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7억짜리 아킬레스건… 신세계 ‘까사미아’ 빨간불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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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시장이 위기다. 그간 누적된 내수 경기침체와 브랜드 경쟁심화 등으로 상반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 한샘과 리바트, 퍼시스, 까사미아 등 대형 가구업체는 물론 동서, 삼익 등 토종 브랜드들은 저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모양새. 홈퍼니싱 트렌드를 타고 잘 나가던 가구업계는 한계에 직면한걸까. <머니S>가 흔들리는 가구시장을 긴급 진단했다. 위기의 근본원인과 실태를 점검하고 생존전략이 뭔지 짚어봤다.<편집자주>

[가구업계 '지각변동'-③] 신세계 가족이 된 '공방'


#. 1982년. 서울 압구정동 H아파트 상가 건물에 인테리어 소품업체가 문을 열었다. 당시 강남 아파트 건설 붐으로 집 꾸미기 열풍이 불던 시절. 밀려드는 주문에 성장을 거듭하던 이 작은 공방은 1992년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부부가 경영에 함께 나섰다. 가정용 가구는 물론 패브릭,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고객층을 모았다. 매년 10% 안팎의 성장률. 20년이 넘도록 내실 있는 성장을 거듭해 온 까사미아의 탄생스토리다. 

#. 국내 가구업계 6위로 몸집을 키운 까사미아는 지난해 1월 돌연 신세계 가족이 됐다. 베팅가는 1837억원. 수년간 1000억원대 초반 매출에 머물던 까사미아 인수가를 두고 ‘오버 페이’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업계는 그럼에도 대기업인 ‘신세계 후광’이 더 클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까사미아는 신세계 품에 안긴 뒤 적자로 돌아섰고 라돈 침구 논란에 휩싸이면서 기업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신세계가 품은 1837억원짜리 아킬레스건. 까사미아의 현주소다.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까사미아 매장/사진=뉴시스DB
까사미아는 누가 뭐래도 ‘트렌디한 디자인’의 강자였다.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인테리어사업을 독식하다시피하면서 2000년 초부터 덩치를 급격히 불렸다. 1999년 226억원이던 매출액은 2002년 526억원으로 늘었고 매년 앞자리를 바꿔 달았다. 2011년엔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케아를 필두로 가구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지난 10년간 10~13%의 꾸준한 영업이익률을 이어오던 까사미아는 지난해 신세계 품에 안긴 뒤 영업손실 1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523억원, 영업손실 45억원으로 손실 폭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케아 등장으로 가구시장이 재편되면서 까사미아만의 경쟁력이 사라졌다”며 “디자인, 가격, 품질 어떤 면으로 봐도 고객이 꼭 까사미아 제품을 사야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100% OEM 생산… 품질 리스크 

가구 브랜드의 경쟁력은 가격과 품질의 영향이 가장 크다. 까사미아는 시초였던 인테리어 업태를 지금도 이어가고 있지만 자체 생산시설 없이 모든 제품을 외부 생산업체로부터 조달한다. 국내 40개 해외 30개 총 70개 정도의 외부 공장에서 까사미아 상품이 100% 제작된다. 한샘과 리바트가 각각 7:3, 6:4 정도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비중과 자체 제조 비중을 가진 것과 대조적인 모습. 

자체 생산시설을 통한 제조 비중을 갖추지 못하면 다른 브랜드에 비해 원가 경쟁력이 낮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더불어 ‘품질 리스크’가 뒤따를 가능성도 높다. 지난해 까사미아의 온라인 브랜드 ‘까사온’의 침구세트에서 초과 검출된 라돈 역시 2011년 OEM 방식으로 제조된 세트상품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OEM 구조를 계속 가지고 가는 한 이런 문제가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가격이나 품질 측면에서 까사미아가 경쟁 브랜드에 뒤쳐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규모상 자체 제조공장을 갖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가구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자체 제조공장을 가지고 있는 게 가구브랜드로써 가장 좋은 모델이지만 아직 매출 1000억원대에 머무는 까사미아가 1000억원에 이르는 공장 투자에 나서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케아 등장으로 트렌디함 ‘홀쭉’

까사미아가 OEM 방식을 쓰는 대신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것은 디자인이다. 까사미아 관계자도 “OEM 방식은 상품기획과 디자인에 집중해 소비자 니즈에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까사미아는 신세계에 인수되기 전 매년 매출액의 3%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해왔다. ▲고유 디자인 ▲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 이 두가지 연결고리가 까사미아의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한 배경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5년전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중무장한 이케아의 등장은 까사미아에 직격탄이 됐다. 이케아가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국내 홈퍼니싱 시장은 새 변화기를 맞았다. 가구 브랜드 업체들도 잇따라 간편하게 집을 꾸밀 수 있는 인테리어 용품과 트렌디한 디자인의 가구를 내놓으며 경쟁 대열에 속속 합류했다. 이는 곧 디자인이 강점이던 까사미아의 정체성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업체들이 너도나도 트렌디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대 제품을 선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면서 “고객이 까사미아 제품을 선택할 확률 역시 그만큼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와 시너지? 프리미엄 전략 ‘글쎄’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까사미아는 ‘프리미엄’ 전략을 내놨다. 하지만 얼마만큼 효과를 거둘 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까사미아는 현재 93개 직영점과 대리점, 숍인숍 유통망을 가지고 있으며 서울 수도권 지역을 비롯한 전국 주요 지역에 다수의 신규 매장을 개점 중이다. 최근 집중하는 것은 신세계 그룹 유통망을 활용한 백화점 입점. 지난 9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이어 지난달 10년 만의 대대적인 리뉴얼을 마친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에 입점했다.

까사미아 관계자는 “(매출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업그레이드된 디자인과 품질의 상품들을 대거 선보이는 한편 유통 전략을 강화해 프리미엄브랜드로의 도약을 꾀할 예정”이라며 “지난 3월 론칭한 프리미엄 가구 컬렉션의 유통망을 점차 확대해 프리미엄 리빙시장에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더 이상 가구브랜드에게 백화점이라는 유통채널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실제 한샘과 리바트, 퍼시스 등은 2000년대 중반을 전후로 백화점에서 매장을 빼고 대형 플래그쉽 위주로 매장을 재편하고 있다.

대형 가구업체 관계자는 “한정된 공간에 제품을 전시하고 고객 동선을 짜야하는 백화점 특성상 부피가 큰 대형 제품 위주인 가구를 전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프리미엄 이미지는 가져갈 수 있겠지만 백화점은 매장 면적대비 매출(평요율)도 낮아 비용대비 효과가 적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8호(2019년 11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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