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노향의 부동산톡] "손님, 집은 싸거나 좋거나 둘 중 하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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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KBS1이 방영했던 어린이 애니메이션 <브레드 이발소>를 최근 우연히 TV에서 보다가 실소가 터진 대사가 있다.

"손님, 집은 싸거나 좋거나 둘 중 하나죠. 싸고 좋은 집이 있나요? 욕심이 너무 과하시네요."

브레드 이발소에서 조수로 일하는 청년 윌크는 월급 200만원을 받으며 월세 100만원, 밥값 30만원, 교통비 10만원, 핸드폰 요금 10만원 등을 낸다. 계약 만기를 며칠 앞둔 어느 날 집주인 할머니가 찾아와 "시세가 올라서 집세를 200만원으로 두배 올리겠다. 싫으면 다른 집을 알아봐라"고 말하자 윌크는 공인중개사와 동네 원룸을 보러다닌다.

3.3㎡ 남짓한 원룸이 긴 직사각형 모양으로 설계돼 몸 하나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집, 가격과 스펙은 좋지만 차를 타고 왕복 4시간을 달려야 출퇴근이 가능한 집, 거리도 가깝고 모든 게 완벽한데 살던 사람이 자살해서 유령이 출몰하는 집. 5살짜리 어린이가 시청하는 만화 속 윌크의 상황이 어쩌면 이렇게도 현실을 반영했을까.

도심 집중화가 이뤄진 서울의 불법 원룸이 종종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화장실과 주방의 경계가 없어서 변기 옆에 싱크대를 설치하고, 성인 한명이 누울 공간이 안돼 몸을 웅크려야 잠을 잘 수 있고, 창문이 없어서 24시간 불을 켜야 하는 집.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 조건을 정부가 정한 '최저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집들이다.

실제 이런 불법건축물들을 공인중개사가 버젓이 소개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기자는 3년 전 강남의 전세를 얻으려고 50군데 넘는 빌라를 소개받는 경험이 있다. 옥상을 불법증축해 몸을 45도로 비틀어야 계단을 올라갈 수 있는 집도 있고 더블침대 하나 안들어가는 방만 두개 있는 집도 있었다.

가장 충격받은 사건은 상가건물을 주택으로 개조해 임대하는 건축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돌려준 매몰찬 답변이다.

"상가가 무슨 전세대출이 돼요? 1억8000만원도 없는 사람이 무슨 집을 구한다고."

그때 받은 상처로 이후 불법건축물 문제를 수차례 보도하고 구청에 신고도 했지만 지금까지 바뀐 게 없을 뿐더러 돌아온 답변은 늘 한결같다.

"저희도 힘들어요. 그 많은 불법건축물을 찾아내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려면 신고가 있어야 하는데 막상 가보면 임대 안했다고 잡아떼요. 세입자가 사는데 집주인이 불을 끄고 사람이 안사는 척 연기하라고 강요하는 일이 일상화됐어요."

구청 직원이 단속을 나오면 인기척도 못내는 사람답지 못한 주거생활. 그런 수치심을 견디며 굳이 불법건축물에 살아야 하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돈이 부족하고 교육열이 높아 강남에는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잘못한 건 건축업자와 이를 방조한 당국이다. 최근 용산의 빌라를 분양받고 이웃 주민의 신고로 불법증축 이행강제금을 낸 30대 김지영씨(가명)는 "분양받은 당시 불법증축 사실을 몰랐는데 억울하다. 인허가를 낸 곳도 구청, 불법증축을 규제하는 곳도 구청인데 자기들이 허가해놓고 벌금을 무는 것이 정당한가"라고 반문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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