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계 올드보이의 귀환… ‘온라인 저가’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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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시장이 위기다. 그간 누적된 내수 경기침체와 브랜드 경쟁심화 등으로 상반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 한샘과 리바트, 퍼시스, 까사미아 등 대형 가구업체는 물론 동서, 삼익 등 토종 브랜드들은 저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모양새. 홈퍼니싱 트렌드를 타고 잘 나가던 가구업계는 한계에 직면한걸까. <머니S>가 흔들리는 가구시장을 긴급 진단했다. 위기의 근본원인과 실태를 점검하고 생존전략이 뭔지 짚어봤다.<편집자주>

[가구업계 ‘지각변동-②] 동서·삼익… 돌아온 1세대



1997년 말 시작된 외환위기는 국내 경제 지도를 바꿔놓았다. 가구업계도 마찬가지다. 중소업체였던 한샘과 현대리바트(리바트)는 당시 체질개선을 통해 살아남았고 현재 가구업계 1, 2위로 우뚝 섰다. 보루네오, 동서가구, 바로크가구 등 기존 대형 가구업체는 외환위기와 함께 사라지거나 새 주인을 맞이했다. 

이후 명맥만 이어오던 1세대 가구 브랜드가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서와 삼익가구가 주인공이다. 이들 업체는 사업의 중심축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 기업들의 온라인 저가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왜 ‘온라인 저가’ 전략인가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가구시장은 매년 두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다. 가구분야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17년 2조6118억원에서 지난해 3조1334억원으로 약 20% 성장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 9월까지 누적 거래액이 2조454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실적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온라인 가구시장엔 함정이 있다. 이 시장에 나온 가구 대부분이 소위 ‘사제 가구’로 불리는 비브랜드 제품이란 점이다. 국내 가구시장은 중대형업체 중심의 브랜드시장과 소규모업체 중심의 비브랜드시장으로 분류된다. 브랜드와 비브랜드의 비중은 최대 2대8까지 차이가 난다. 

비브랜드 가구는 브랜드 가구에 비해 품질이 낮은 대신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경쟁력을 확보했다. 매장 규모가 작고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G마켓, 11번가 같은 오픈마켓에 적극 진출했다. 이를 통해 비브랜드 가구는 온라인 가구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반면 브랜드 가구는 오프라인 중심의 생산·영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가구는 한번 사면 오래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매장에서 직접 살펴보고 구매해야 한다는 인식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동서와 삼익가구는 이 간극에 주목했다. 브랜드 가구가 오프라인시장에, 비브랜드 가구가 온라인시장에 주력하는 빈틈을 파고들었다. 브랜드 가구를 온라인에서 저렴하게 판매하기 시작한 것. 온라인시장은 고정 운영비가 적은 데다 공간 제약 없이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이 고전하는 토종 브랜드에게는 매력적인 요소였다.

◆동서가구, 체질 바꿔 승승장구

동서가구는 1970~1990년대 당시 업계 1위였던 보루네오가구 창업자인 위상식 회장의 동생 위상균씨가 설립한 회사다. 당시 업계 톱3까지 올랐던 동서가구는 외환위기를 겪으며 유동성 위기로 부도를 냈다. 
사진=동서가구몰 홈페이지 캡처

동서가구가 체질 개선에 성공한 건 2013년 조이아이몰에 인수되면서다. 가구전문 쇼핑몰회사인 조이아이몰은 여러 브랜드 가구의 판매 대행을 맡고 있었고 동서가구도 그중 하나였다. 당시 조이아이몰은 동서가구를 통해 온라인시장 실험에 나섰다. 소셜커머스 티몬이 2012년 가구 관련 카테고리를 개설하자 동서가구를 입점시킨 것.

조이아이몰은 소셜커머스 고객의 특성에 맞게 1인가구를 겨냥한 상품을 티몬에 내놨다. 당시 이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이듬해 동서가구는 티몬에서만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사업 가능성을 확인한 조이아이몰은 동서가구 인수를 결정했다. 

동서가구의 온라인 저가 전략은 2014년 이케아가 국내에 진출하면서 보다 강화됐다. 중저가 조립식 가구를 판매하는 이케아에 대응해 가격대를 크게 낮춘 것. 당시 동서가구는 11번가의 제안으로 저가의 온라인 쇼핑몰 단독 모델을 출시했다. 이때 선보인 19만9000원짜리 침대(매트리스 포함)는 한달간 500개 이상 팔리며 1억원의 매출을 냈다.

이후 동서가구는 온라인 전용 상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이란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자사 몰을 통해 직접 판매에도 나섰다. 직영 소싱, 물류, 생산, 사후관리 등 기존 오프라인 매장 운영 노하우를 활용해 온라인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현재 동서가구의 온라인 매출은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매년 50%가 넘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동서가구 매출액이 2015년 130억원대에서 지난해 520억원대로 4배가량 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삼익몰 캡처

◆삼익가구, 온·오프라인 넘나들며 고공행진 

삼익가구 매출은 한때 연간 1000억원을 넘겼지만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60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이후 삼익가구는 기존 클래식 가구의 전통을 지키며 간간히 명목을 유지해왔다. 주요 고객층도 50~60대에 머물렀다. 

이후 2014년 이방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우 상무가 전면에 나서면서 삼익가구는 젊은 가구로 재탄생했다. 젊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브랜드 로고와 간판, 매장 인테리어 등 브랜드 아이덴티티(BI)와 가구 디자인을 대대적으로 변경했다. 이듬해부터 삼익가구는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온라인 저가 전략도 통했다. 삼익가구는 2015년 150여개이던 대리점을 120여개로 정리했다. 대신 온라인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했다. 온라인 ‘삼익몰’에서는 두달에 한번씩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연다. 

단순히 가격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았다. 삼익가구는 2017년 O2O(온·오프라인 연계) 프리미엄 브랜드인 ‘스튜디오삼익’을 론칭했다. 온라인 가구의 감각적인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은 유지하되 품질을 높인 가구를 선보이기 위해서다. 

스튜디오삼익은 생산 공장도 창고도 없다. 가구 생산과 보관, 유통 등을 협력업체에 위탁하면서 고정 비용을 대폭 줄였다. 줄어든 비용은 가격에 반영돼 가성비 높은 제품이 제작됐다. 그 결과 설립 1년 만인 지난해 200억원 매출을 달성했고 올해는 3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다만 동서와 삼익가구의 성장세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이들 업체와 동일하게 저가 전략을 취하는 이케아가 지난해부터 온라인시장을 공략하고 있어서다. 반면 한샘, 현대리바트 등 대형 가구업체와는 가격대가 상이해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동서와 삼익가구의 온라인 전용 상품은 저렴해서 주요 수요층인 젊은이들 사이에서 잘 팔린다”며 “대형업체도 온라인 전용 상품을 오프라인보다 싸게 내놓고 있지만 가격대 등 사업 방향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8호(2019년 11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경은 silver@mt.co.kr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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