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채용 성적표' 공개… 일자리 돌려막기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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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일자리 창출보고서를 발표했다. 은행이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보여주는 ‘일자리 성적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금융연구원, 노동연구원과 함께 시중은행, 지방은행 등 14개 은행의 지난해 일자리 현황을 조사했다. 은행이 직접 고용하거나 아웃소싱을 통해 창출한 일자리 기여도는 물론 은행이 각 산업에 자금을 지원한 규모, 고용유발계수 등 간접 일자리 기여도까지 포함했다.
/사진=임한별 기자
◆늘어난 채용, 일자리 질 악화

올 하반기 국민‧신한‧KEB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2150명을 채용했다. 상반기와 합치면 올해 은행권 채용은 총 4190명이다. 5대 시중은행의 신규 채용인원은 현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1419명 정도였으나 그 이후 매해 1000명씩 늘었다. 2017년과 2018년 신규 채용인원은 각각 2437명, 3408명에 달한다. 은행권은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에 발 맞춰 꾸준히 채용을 늘렸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최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영업점포가 줄어 관련 인력을 감축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서다. 은행 업무를 로봇이 대신 처리해주는 업무 자동화(RPA)가 자리잡은 상황에 공채 인원을 늘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은행의 영업점포 수는 지난해 12월 말 3834곳에서 올해 3월 말 3809곳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직원 수는 6만9432명에서 6만8798명으로 줄었다. 은행은 궁여지책으로 인턴을 채용하거나 희망퇴직을 늘려 사실상 일자리 질은 악화됐다.

올 상반기 우리은행은 정규직 49명이 줄어든 반면 비정규직은 503명 늘었다. 신한은행은 정규직 42명을 더 뽑았지만 비정규직은 171명 늘었다. KEB하나은행은 기간제 근로자가 34% 늘어난 638명, 소속외 근로자는 53% 늘어난 3513명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은 유일하게 기간제 근로자가 19% 감소한 1044명을 기록했지만 소속외근로자는 28% 늘어난 5007명으로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많았다.

희망퇴직 규모는 증가했다. 지난 1월 국민은행은 610명이 희망퇴직을 했고 올 상반기 KEB하나은행은 250명이 은행을 떠났다. 연말 신한·우리·농협은행 등 나머지 은행도 희망퇴직을 검토해 감원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대규모 특별 퇴직금(평균 임금의 최대 36개월분)에 자녀 학자금, 재취업과 창업 지원금까지 마련하며 희망퇴직을 확대하고 있어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연봉이 높은 정규직 근로자가 희망퇴직을 하면 비정규직을 반복업무를 대체할 사람으로 채용하고 있다”며 “정부의 일자리 창출 압박으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역경기 침체… 채용 “뚝”


지방은행의 채용 실적은 더 어둡다. 부산, 경남, 대구, 광주, 전북 등 5대 지방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총 411명을 신규 채용했다. 시중은행이 정부 눈치를 보며 인력을 늘린 것과 달리 지방은행의 채용은 260명으로 감소했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130명을 뽑았지만 올해 60명까지 규모를 줄였다. 경남은행도 올 하반기 40명을 채용해 전년(71명) 보다 신규채용이 31명 감소했고 광주은행은 50명을 채용해 전년보다 20명 채용규모가 줄었다. 부산은행은 전년(90명)보다 30명 감소한 60명을 뽑았다. 작년에는 5·6급과 동일한 분야로 채용을 진행했으나 올해는 특성화고 특별전형만 진행해 7급 신입 전형이 축소돼서다. 전북은행은 올 하반기 50명 채용했다.

지방은행은 수익성 관리 차원에서 인건비 조절에 나서 더 이상 인력을 확대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지방의 경기 침체에 실적 악화 부진까지 겹쳐 무리하게 일자리를 늘렸다가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사태를 재현할 수 있어서다. 이는 순이익 감소에도 영향을 끼친다.

지난해 지방은행은 인사적체 완화와 수익성을 확대하기 위해 약 300여명이 넘는 직원을 감축했다. 올해 채용 규모가 대폭 줄은 대구은행은 지난해 130여명의 인원을 줄였고 경남은행과 전북은행은 각각 30명, 광주은행은 50여명의 희망퇴직을 받았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신규채용 인원은 매년 적정인력 수급 계획에 따라 운영해 매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일자리 창출 기조를 역행한다는 지적에 내년에는 신규채용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은행권의 일자리 자료를 기반해서 내년에는 전 금융회사의 일자리 측정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보고서에는 산업별 자금대출과 자영업자 지원 등 분야별로 우수한 사례가 담겨 ‘은행별 줄 세우기’가 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이 금융 정책의 직접적인 목표가 되기는 어렵다"면서 "금융 본연의 역할인 실물 경제 지원, 양질의 금융 서비스 등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늘 여건을 만드는 데 정책의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9호(2019년 11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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