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키코 '불판 인정'… 배상까지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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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주말리뷰]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의 분쟁조정이 배상비율 15~41%(평균 23%)로 결정됐다. 지난 2008년 키코 사태가 발생한 이후 11년 만이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으나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급등하면서 키코에 가입한 많은 중소기업이 손실을 봤다.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키코 배상비율을 결정했지만 은행과 피해기업의 분쟁조정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은행, 적합성 원칙 위반… 최대 41% 배상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와 관련해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이 있다며 피해기업 4곳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는 조정 결정을 공개했다.

피해기업 4곳 중 1곳에는 손실액의 41%를, 또 다른 1곳에는 20%를, 나머지 2곳에는 각각 15%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손실액의 평균 23%를 배상하라는 것이다. 분조위는 은행의 고객보호의무 위반 정도와 피해기업이 투자 위험성 등을 스스로 살폈어야 할 자기책임원칙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분조위는 "은행들은 4개 기업과 키코 계약 체결 시 예상 외화유입액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거나, 타행의 환헤지 계약을 감안하지 않고 과도한 규모의 환헤지를 권유했다. 적합성 원칙 위반이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에 따른 오버헤지로 환율상승 시 무제한 손실 가능성 등 향후 예상되는 위험성을 기업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던 점(설명의무 위반)을 감안할 때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분조위는 기본배상비율을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적용되는 30%로 하고 키코 계약의 개별 사정을 고려해 가감 조정한 후 최종 배상비율을 산정했다.

배상책임 가중사유는 ▲주거래은행으로서 외환 유입규모 등을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경우 ▲계약기간(만기)를 과도하게 장기로 설정해 리스크를 증대시킨 경우 등이다. 경감사유는 ▲기업의 규모가 큰 경우 ▲파생상품 거래경험이 많은 경우 ▲장기간 수출업무를 진행해 와 환율 변동성을 인식할 수 있었던 경우로 분류됐다.

◆공대위, 분조위 결정 수용… 은행 "법리검토"


키코로 손실을 입은 기업들은 배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관건은 은행이 분조위의 조정을 수락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이번 분쟁조정 대상 피해기업은 일성하이스코와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재영솔루텍 등 4개 업체다. 금감원은 이들의 피해금액을 1490억원으로 추산했다.피해금액과 배상비율을 바탕으로 산정한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순이다.

은행들은 손해배상 청구권의 민법상 소멸시한인 10년(2008년 발생)이 지난 사안을 배상하는 것은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외국계인 씨티은행은 배상을 하려면 본사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난감해 하고 있다. 나머지 은행들도 키코 피해기업 배상이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한다. 이사회를 통과해도 주주들이 배임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서다. 

은행 관계자는 "법률 검토를 거쳐 배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소멸시효나 배임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권고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키코 피해 기업들이 모인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권고안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11년을 끌던 키코가 드디어 피해 배상이 이뤄졌다. 아쉽지만 금융당국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평가한다"며 "은행들은 책임회피를 멈추고 추가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금감원은 키코 분쟁조정 관련 양 당사자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조정결정 내용을 조속히 통지해 수락을 권고할 예정이다. 피해기업 및 은행이 조정안 접수 후 20일 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는 경우 조정이 성립돼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얻게된다. 당사자 요청시 수락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나머지 피해기업들의 추가 분쟁조정에 대해선 양 당사자의 수락으로 조정결정이 성립되면 은행과 협의해 피해배상 대상 기업 범위를 확정한 후 자율조정(합의권고) 방식으로 분쟁조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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