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 렉서스마저… "적자 앞에 장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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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거리에서 구월문화로상인회가 일본 경제보복을 규탄하며 렉서스를 부수고 있다. /사진=뉴스1 정진욱 기자
토요타와 혼다, 닛산. 지난 2000년대 초반 한국시장에 진출한 다수의 일본 자동차 기업 중 살아남은 기업이다. 일본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곱지 않은 국내 시장에서 일본차 3사는 대대적인 홍보나 광고, 할인 없이 고객 입소문으로 견뎌왔다. 2019년 7월 일본정부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진행됐던 시기에도 공격적인 마케팅 없이 제자리를 지켰다. 제품 품질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자존심을 내세우며 ‘노(No) 할인’을 고수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부패한 일본차 3사의 속내를 낱낱이 파헤쳐봤다.【편집자주】

[부패한 일본차-하] 파격세일 나선 토요타… 2020년 실적 개선 장담 못해


불매운동으로 실적이 급격하게 악화된 혼다, 닛산, 렉서스 등 일본차 3사가 지난 10월부터 할인판매를 강행하기 시작했다. ‘노(NO) 할인’을 고수하며 ‘수입차 프리미엄’ 이미지를 지켰던 이들 회사의 체면이 구겨진 셈이다. 영업손실을 탈피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지만 결국 대외적인 요인으로 한계에 부딪혔다는 해석이 나온다.

불매운동이 시작됐던 지난 7월 일본차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17% 줄어든 데 이어 8월 57%, 9월 60% 등이 급감했다. 10월에도 일본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가량 판매대수가 감소했다. 다수의 일본차 브랜드가 차종에 따라 최대 1000만원 이상의 프로모션을 진행한 11월에도 판매량은 2357대에 그치며 전년동기(5402대)에 비해 56% 줄었다. 결과적으론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진 못한 것이다.

‘재고떨이’ 대폭할인에도 한국 소비자 마음 못돌려

수입차 판매 순위도 바뀌었다. 8월부터 수입차 판매량 상위 5개사에서 일본 브랜드가 모두 이탈했다. 지난 5월만 해도 렉서스, 토요타, 혼다가 모두 상위 5위권에 있었고 6월에도 렉서스, 도요타가 5위권을 유지했지만 모두 5위 밖으로 밀려났다.

9월에도 불매운동의 영향이 이어졌고 당월 판매량이 46대에 그친 한국닛산은 “사업 운영을 최적화해야만 할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은 사실”이라며 경영난을 호소하기도 했다. 판매량 급감 사태를 맞은 일본차 브랜드는 10월부터 본격적인 대규모 할인에 나섰다. 경영난 타개는 물론 연말이 다가온 만큼 ‘재고떨이’의 성격도 강했다.

불매운동에 토요타도 할인 강행

가장 주목받았던 기업은 토요타다. 자동차업계에서 토요타(렉서스 브랜드 포함)는 할인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토요타 할인을 보고 일본차 기업들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올 11월 토요타는 중형 SUV ‘라브4 가솔린 모델’에 500만원, 준대형 세단 ‘아발론 하이브리드’에 300만원을 각각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돌입했다. 캠리 하이브리드, 캠리(가솔린 모델), 뉴 프리우스, 시에나 등을 구매하면 저금리 할부 프로그램이나 엔진오일 쿠폰, 주유권을 제공했다. 12월에도 같은 차종에 동일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철옹성 같던 렉서스도 작게나마 할인을 실시한다. 11월부터 일부 모델에 한해 4% 할인을 시작, 현재도 이어가는 중이다. 최고 인기 모델인 ‘ES300h’의 경우 100만원 정도 할인해주고 있다. 내부적으론 대기 계약 물량 소진 이후 대규모 할인 검토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닛산과 혼다도 11월 진행한 프로모션을 이달까지 진행 중이다. 국내 철수설까지 돌았던 닛산은 이달 중형 SUV ‘엑스트레일’에 1200만원을, 대형SUV 패스파인더는 1700만원 할인을 내걸었다. 현금으로 구매하면 1400만원의 주유권을 준다. 인피니티 역시 모델별로 최대 20% 이상의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 혼다는 대형SUV ‘파일럿’을 1500만원 할인해 재고물량 90% 이상을 털어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연말이 되면서 재고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할인율을 늘려서라도 판매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일본차업계에서 토요타, 렉서스는 ‘알아서 팔리는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했고 브랜드들도 충성 고객에 대한 믿음으로 큰 프로모션 없이 영업활동을 해왔다”며 “하지만 최근 판매부진이 장기화되자 내부에서 여러가지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할인을 늘리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DB
슬그머니 신차 출시, 홍보 재개

일본차 3사는 최근 신차 출시를 준비하거나 마케팅 활동을 늘리는 분위기다. 토요타는 부분변경모델이 아닌 국내서 출시한 적 없는 신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토요타가 준비하는 신차는 스포츠카 수프라다. 지난 10월부터 토요타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수프라 팝업창을 띄워놓고 4가지 질문을 담은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GR수프라에 대한 여러분들의 생각을 들려주세요’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이 설문에는 ‘평소 선호하는 차량은?’, ‘GR수프라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 있나요?’, ‘나를 대표하는 가장 가까운 이미지를 선택하세요’, ‘나를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방법은’ 등을 질문하고 있다. GR수프라는 현재 환경부 인증이 진행 중이다.

토요타코리아 관계자는 “(GR수프라의) 공식 출시시점은 분위기를 보면서 결정할 것”이라며 “현재 인증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프라는 불매운동이 본격 시작된 이후 토요타코리아가 공식 출시하는 첫 차다. 토요타보다 3개월 앞선 지난 9월에 닛산은 스포츠형 세단 ‘맥시마’를 출시했었다.

마케팅도 재개하는 모습이다. 불매운동이 거셌던 석달간 일본차 3사는 ‘눈에 띄어서 좋을 것 없다’는 자세를 유지했다. 보도자료 배포 중단은 물론 미디어 행사까지 돌연 취소하는 등 ‘몸 사리기’에 나섰었다. 렉서스와 도요타는 지난달부터 클래식 공연, 겨울철 김장 행사, 공예 행사 등 사회공헌활동을 본격 시작했다. 혼다와 닛산도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본은 두려울 정도로 시장 분석을 잘한다”며 “효과가 없을 땐 홍보에 나서지 않고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날 때쯤 적극적으로 할인과 홍보에 나서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할인과 홍보활동이 반짝 실적 회복에는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재고 소진 후 또다시 신차를 출시하고 홍보활동을 이어가는 것은 무리라는 게 업계 내 분석이다. 불매운동이 지속되는 한 수요와 공급이 모두 축소돼 본격적인 일본차 암흑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일본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차 업체들은 3월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데 이때 어떤 전략을 짜야할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2호(2019년 12월10일~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전민준 minjun84@mt.co.kr

머니S 자동차 철강 조선 담당 전민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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