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는 ‘무덤’에서 어떻게 살아 남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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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창고형 할인매장의 절대 강자. 미국에서 건너온 ‘파란눈’의 코스트코는 소리 없이 강한 존재다. 글로벌 유통기업의 지뢰밭으로 알려진 국내 시장에서 홍보나 광고 없이 오로지 고객 입소문만으로 승승장구해왔다. 온라인 쇼핑 트렌드로 ‘오프라인 마트’가 급속한 내림세를 걷는 와중에도 여전히 굳건하다. 서비스가 친절한 것도 아니다. 연간 회원비는 고사하고라도 지정된 결제카드 사용에 주차난은 덤이다. 그럼에도 코스트코에 소비자 발길이 몰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파란눈의 코스트코 DNA를 낱낱이 파헤쳐봤다.<편집자주>

[파란눈 ‘코스트코’ DNA-중] 코스트코 경제학


#. 세계 1위 유통업체 ‘월마트’는 2006년 한국내 모든 매장을 신세계 이마트에 넘기고 철수했다. 한국 진출 9년 동안 업계 5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적자를 거듭하다 손을 털고 나간 것. 세계 2위인 프랑스 유통업체 까르푸 역시 월마트에 이어 한국시장에서 굴욕을 맛봤다. 1996년 당시 국내 진출 해외기업 사상 최대 금액인 약 1조7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의욕을 보였지만 10년 동안 제대로 된 실적을 내지 못했다. 결국 이들 두 기업은 같은 해 나란히 한국을 떠났다.

코스트코 양평점 내부/사진=김설아 기자
글로벌 유통업계의 무덤. 전 세계 유통 챔피언인 ‘월마트’와 ‘까르푸’를 무너뜨린 한국시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만큼 국내 소비자들이 까다롭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만을 보면 코스트코에겐 이 같은 말들이 예외로 받아들여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 맞게 현지화하지 않고 본사 영업 스타일을 유지한 것과 소비트렌드가 급변한 것이 월마트와 까르푸가 무릎 꿇은 원인”이라며 “반면 코스트코는 품목이나 마진, 결제수단 등 확실한 아이덴티티로 승부를 본다”고 평가했다.

◆월마트, 까르푸… 현지화 전략 실패

전문가들 역시 월마트와 까르푸가 철수한 배경으로 ‘현지화 실패’를 꼽는다. 한국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어설픈 현지화 전략을 썼다가 실패했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실제 서구식 할인점과 한국형 할인점은 개념이 다르다. 서양인의 경우 식품보다 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반면 한국 소비자들은 대부분 신선식품을 선호한다. 월마트와 까르푸는 이런 측면에서 한국 음식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월마트는 신선식품보다 바코드가 부착된 가공식품을 매대에 올려놓고 팔았고 까르푸도 공산품 중심의 매장을 운영하면서 상대적으로 신선식품 제공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월마트나 까르푸는 행사 매대를 만들더라도 서양사람 키 기준에 맞춘다던지 한국 소비자 특성을 아예 맞추지 못했다”며 “그날 찬거리를 그날 장봐서 만드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한국에서 대용량 상품 중심으로 신선식품을 팔았다는 것도 성공하기 어려웠던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코스트코 내부/사진=김설아 기자
반면 코스트코는 자체 차별화된 기준을 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한 경영원칙을 고수해오고 있다. 첫번째 포인트가 싼 가격, 낮은 마진율이다. 코스트코는 일반 브랜드 제품 마진율 상한선은 14%, 자체상표(PB)인 커클랜드시그니처(커클랜드)는 15%를 원칙으로 정했다.

이는 국내 토종 유통업체(평균 25~30%)마진율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 심지어 코스트코는 납품 가격이 높아 소매가가 높아진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판매를 중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하나의 차별화 포인트는 효율성이다. 다양한 비즈니스나 제품군을 확대하지 않고 철저하게 효율화 전략을 펴는 데서 경쟁력을 찾는 것이다. 핵심은 소품종 대량 판매다. 취급 품목수를 대폭 줄여 매장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

월마트의 취급 품목이 약 15만개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코스트코 물품은 4000여 종류에 그친다. 국내 대형마트도 약 3~4만개 품목을 취급한다. 카테고리별로 검증된 2~3개 제품만 선별해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좋은 품질의 제품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하는 전략이다.

상품도 지속적으로 교체한다. 고정된 카테고리 안에서 아이템을 취급하되 타깃 고객군과 밀접하게 연관시켜 상품을 선별하는 것이다. 코스트코는 상품 선별 시 카테고리별로 ‘중, 고가’에 속하는 좋은 품질의 상품을 고르고 상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대용량·묶음 상품을 많이 취급한다.

이는 자연스레 가족 구성원이 많은 고객군이나 가게를 운영하는 중소 상공인들을 타깃팅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함으로써 오히려 구매 의향을 높이는 방식이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품목수가 적으면 진열, 관리비용도 줄어든다”며 “코스트코는 품목을 한꺼번에 빨리 파는 방식으로 재고 부담을 줄였고 그만큼 더 저렴하게 파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코스트코는 또 ‘1국가 1카드’를 원칙으로 한다. 경쟁을 통해 선정된 단 한곳의 카드사에 독점적 혜택을 제공하면서 카드수수료를 낮추는 방식이다. 국내 진출 이후 18년간 삼성카드와 제휴했다가 최근 현대카드로 제휴사를 바꿨다. 일반적으로 코스트코 카드 수수료는 0.7% 수준. 이는 카드수수료를 낮춰 고객에게 최대한 물건을 더 싸게 팔겠다는 의미다.

존 뮬린스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코스트코의 이 같은 경영 방침에 대해 “월마트 같은 전통적인 유통기업은 가격을 어떻게 하면 높게 책정해 이윤을 늘릴까 고민하는 반면 코스트코는 어떻게 하면 가격을 더 낮춰 이익을 최소화할지 고민하는 역발상으로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반품샵’ 통해 재고처리… 수도권에 50여개

코스트코는 재고자산 회전율도 다른 업체들에 비해 높아 재고 처리 역시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코스트코 매출액을 평균재고자산으로 나눈 지표인 재고자산회전율은 최근 5회계연도 간 21.4~23.2 수준으로 이마트의 재고자산회전율(15.0~19.5) 보다 높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코스트코 매장의 재고 상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중소형 매장이다. 시장에서 반품샵, 대리점, 코스트코 할인매장 등으로 불리는 이 같은 소매 판매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50여개가 있다.

코스트코 매장에서 반품 처리되거나 시즌을 넘긴 이월 상품 등을 주로 판매한다. 코스트코로부터 재고 상품을 낮은 단가에 매입한 판매사업자(벤더)들이 소매 판매장에 마진을 붙여 공급하는 방식이다. 코스트코 매장의 최종소비자가에 비해 20~80%까지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반품은 다시 팔 수 없을 뿐 아니라 업자에게 되파는 것도 통상적으로 어긋나는 일”이라면서도 “유료 회원제여서 비회원 고객들이 사지 못했던 제품들을 우회해서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재고 처리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0호(2019년 11월26일~12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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