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문턱 넘은 P2P금융… '중금리 시장' 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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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P2P금융(개인 간 금융)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면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출시장이 넓어졌다. 제도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렸던 차주 입장에서는 그보다 적은 이자를 내고 돈을 빌릴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제2금융권 역시 주목하고 있다. 기존 중금리대출을 담당하던 카드, 저축은행업계와 P2P업체들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이 필요한 사람이 P2P 금융업체에 대출을 요구하면 업체는 투자자를 통해 자금을 모아 빌려준다. 자금을 빌린 사람이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상환하면 이중 일부를 업체가 수수료로 갖고 나머지는 투자자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이다.

국내 P2P금융시장 규모는 도입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보인다. P2P금융시장 규모는 2016년 말 업체 수 125개, 누적대출액 6289억원에서 올해 6월 기준 각 220개, 6조2522억원으로 확대됐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일부 업체의 사기사건으로 선의의 피해자도 급증했다. 하지만 관련법 부재로 감독이나 검사 등 관리가 어려운 한계가 존재한다. 심지어 금융당국은 P2P 금융 관련 피해액과 건수, 피해자 수 등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던 실정이다.
/자료=한국P2P금융협회

지난달 31일 국회는 P2P금융법이라 불리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재석 229명 중 찬성 227명, 반대 0명, 기권 2명으로 가결 처리했다. 이 법안은 P2P업체 설립 요건을 강화하고 소비자 보호, 투자 요건 등 P2P금융에 적합한 규정을 확립하는 게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에서는 규제 속에 들어가 소비자를 보호하고 운영에 신뢰성을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한국P2P금융협회 이사를 맡고 있는 이해우 데일리펀딩 대표는 “금융혁신과 투자자 보호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라며 “법제화로 외부적인 투자자 보호 장치가 마련되는 만큼 상품 심사와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해 신뢰받는 P2P금융 선도 업체의 입지를 다지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역시 근거 법이 없던 것을 법적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되 투자 한도 등을 늘려 시장을 키워간다는 입장이다. 현재 대부분 P2P 업체가 대부업으로 등록돼 있는데 금융당국은 연내 시행령을 마련하고 내년 6월 업체 등록신청을 받겠다는 목표다.

◆중금리 대출 시장 ‘판’ 커지나

지난 3년간 10배 이상 성장한 P2P금융업계는 이번 법제화가 핀테크 기술 발전으로 이어져 더 많은 국민에게 최적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대출시장에 있는 카드, 저축은행 업계에는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P2P금융업체들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현재 연 10~14% 수준의 금리로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20% 가까운 금리를 받는 저축은행, 15% 이상의 카드론 등 보다 낮은 수치다.

먼저 중금리 대출에 소극적인 카드사 입장에서는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는 중금리 대출 차주(신용등급 4~7등급)의 부실률이 높아 리스크가 커 대출 확대를 꺼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신용카드사 카드대출 이용액은 52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1% 감소했다.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이용액이 증가한 반면 현금서비스 이용액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8개 카드사가 상반기 동안 공급한 카드론은 21조110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597억원(1.25%) 늘었다.

카드사는 레버리지 비율을 맞춰야 해 대출을 늘리기에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카드사는 총자산을 자본으로 나눈 값인 레버리지 비율을 6배로 유지해야 한다. 레버리지 비율이 높을수록 영구채 발행 등 자본을 늘리지 않는 이상 대출자산을 포함한 자산을 늘리기 힘들다. 상반기 기준 대부분 카드사는 레버리지 비율이 5배대에 머물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중금리대출은 신용상태가 좋지 않은 고객에게 기존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는 만큼 리스크가 커 수익성이 낮다”며 “아직까지는 P2P금융에 대한 영향을 논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제도권 진입했지만 신뢰는 “글쎄”

중금리대출을 늘려야하는 저축은행업계는 P2P금융으로 인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예대율(예금잔액에 대한 대출금 잔액 비율) 규제를 받은 저축은행은 고금리(20% 이상) 대출 비중이 높을수록 예대율 관리가 힘들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저축은행 예대율을 110%, 2021년 이후에는 100%를 적용하기로 했다. 예대율 산정 시 고금리 대출은 130% 가중치를 두는데 대부분 저축은행이 고금리 대출 위주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금리 대출 가중치를 적용하면 예대율이 규제 비율인 110%를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예수금이 100원, 대출금잔액이 100원(저금리 40원, 고금리 60원)인 저축은행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예대율 기준으로는 100%로 계산된다. 고금리 대출에 가중치를 반영하면 예대율이 108%로 올라간다. 정책자금 대출을 감안하지 않았지만 고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일수록 예대율 관리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금리대출에 대한 규제가 생기면서 저축은행 업계는 중금리대출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총 12조6860억원이다. 차주는 총 115만5000명으로 이 중 중신용자는 전체의 74.1%에 달했다. 이들은 평균 연 19.9% 금리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과거 P2P금융이 국내에 도입됐을 때에 비슷한 우려가 있었지만 대출금 잔액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 대출금 잔액은 2015년 35조6000억원에서 2016년 43조5000억원으로 증가했고 가계대출 비중도 커지고 있다. 2017년 말 49조3126억원까지 늘었고 올해 6월말 기준 60조9000억원에 달하며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과거 P2P금융이 생겼을 때도 비슷한 우려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체감할만한 변화는 없는 것 같다”며 “제도권진입이 이뤄진 만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8호(2019년 11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심혁주 simhj0930@mt.co.kr

금융팀 심혁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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