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칼럼] 가장 숭고한 기부 ‘장기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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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9일 열린 서울시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 / 사진=뉴시스 전진환 기자
돈, 물질로 살 수 없는 이웃 사랑
치료법 없는 환자에 새 생명 전달


연중 ‘기부의 달’이라면 첫손에 12월을 꼽을 수 있다. 한해 기부 금액의 절반 정도가 모이는 달이기 때문이다. ‘기부’라 하면 흔히 돈이나 물질을 생각하지만 기부의 종류는 많다. 기부 중에서 가장 숭고한 기부는 장기기증이다.

장기가 망가져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기존의 치료법으로는 회복이 어려워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인 환자에게 새 생명을 얻게 하려면 다른 사람의 건강한 장기가 필요하다.

여유 돈을 기부하는 것과는 달리 사람 몸에 붙어있는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기증하는 것은 자기희생적 행위다. 장기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기에 장기에 문제가 있어 고통 받거나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것만큼 숭고한 것은 없다.

장기기증은 살아 있는 사람들 사이 기증, 뇌사기증, 사후기증, 세가지로 구분된다. 뇌사기증은 뇌혈관질환·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뇌사자의 장기를 가족 또는 유족의 신청에 의해 기증하는 경우다.

폐쇄적이고 불안정한 사회에서는 장기매매가 일어나기도 한다. 지난 9월30일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중국에서 정부의 박해를 받는 종교인들과 소수민족들을 대상으로 인체의 장기가 대규모로 수집·매매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기구인 ‘중국 조사위원회’의 6월 최종 보고서는 위구르 자치구 소수민족들과 파룬궁 신도들을 대상으로 적어도 20년 동안 장기를 적출하거나 그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한 명백한 증거가 있으며 이런 만행은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결론 맺었다. 

중국은 비윤리적인 장기이식 시술을 부인하며 2015년부터는 사형수들 장기 사용도 중지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중국 조사위원회’는 장기 이식 사업이 중국에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수입을 안겨준다고 보고했다.

나눔의 사회를 향해 나가는 한국에서는 장기매매 등 비윤리적 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으며, 기증자가 사회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장기기증자 차별 불이익 신고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장기기증 문화 확산에 따라 사람들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아무런 대가없이 자신의 소중한 일부를 이웃과 나눠 새 생명을 선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KONOS)’가 설립돼 있다.

이곳에서는 장기이식 대상자의 선정 및승인,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대국민 홍보 및 교육, 장기이식에 관한 의학적 표준 마련, 장기이식정보망 운영, 통계자료 발간, 장기기증 및 이식에 대한 상담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장기는 공공재 성격을 띠고 있어 잠재뇌사자를 찾아 뇌사자의 장기를 공정하게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사 장기기증자와 이식대상자의 적정한 선정을 위해서 전국의 장기이식대상자 등록기관과 뇌사판정의료기관, 장기이식의료기관, 뇌사판정대상자 관리전문기관, 장기구득기관 등 관계기관과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장기이식정보시스템(k-net)’을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식대상자를 선정해 장기이식을 필요로 하는 모든 환자에게 장기이식 받을 기회를 공정하게 보장한다.

살아있는 사람들 사이 장기기증·이식 선정은 각 이식의료기관에서 사회복지사의 상담평가 및 신체검사, 의료진의 의견 등을 첨부해 선정승인 신청 시 관계 확인 심사 등을 거쳐 불법 장기매매가 아니라는 순수성이 확인되면 이를 승인하고 있다.

◆‘장기기증의 날’ 별도 제정

장기기증의 특별한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장기기증의 날’도 별도로 제정돼 있다.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장기인 심장, 간장, 신장 2개, 폐장 2개, 췌장, 각막 2개, 총 9개를 기증의 대상으로 숫자 9가 들어가도록 장기기증의 날짜를 정했다.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에서는 1997년부터 9월 둘째주를 장기주간으로 정해 홍보행사를 진행하다가 2008년에 9월9일을 장기기증의 날로 변경,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장기기증에 직접 관계되는 사람들로는 장기기증 받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이미 받은 사람 및 그 가족들이 있다. 또한 장기기증을 이미 한 사람들이 있고, 앞으로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서약한 사람들도 있다.

유명인들은 생명나눔운동에 앞장서 왔다. 개그맨 오지헌씨는 2010년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계기로 2012년 12월1일에 생명나눔친선대사로 위촉돼 활동했다.

방송인 현영씨는 2011년 장기기증의 날에 자신이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동참할 뜻을 밝히고 그해 11월에 생명나눔친선대사로 위촉됐다. 배우 소유진씨는 어머니와 함께 2001년에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하고 장기부전 환자들을 돕고 있다.

그 외 전직 야구선수인 양준혁씨도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동참하고 생명나눔 친선대사로 위촉되는 등 여러 유명인들이 장기기증의 아름다운 가치를 세상에 전하는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시민들에게 장기기증 희망등록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는 1991년에 설립된 이후 홍보, 캠페인, 교육 사업 등을 통해 현재 100만여명의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를 모집했다.

◆장기이식자수 경기 반영 ‘한파’

전국적으로 장기이식인원수는 2016년까지 증가 추세였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생존시 이식, 뇌사자 이식, 각막 이식을 포함한 장기이식인원수 합계가 2000년 984명에서 2001년에 1369명으로 처음으로 1000명을 넘어섰다. 2006년에 2000명을, 2011년에 3000명을, 2016년에는 4000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2016년 4413명을 정점으로 2017년 4036명, 2018년 3868명으로 줄어들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 2010년에 장기이식인원이 잠시 줄어들었던 것을 본다면 근래 들어서 다시 줄어드는 것에는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는 영향이 심리적으로 반영되는 것 아닌가 싶다. 

장기이식인원수 증가속도에 비해 이식대기자수는 훨씬 빠르게 늘어났다. 장기이식대기 중에 있는 사람은 2001년 250명에서 2018년 4928명까지 20배 늘었다.

같은 기간에 장기이식인원수는 2.8배로 늘었을 뿐이다. 장기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더욱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15일 조원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왼쪽)이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김명원 기자
2018년 장기기증자수는 생존(2894명), 뇌사(449명), 사후(47명)으로 총 3390명이다. 전년에 비해 생존시 기증과 사후기증은 각각 23.78%, 6.82% 증가한 반면, 뇌사기증은 12.82% 줄었다. 장기 중에 신장(2108명)이 가장 많고 간장(1475명), 말초혈(450명), 안구(322명), 심장(176명), 폐장(92명), 췌장(58명), 골수(37명), 소장(1명) 순서다.

안구, 심장, 췌장, 폐장, 소장은 뇌사자의 기증만 있다. 뇌사기증자 449명 중 남성이 316명(70%), 여성이 133명(30%)이며 특히 40~50대 남성의 뇌사 기증이 많다.

생존 시 기증자로부터 이식받은 3년 평균 생존율과 11년 생존율은 각각 91.40%와 83.79%로서, 뇌사 기증자로부터 이식받은 3년 생존율(85.41%)과 11년 생존율(75.79%)에 비해 더 높다. 한편 남성에 비해 여성의 생존율이 좀 더 높다.

생존시 간장 기증(1106건)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비율은 직계비속(자녀, 67%)의 기증이었다. 반면에 생존시 신장 기증(1301건)은 배우자(39%)의 기증과 형제·자매(23%) 사이 기증이 많았다.

개그맨 겸 골퍼인 최홍림은 지난해 2월5일 서울아산병원에서 둘째 누나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았다. 신장을 이식받은 후에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시간 맞춰 복용해야만 한다.

최홍림은 2014년에 신부전증 진단을 받은바 있다. 신장 기능이 17% 정도면 음식 조절을 잘 할 경우 3년 정도 쓸 수 있는데 그의 신장 기능은 8%에 불과했었다.

그는 “둘째 누나 덕분에 새 삶을 얻어 기쁘지만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며 고생한 둘째 누나가 불쌍하고 안쓰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신장을 이식해 준 둘째누나 최영미씨는 “가족인데 당연히 이식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사랑의 장기이식 운동이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반향을 불러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홍림씨는 이번 일로 인해 장기 하나를 선물하면 사람이 새로운 삶을 산다는 것을 느끼고 자신도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예전에는 우리한테 닥치지 않은 일이라 방관했지만 겪고 나니 줄 수 있는 상황이 되면 고민하지 말고 기증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우리 모두 생명나눔 만큼 거룩한 나눔이 없다는 생각을 해봄직하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2호(2019년 12월10~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건희 재테크 칼럼니스트 mumford@mt.co.kr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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