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에 떠난 일본차 딜러, 그들은 어디로?

 
 
기사공유
서울 수입차거리. /사진=이지완 기자
토요타와 혼다, 닛산. 지난 2000년대 초반 한국시장에 진출한 다수의 일본 자동차 기업 중 살아남은 기업이다. 일본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곱지 않은 국내 시장에서 일본차 3사는 대대적인 홍보나 광고, 할인 없이 고객 입소문으로 견뎌왔다. 2019년 7월 일본정부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진행됐던 시기에도 공격적인 마케팅 없이 제자리를 지켰다. 제품 품질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자존심을 내세우며 ‘노(No) 할인’을 고수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부패한 일본차 3사의 속내를 낱낱이 파헤쳐봤다.【편집자주】

[부패한 일본차-중] 반토막난 판매실적에 딜러 통장 '텅텅' 


“버는 게 없어 버틸 수 없다.”

일본산자동차를 판매하는 딜러들이 고민에 빠졌다.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 조치 이후 달아오른 ‘불매운동’ 여파로 일본차를 ‘사지 말자’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판매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딜러 입장에선 자동차 판매가 생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지금의 회사에서 영업을 계속해야 할지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불매운동 이후 누리꾼들 사이에선 일본차를 ‘왜제차’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본을 낮잡아 부르는 ‘왜나라’를 연상케 하는 표현이다.

일본차 타면 ‘죄인’되는 시대

지난 7월부터 시작된 불매운동이 고조되면서 일본차는 한국민들 사이에선 기피대상이 됐다. 기존에 일본차를 소유한 일부 차주의 경우 일본 브랜드 로고를 테이프로 가리고 주행하기도 한다. 자동차 뒷유리엔 ‘초보운전’, ‘소중한 아이가 타고 있어요’ 대신 ‘일본차라 죄송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도 등장했다.

일본차 브랜드는 직격탄을 맞았다. 현재 국내에서 공식 판매 중인 일본차 브랜드는 ▲렉서스 ▲토요타 ▲혼다 ▲닛산 ▲인피니티 등 5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7월부터 11월까지 5개월간 판매된 일본차는 950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1% 감소했다.

이 같은 판매량 감소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닛산 등 일부 브랜드는 불매운동 장기화로 버티지 못해 영업망 구조조정에 나섰다. 닛산의 경우 12월2일 기준으로 전국 21개 전시장 중 강서(딜러사 프리미어오토모빌) 포항(신창모터스) 제주(프리미어오토모빌) 용인(성남모터스) 등 4곳을 폐쇄하고 현재 17곳 만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의 한 닛산 전시장. /사진=이지완 기자
닛산코리아 관계자는 “전시장 폐쇄는 상호협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이라며 “용인전시장의 경우 이전부터 계획이 됐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닛산의 상위 브랜드에 속하는 인피니티의 경우 분당전시장이 문을 닫았다. 인피니티코리아 관계자는 “분당전시장의 운영이 종료된 것은 아니고 추후 재오픈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처럼 전시장마저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닛산 딜러들은 결국 이직이 불가피해졌다. 생계를 위해 다른 수입차 브랜드로 옮기고 있는 것이다. 최근 벤츠, 닛산 등의 수입차 판매를 담당하는 국내 대형 딜러그룹은 닛산 딜러들을 벤츠로 전보시켰다. 규모가 작은 딜러사 소속 판매자들은 일본차 브랜드를 떠나 독일이나 미국차 브랜드로 갈아타고 있다.

수입자동차세일즈협회 관계자는 “일본차 영업사원들이 최근 폭스바겐, 벤츠, 아우디, BMW, 볼보 등으로 이직을 많이 했다”며 “딜러는 차를 팔아 먹고 사는 직업인데 지금 일본차 전시장에는 아예 고객이 보이지 않을 정도여서 (딜러는) 옮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차 한대 팔면 ‘인센티브 1%’

딜러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통상 수입차 판매에 따라 딜러에게 돌아가는 인센티브는 차값의 1% 정도다. 판매대수가 늘어날수록 인센티브도 올라간다. 이를테면 수입차 2대를 파는 경우 인센티브는 1.2%, 3대를 팔면 1.4%의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비인기 차종의 경우 인센티브 비율이 더 높다는 게 딜러업체들의 설명이다.

수입차 딜러는 얼마나 벌까. 만약 4000만원 짜리 차량 한대를 판매할 경우 차값의 1%인 40만원을 인센티브로 받는다. 여기에 기본급 약 100만원을 더하면 월급은 140만원(세전)이 된다. 올해 최저시급(시간당 8350원)을 감안해 주 52시간 근무를 하면 받는 월급(주휴수당 포함)은 약 240만원가량 된다. 자동차 딜러의 월급 통장에 이 정도의 금액이 찍히려면 적어도 한달에 4000만원 짜리 차량 넉대는 팔아야 한다는 얘기다.

일본차 브랜드는 판매악화로 인한 딜러들의 생계 지원을 위해 특별대책을 펼치곤 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닛산의 경우 딜러들과 프로모션 비용을 공동 부담하고 있다.

일각에선 본사 차원의 지원 부족이 딜러들의 이직을 가속화시키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차를 팔아야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여서 프로모션 비용을 분담하는 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질 않는다는 것이다. 수입자동차세일즈협회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프로모션을 같이 해줘도 정작 고객이 없는 게 문제”라며 “차를 판매해야 월급을 받는데 이미 고객들이 돌아선 상황인 만큼 어려움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프로모션 지원은 앞서 배출가스 조작으로 논란이 됐던 아우디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사태 때와 대조된다. 당시 아우디폭스바겐 측은 딜러들의 월급을 인상해주는 지원책을 폈었다. 수입자동차세일즈협회 관계자는 “디젤게이트 때도 딜러들의 이동이 있었고 힘들었다”며 “그나마 월급 인상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2호(2019년 12월10일~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지완 lee88@mt.co.kr

머니S 산업2팀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100%
  • 코스피 : 2246.13하락 21.1218:03 01/23
  • 코스닥 : 685.57하락 2.6818:03 01/23
  • 원달러 : 1168.70상승 4.118:03 01/23
  • 두바이유 : 62.04하락 1.1718:03 01/23
  • 금 : 64.26하락 0.0118:03 01/23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