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제조사 표기 삭제… "짝퉁 방지 vs 알권리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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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사진=이미지투데이

앞으로 화장품 포장지에서 제조사 표기가 사라질 전망이다. 해외 화장품업체의 무단 표절을 막고 K뷰티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대책이지만 소비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제조자 표기, 왜 없애나

보건복지부는 지난 5일 ‘K-뷰티 미래 화장품산업 육성방안’ 발표했다. 해당 방안은 크게 ▲기초소재 및 신기술(연구개발) ▲제조자 표기의무 삭제(규제혁신) ▲대규모 박람회 개최(브랜드 제고) ▲K뷰티 클러스터 조성(산업인프라) 등 4가지로 구성됐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제조자 표기 의무 삭제 방안이다. 화장품법 10조는 국내 판매 화장품에 제품을 생산·제조하는 제조업자와 이를 판매하는 책임판매업자를 구분해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책임판매업자는 화장품을 판매·유통을 담당하는 브랜드사를, 제조업자는 직접 개발·생산하는 생산자개발방식(ODM)이나 의뢰받은 제품을 생산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를 지칭한다.

정부는 국내 기업의 수출 타격을 이유로 이 같은 규정을 삭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제조사 정보가 노출될 경우 해외 화장품업체가 국내 화장품 판매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제조업체에 유사품 제조를 의뢰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해외 수출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업계는 제조자 표기 의무 규정으로 인해 해외 경쟁업체에 제조사 정보가 공개된다는 이유로 해당 규정의 삭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에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보건복지위원회 의원 12명은 지난 10월 화장품 제조사 표기 삭제를 골자로 하는 ‘화장품법 일부개정법률’(화장품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당시 김 의원은 “현행법에 따라 제품의 품질·안전 책임이 화장품 판매업자에게 있고 외국과의 규제 조화를 위해서도 화장품제조업자의 정보까지 의무적으로 표시될 필요는 없으므로 화장품의 포장에 화장품 책임판매업자의 상호 및 주소만 기재할 수 있도록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방안에 화장품 판매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 화장품 판매사 관계자는 “중국에서 한국 브랜드 기술력을 너무 쉽게 카피한다. 제조사는 1사1처방이라고 주장하지만 브랜드 입장에서는 공들여 내놓은 제품을 홀랑 뺏기는 상황”이라며 “해외 화장품의 경우 제조사 표기가 없어도 브랜드 자체를 믿고 구매하지 않나. K뷰티도 브랜드 가치가 우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사진=이미지투데이

◆제조사·소비자 ‘우려’

화장품 제조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표기를 없앨 경우 판매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 인증이 되지 않은 작은 제조사에 제품 생산을 맡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결국 품질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아직까지 화장품업계에 CGMP(우수화장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가 의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조업체명이 노출되지 않는다면 제조사 역시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유인이 약해져 오히려 K뷰티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 화장품 제조사 관계자는 “국내 2만여개 화장품 브랜드 중 연구 및 생산시설을 갖춘 브랜드는 2000개에 불과하다. 연구개발과 제조, 판매가 모두 전문화·분업화돼 있는 것”이라며 “제조사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제조하는데 제조시설이 없는 브랜드가 화장품을 만들 경우 책임질 수 있는지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조업체 표기가 삭제된다면 판매사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제조사를 선별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현재 수평적인 생태계가 무너지고 갑을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작용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화장품에 제조사를 따로 표기하기 않아도 제품 제조부터 공급, 유통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이력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국내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어서다.
화장품 제조사 표기 삭제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해당 청원은 지난 6일 오후 기준 약 4000명에 가까운 동의를 얻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소비자들도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국회에 화장품 개정안이 발의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를 반대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화장품에 표기된 제조원 정보 삭제 요청을 막아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올린 청원인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앞으로 제조원이 표시되지 않은 화장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함을 떨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수많은 화장품 브랜드가 있지만 우리는 그 브랜드를 다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제조사가 믿을만하면 제조사를 신뢰하고 작은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있다”며 “안전한 화장품이라는 믿음으로 제품을 구매하는데 왜 있는 정보마저 삭제해 소비자를 불안에 떨게 만드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제조회사는 책임있는 제조를 하지 않을 것이 자명하고 중국산 싼 원료로 제조를 하거나 저렴하게 외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국내 제조 화장품인 것처럼 유통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의 알 권리를 박탈하는 법안을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제조사 표기 의무 규정을 삭제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 5일 브리핑에서 “소비자의 불안은 크지 않을 것이다. 화장품 판매에 따르는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한 책임은 제조자에게 있지 않고 현재도 판매회사에 있다. 판매자를 명확히 표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김경은 silver@mt.co.kr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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