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 악화에… 가구업계 '생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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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리하우스 대형쇼룸 안양점 매장 전경. 사진제공=한샘

[주말 리뷰] 국내 가구업계가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그간 누적된 내수 경기침체와 브랜드 경쟁심화 등으로 상반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 이에 업계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모양새다. 업계 투톱인 한샘과 현대리바트는 프리미엄 홈퍼니싱을 돌파구로 삼았다.

◆주택거래 부진에… 가구업계 전체가 기우뚱

한샘·현대리바트·이케아·에넥스·퍼시스·에몬스·까사미아 등 상위 7개 가구업체(매출 기준) 중 이케아와 까사미아를 제외한 5개 업체는 올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일제히 하락했다.

신세계그룹이 인수한 까사미아는 지난해 상반기 매출 310억원에서 올 상반기 523억원으로 68.7% 상승했다. 하지만 4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수익성은 악화됐다. 이에 비해 이케아는 최근 1년(2018년 9월~2019년 8월)간 전년 대비 5% 증가한 503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 상승세는 둔화됐지만 가구업계의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다.

1, 2위 업체인 한샘과 현대리바트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7년 가구업계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돌파했던 한샘은 지난해 극심한 성장통을 겪었다. 올 상반기 기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5% 줄어든 8202억원에 그쳤고 영업이익도 21.6% 감소한 348억원에 머물렀다.

현대리바트는 2017년 모그룹 계열사 현대H&S와 합병하면서 매출 1조원 기업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올 들어선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현대리바트의 상반기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0.2% 줄어든 6134억원, 영업이익은 43% 감소한 15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가구업계 전반에 퍼진 불황은 주택거래 부진 등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주택매매거래량은 85만6000건으로 전년 대비 9.6% 감소했다. 최근 5년 평균치와 비교하면 15.2% 줄어든 수치다. 올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상반기 전국 주택매매거래량은 31만4108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28.2% 감소했고 최근 5년 평균치와 비교하면 35.8% 줄었다.

이 같은 주택거래 감소는 인테리어 수요 감소로 이어져 가구업체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경기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점, 가구 내구성이 향상돼 과거 15년이던 수명주기가 늘어난 점도 한몫하고 있다는 게 가구업계의 분석이다.

정오균 주택가구협동조합 이사는 “신축 아파트는 시공 단계에서 싱크대, 거실장, 붙박이장, 욕실장 등을 설치하는데 주택건설 경기가 위축되면서 인테리어 수요가 줄었다”며 “반대로 분양 시에는 기본적인 가구를 제공하기 때문에 입주자, 즉 일반 소비자들의 구매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한샘 관계자도 “최근 업계의 위기는 주택매매거래량이 줄어든 영향이 가장 크다”며 “가구업체에 마진이 남는 사업은 부엌, 욕실, 침대, 붙박이 등인데 이사 수요가 감소하면서 판매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새집 대신 헌집”… 돌파구 찾는 업계

가구업계는 정부 규제로 당분간 주택매매거래 부진이 이어질 것에 대비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업계가 주목하는 건 리모델링과 인테리어 등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이다. 이에 따라 건설업체 등 B2B(기업 간 거래) 위주였던 가구시장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B2C시장은 주택거래 등 부동산 경기에 영향을 덜 받을 뿐 아니라 최근 집꾸미기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리모델링·인테리어시장은 2017년 28조원에서 2020년 41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샘은 가구부터 바닥재, 창호, 벽지, 욕실까지 집 전체의 설계·발주·물류·시공·애프터서비스(AS) 등 인테리어 전 과정을 서비스하는 ‘한샘 리하우스’ 사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리하우스 패키지는 올 1분기 1800세트에서 3분기 2700세트로 판매 건수가 50% 증가했다. 한샘 전체 사업 중 유일하게 수익을 내는 모델이 됐다.

한샘은 리하우스 대리점수를 2020년까지 5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리모델링한 집 전체를 살펴보고 체험할 수 있는 600∼1300m² 규모의 대형 매장(쇼룸)도 현재 23개에서 2020년까지 50개로 늘릴 방침이다.

현대리바트도 관련업체 인수합병을 통해 토털 인테리어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7년 건자재 유통기업 현대H&S를 합병한 데 이어 지난해 현대L&C(한화L&C)를 인수하면서 리빙·인테리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내년 사업 개시를 목표로 욕실 리모델링사업도 준비 중이다.

지난 5월에는 맞춤형 프리미엄 ‘홈스타일링 서비스’를 도입했다. 인테리어 공사를 거치지 않고 가구와 커텐, 쿠션 같은 소품만으로 집안 분위기를 바꾸는 서비스다. 상담을 위해 주요 매장엔 집 꾸미기 컨설턴트(디자인 크루)를 배치했다. 그 결과 상담 고객의 구매율과 평균 구매액이 일반 고객의 두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나섰다. 한샘은 지난 9월 택배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제3자 물류(3PL)사업에 뛰어들었다. 한샘의 물류망과 전문성을 이용, 중소가구업체의 배송 물량을 끌어오겠다는 구상이다.

현대리바트는 퍼시스가 장악하고 있는 사무용 가구를 키운다는 방침이다. 브랜드 인지도 강화를 위해 지난 7월 사무용 가구 브랜드 네오스를 리바트 오피스로 전환했다. 사무용 가구 전담 디자이너를 20% 늘리고 200여종의 신제품을 선보이는 등 제품 경쟁력 향상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770억원이던 사무용 가구 매출을 2021년 10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최근 업계는 가구 판매를 넘어 인테리어, 홈퍼니싱에 맞춰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고질적인 리스크를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사업에 뛰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경은 silver@mt.co.kr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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