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속 보이는 '밥그릇 지키기’

 
 
기사공유
최근 한 지인이 기자에게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방법을 물었다. 보험관리 어플리케이션에 정보를 입력하니 미청구된 실손보험금 9100원이 확인돼 찾고 싶다고 했다. 진료를 받은지 1년이나 경과해 지인은 당시 받은 진료비 영수증과 진단서를 어디에 뒀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기자는 해당 병원에 방문해 서류를 재발급받아 보험사에 청구하라고 말했다. 지인은 "그 병원이 어디인지도 모르겠다"며 쓴웃음을 짓고 보험금 청구를 포기했다. 

10년 묵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이번에도 법안 통과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달 21일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 소위에서 아예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실손 청구 간소화는 환자가 요청하면 병원이 의료비 증명 서류를 보험사에 보내는 프로세스가 핵심이다.

하지만 국회가 의료계 눈치를 심하게 봤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의료계는 보험사가 환자정보를 축적해 보험금 미지급에 악용할 수 있다며 실손 청구 간소화를 강력하게 반대했다. 이로써 실손 청구 간소화는 21대 국회에서 법안 발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손 청구 간소화가 실현돼도 최소 2~3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번거로운 보험금 청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보험 가입자는 진료내역서나 진단서를 만들어 보험사에 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서류발급비용도 든다. 보험사마다 요구하는 서류도 제각각이다. 지인처럼 소액 실손보험금을 포기하는 사람을 단순 ‘의지부족’으로 몰아세우기 어려운 이유다.

의료계는 보험사가 병원 등의 기관으로부터 받은 환자 진료내역을 꾸준히 축적해 다른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계의 주장처럼 실손 청구 간소화로 보험소비자들이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할 수도 있다. 문제는 대안 없는 무조건적인 반대라는 점이다.

보험사가 환자데이터를 악용하는 것이 우려된다면 관련 법안 발의를 위해 힘쓴다던지 다른 방향으로 노력하면 된다. 실손 청구 간소화법이 ‘무조건 악법’이라며 총력을 기울여 막겠다는 의료계의 외침에는 의료소비자의 편익이 고려되지 않았다. 대안없이 반대만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가 ‘밥그릇 지키기’처럼 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으로도 3400만 실손보험 가입자는 종이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병원에서 진료내역을 전자문서화해 바로 보험사에 보내는 실손 청구 간소화가 실현된다면 9100원을 청구하지 못한 지인 같은 사례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시간에도 소액보험금 청구를 포기하고 있는 보험소비자의 권리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1호(2019년 12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170.25상승 32.918:01 12/13
  • 코스닥 : 643.45상승 6.5118:01 12/13
  • 원달러 : 1171.70하락 15.118:01 12/13
  • 두바이유 : 65.22상승 1.0218:01 12/13
  • 금 : 64.01상승 0.2318:01 12/13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