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증권사”… 예금보다 못한 DC형 수익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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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 사진=머니S DB.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확정기여(DC)형 상품을 운용하면서 ‘금융투자회사’라는 위상에 걸맞지 못한 실적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대다수는 최근 1년 수익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해 은행 적금보다도 못한 수준이었다.

DC형은 가입자가 직접 투자방향을 정하는 상품으로 제로금리 시대가 오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은퇴자산을 조금이라도 불려보겠다고 증권사를 택한 투자자는 은행이나 보험사만도 못한 수익률에 허탈감만 남은 상황이다

◆체면 구긴 증권사… 신한금투 ‘최저’

퇴직
연금 DC형을 운용하는 증권사는 13곳으로 이 중 적립액이 1000억원 이상인 곳은 8곳이다.

8곳 중 최근 1년 수익률(9월 말 기준)이 1%를 넘는 곳은 고작 3곳에 불과했다. 미래에셋대우가 1.99%로 선방한 정도로 현대차증권(1.67%)과 대신증권(1.07%)이 간신히 체면치레했다.

이에 반해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빅5’로 분류되는 KB증권(0.91%), NH투자증권(0.82%), 삼성증권(0.80%), 한국투자증권(0.78%)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신한금융투자는 고작 0.62%로 제로에 가까운 수익률을 내는 데 그쳐 체면을 구겼다.

DC형 운용규모가 가장 큰 은행의 경우 12곳 모두 1%를 넘었다. 가장 수익률이 우수한 신한은행과 제주은행은 각각 1.80%를 기록했고 가장 낮은 농협은행도 1.45% 수준이어서 편차가 크지 않았다.

보험업종은 상대적으로 운용성과가 우수했다. 생명보험사들은 IBK연금보험(2.38%), 미래에셋생명(2.29%), 흥국생명(2.11%)이 2%대의 수익률을 냈고 삼성생명(1.74%), 한화생명(1.71%), 교보생명(1.37%) 등도 1% 이상을 기록했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롯데손보(2.06%) 2%대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현대해상(1.95%), DB손보(1.94%), KB손보(1.91%), 삼성화재(1.82%)도 1.8~1.9% 수준이었다.

퇴직연금은 크게 확정기여(DB)형과 DC형으로 구분된다. DB형은 금융사와 기업이 거래를 맺고 기업은 해당 직원들에게 약속된 이율을 제공하면 되며 DC형은 근로자가 직접 금융사와 거래를 통해 운용하는 방식으로 투자전략도 개인이 직접 세운다.

과거에는 안정적 수익률이 보장되는 DB형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 하지만 저금리의 장기화, 임금피크제 시행 등으로 노후자산 불리기가 어려워지면서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DC형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는 추세다.

◆업권 별로 다른 투자전략

DC형은 근로자가 직접 투자할 상품을 결정한다. 본인의 의지에 따라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높일 수도 있고 원금손실이 걱정된다면 적금 등 안전자산 투자를 늘리면 된다.

금융사마다 적금·펀드 등 투자상품 구성이 다르고 추천하는 상품에서도 차이가 발생한다. 개인이 직접 투자방향을 정한다고 하지만 펀드투자 등에 익숙하지 않을 경우 담당자를 통해 투자할 상품을 고르는 경우도 있어 금융사의 운용노하우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를테면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증권사들은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지만 은행과 보험사는 아직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ETF는 특정 주가지수나 특정 자산의 가격 움직임과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설계된 인덱스펀드로 이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주식처럼 거래하는 상품을 말한다. 최소 10개 종목 이상에 분산투자하는 상품이지만 종목과 연계된 상품인 만큼 ‘중위험 중수익’보다 위험자산 투자군에 속한다.

보험사의 경우 이율연동형 보험상품 투자가 가능하다. 이 상품은 일종의 저축성보험으로 금리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저축성보험은 10년 이상 투자할 경우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데 퇴직연금이 장기상품인 만큼 이런 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금융사에 따라 투자성향도 달라진다. 은행권의 경우 통상 80% 이상을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투자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DC형 관계자는 “은행을 찾는 고객 대부분이 안전자산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며 “고객이 투자상품을 고르는 과정에서 고민이 깊어질 경우 보통 1년 만기 적금을 추천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반해 증권의 경우 30~40%가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가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금융사인 만큼 증권사를 택하는 고객도 비슷한 성향을 추구하는 셈이다. 이 경우 증시 흐름이 좋다면 DC형 수익률도 호조를 보일 수 있지만 반대의 흐름이라면 수익률 역시 저조해질 여지가 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DC형 투자의 경우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높아 시장의 흐름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크게 발생하는 편”이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시부진이 이어지자 DC형의 최근 1년 수익률도 저조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험사, 변액 노하우가 DC형으로

보험사는 고객의 보험료를 운용해 수익을 내는 이자율차이익(이차익)이 핵심 수익원인데 이 과정에서 습득한 운용노하우가 DC형 수익률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은 원금 보장이 우선시 되고 장기투자 상품이라는 점에서 은행의 예대마진이나 증권의 단기투자와 다른 투자전략이 요구되는데 이는 보험상품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특히 변액보험은 보험과 펀드가 결합한 상품으로 원금을 지키는 동시에 수익률을 높이려는 고객이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경향이 더 크다.

이를테면 2%대 수익률을 낸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미래에셋생명퇴직플랜 MP자산배분 증권투자형’ 펀드가 DC형이 주력 상품인데 이 상품은 미래에셋생명 변액보험의 주력 상품인 ‘글로벌MVP펀드’와 비슷한 구성을 하고 있다. 국내외 분산투자를 통해 손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투자전문가가 시장상황에 맞게 투자비율을 알아서 조정해 줘 가입자의 부담을 덜었다.

금융사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퇴직연금도 안정적인 DB형보다 투자형인 DC형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DC형은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상품이지만 오히려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 금융사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각 금융업권별로 DC형을 구성하는 상품이나 투자 노하우에서 차이가 있다”며 “자산의 투자성향에 맞는 금융사나 투자상품을 골라 안정적으로 노후자산은 늘려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8호(2019년 11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장우진 jwj17@mt.co.kr

머니S 금융증권부 장우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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