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서빙하는 식당 가보니… "딜리는 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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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경은 기자

“고객님 맛있게 드시고 행복한 시간 되세요.”

로봇이 말을 건넨다. 심지어 주문한 음식도 나른다. 공상과학영화에서만 보던 ‘서빙로봇’이 식당에 등장했다. 현실세계에 나타난 서빙로봇은 과연 영화에서처럼 영리할까. 지난 11일 저녁 ‘찬장’ 판교 라스트리트점에서 서빙로봇 ‘딜리’를 만났다.

◆‘언택트 서비스’ 가능할까

딜리는 푸드테크 전문기업인 우아한형제들이 개발한 레스토랑 전용 자율주행 서빙로봇이다. 우아한형제들은 풀무원의 생활서비스 전문기업 풀무원푸드앤컬처에 딜리를 공급해 서빙로봇 상용화에 나섰다. 풀무원푸드앤컬처의 전문외식브랜드 ‘찬장’ 판교 라스트리트점과 ‘메이하오&자연은맛있다’ 인천공항점 2곳에서 딜리를 만날 수 있다.

판교에 위치한 ‘찬장’은 점심시간 직장인 수요가 많은 곳이다. 풀무원푸드앤컬처는 매장 직원들의 단순 업무를 줄이고 고객 응대에 집중한다는 취지에서 딜리를 도입했다. 돌솥, 뚝배기 등 무거운 음식을 운반하는 일을 딜리에게 맡겨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매장에 들어가 자리를 잡자 직원은 “스키야키는 주문이 불가하다”고 말하며 테이블 위에 물을 내려놓고 갔다. 테이블엔 주문이 가능한 태블릿PC가 있었지만 메뉴 안내를 위해 직원이 직접 발걸음을 옮겼다. 풀무원푸드앤컬처가 자평하는 ‘언택트(Untact) 서비스’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언택트 서비스는 사람과 접촉을 최소화한 비대면 서비스를 지칭한다. 풀무원푸드앤컬처는 테이블에 부착된 QR코드로 주문과 결제를 하면 딜리가 음식을 서빙하는 스마트오더 시스템으로 언택트 서비스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주문과 결제 과정에는 전부 사람이 개입했다.

직원이 다녀갈 동안 딜리는 잠자코 쉬고 있었다. ‘로봇은 쉬는 중’이라는 포스터가 붙은 곳에서 제 자리만 지켰다. 딜리는 버튼을 눌러야 작동한다. 직원이 딜리 본체에 있는 트레이에 음식을 올린 뒤 테이블 번호를 누르면 딜리가 서빙에 나선다. 서빙 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때는 고객이 확인 버튼을 눌러야 한다.

음식을 주문하고 10분이 지나자 딜리가 움직이지 시작했다. 딜리는 자율주행 방식으로 구동한다. 본체 머리 부분에 있는 카메라가 천장에 설치된 표식을 인식해 위치를 조정한다. 실내 데이터를 기반으로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로 이동이 가능하다. 장애물이 나타나면 40㎝ 앞에서 인식하고 멈추거나 알아서 피한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딜리는 “고객님 주문하신 메뉴가 도착했습니다. 메뉴를 꺼내신 후 확인을 꼭 눌러주세요”라고 말을 걸었다. 확인을 누르자 “고객님 맛있게 드시고 행복한 시간 되세요”라며 인사도 건넸다. 옆 테이블에서 딜리 서빙을 받은 고객들은 딜리를 향해 “고맙다”고 대꾸한 뒤 “서비스 교육을 잘 받았네”라며 웃었다.

기자 테이블엔 직원이 함께 서빙을 했다. 찌개를 올리는 미니 화로에 불을 붙여주기 위해서다. 다른 테이블에서는 주문한 메뉴가 잘못 나와 직원을 소환하기도 했다. 두 테이블에서 주문한 음식이 동시에 나오는 경우에는 딜리와 직원이 각각 다른 테이블로 서빙을 수행했다. 딜리는 적재 트레이 4개를 갖추고 있어 동시에 4개 테이블에 서빙 가능한 기능이 있지만 정작 현실화되진 못했다.

/사진=김경은 기자


◆푸드테크 어디까지 왔나

서빙로봇의 상용화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아직까지 서빙로봇이 사람을 대체하기는 어려워서다. 풀무원푸드앤컬처 역시 딜리 도입 후에도 인력을 종전과 같이 유지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딜리 한대가 1~1.5인분의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썰렁하다.

이날 매장을 이용한 30대 남성 고객은 “어떻게 정확한 자리를 찾는 건지 신기하다”면서도 “서빙 속도가 매우 느리고 직원들은 직원들대로 일을 해야 하니 효율성이 떨어져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서빙로봇의 도입은 ‘푸드테크’(Food+Technology)의 발전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푸드테크란 식품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결합을 의미한다. 무인화기기(키오스크), 서빙로봇, 배달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푸드테크협회에 따르면 푸드테크 시장규모는 앞으로 200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푸드테크가 확대될 경우 기계가 사람의 자리를 빼앗을 거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로봇은 사람의 업무를 도울 뿐 대체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푸드테크산업의 성장으로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거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푸드테크협회는 앞으로 배달·배송·스마트팜·식품안전·교육·데이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30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어떤 로봇도 사람을 대체할 순 없다. 무인화가 아닌 업무 효율화”라며 “단순 업무인 서빙은 로봇이, 접객은 직원이 하면서 서비스 질을 높이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서빙로봇의 상용화에 대해서는 “2017년부터 준비해왔기 때문에 지금도 당장 상용화가 가능하다. 올해 안에 더 많은 사업장에 도입할 계획”이라면서도 “로봇의 완전한 상용화는 아직까지 먼 미래”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9호(2019년 11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경은 silver@mt.co.kr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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