진 다음 정비업체에 비용을 지급하는 식이다. 새로 도입할 선손해사정제는 이 순서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보험사가 먼저 차량정비에 대해 손해사정하고 정비업체가 후에 수리를 진행한다.

중기부 측은 “선손해사정제도가 도입되면 보험사와 정비업체 간 사전 협의가 가능해져 정비 요금에 대한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며 “서울지역에서 선손해사정제를 희망하는 정비업체를 선정한 후 연말쯤 시범운행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선손해사정제도는 서울과 대구에서 1년간 시범운영된다. 전국적인 확대 시기와 방법 등은 이번 협약에 의해 구성되는 ‘상생협의회’에서 시범운영 성과를 고려해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러한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수년간 지속된 양측의 갈등 때문이다. 그동안 정비업체들은 보험사가 임의로 수리비용을 삭감해 지급한다는 불만이 많았다. 보험사가 구체적 내역이나 사유 설명 없이 청구한 금액보다 수리비용을 삭감해 지급하거나 지급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정비업체가 보험사에 100만원의 수리비용을 청구했지만 90만원만 입금이 된다. 하지만 정비업체는 어떤 수리항목에서 10만원이 삭감됐는지 알 방법이 없다. 현행 자동차 손해배상법상 보험 고객은 손해사정 내역서를 발급받을 수 있지만 정비업체는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보험사에 청구한 수리비가 하도 깎여서 오다보니 고객에게 손해사정 내역서를 보여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손해사정사가 구두로 삭감이유를 설명하지만 대부분 말이 되지 않는 변명만 둘러댄다. 청구비용에 절반을 주거나 한 푼도 안줄 때도 있다. 그들이 갑의 위치에 있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보험사도 할 말이 많다. 보험사들 역시 정비업체가 허위로 수리를 진행해 과다한 수리비용을 청구하는 사례가 많아 정비 손해율이 높아졌다는 주장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에 가담했다가 적발된 자동차 정비업체 종사자는 2016년 907명에서 지난해 1116명으로 증가했다. 고객과 짜고 보험금을 과대청구하는 정비업체 직원이 많다보니 손해사정 기준이 더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교통사고 중 단순 범퍼 파손, 스크래치 등 가벼운 접촉사고 비중이 23%에 달하지만 수리비를 보험사가 부담하는 특성상 고객과 정비업체가 입만 맞추면 과다 수리가 쉽게 진행되는 점도 문제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정비공장의 수리비 청구에 대해 과잉·편승 수리 및 착오 청구 여부 등을 심사해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손해사정사별로 수리비 책정 기준이 다를 수는 있지만 큰 차이는 없다. 대게 특정 부위 수리에 정비업체들이 과다수리를 할 때가 많아 수리비 삭감비중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성원 '윤리의식' 개선이 우선

정부가 시범도입하는 선손해사정제는 양측이 제기하는 문제를 일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조다. 손보사가 먼저 차량정비에 대한 손해사정을 실시하고 수리비 견적을 낸 후 정비소가 수리에 나선다. 이렇게 되면 정비업체 입장에서는 보험사가 손해사정한 만큼만 수리를 진행하게 돼 수리비용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보험사도 우선 손해사정한 수리비용을 제시하게 돼 정비업체의 과다수리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전국자동차검사정비연합회와 손해보험협회 측도 이 제도가 정비업계와 손보사 간 문제 해결의 시작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선손해사정제가 현재의 양측 갈등을 해결할 방법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수십년간 국회에서 관련 개정법을 발의했지만 현장관계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법안 통과가 어려웠다”며 “업계도 수리견적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였지만 갈등을 못 풀었다. 그만큼 복잡한 것이 정비업계 수리비용문제다. 전국 정비업체 중 현재의 후 손해사정제를 선호하는 업체도 있을 것이다. 선손해사정제가 전국적으로 안착할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정비업체 종사자, 보험소비자, 손해사정사들의 비윤리의식이 선량한 피해자를 낳고 있다”며 “관계 구성원의 윤리의식이 강화되지 않으면 어떤 제도로도 이 문제를 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8호(2019년 11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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