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웅의 여행톡] 울진여행, 대게보다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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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차분한 가족여행지, 울진
일출명소·스카이워크·대게, 하루여행 ‘배부른’ 후포항


울진 등기산공원에서 바라본 스카이워크와 출렁다리. /사진=박정웅 기자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매년 뜨는 새해라지만 새해에 거는 기대는 늘 새롭기 마련. 해운대, 호미곶, 정동진에 해맞이 인파가 몰린 이유다. 새해 1월, 해맞이를 겸한 보다 차분한 가족여행을 준비한다면 이곳을 주목하자. 비교적 한산한 경북 울진이다.

울진은 일출이 아름다운 여행지다. 울진의 남쪽 끄트머리, 바다를 접한 야트막한 동산에 서면 멋진 일출 장관을 만날 수 있다. 대표적인 데가 후포등기산공원이다. 이곳은 다른 일출명소에 비해 보다 한산해 좋다. 또 이곳과 출렁다리로 연결된, 바다로 뻗은 스카이워크도 일출 포인트다. 산 아래는 울진대게로 유명한 후포항이다.

◆경치·조망, 둘러볼 데 많은 울진 후포여행

등기산공원에서 바라본 후포항. /사진=박정웅 기자
후포(厚浦)면에는 울진을 대표하는 항구, 후포항이 있다. 이곳은 이름처럼 볼거리, 먹거리가 넉넉한데 사람들의 인심 역시 그렇다. 작은 포구마을은 둘러볼 데가 많다. 발품을 조금만 팔면 후포여행을 넉넉히 즐길 수 있다. 후포항, 등기산공원, 스카이워크가 서로 가깝다. 둘러볼 데가 따닥따닥 붙어있어 후포여행이 후딱 지날까. 그렇지 않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챙길 게 꽤 많아 하루 내내 머물러도 좋다. 

후포여행의 꽃은 등기산공원에서 핀다. 크게 공원 및 신석기 유물전시관, 출렁다리와 스카이워크로 이뤄졌다. 등기산(54m)에 조성된 이 공원은 지역민과 여행객 모두에게 쉼표를 선사한다. 바다와 후포항 바라기에 한참을 멍 때려도 좋은 곳이 많다.

등기산공원과 벨록 전망대
등기산공원 브레머하펜 등대. /사진=박정웅 기자
등기산공원 코르두앙 등대. /사진=박정웅 기자
등기산공원은 이른바 등대공원이다. 가동 중인 후포등대를 비롯해 한국(팔미도등대), 프랑스(코르두앙등대), 독일(브레머하펜등대), 영국(스코틀랜드 벨록등대), 이집트(파로스등대) 등 외국 유명 등대(축소판)까지 볼 수 있다. 이중 벨록등대는 직접 오를 수 있다. 푸른 동해바다와 바다로 돌출한 등기산스카이워크를 한눈에 담는 곳이다.


등대와 등대 사이를 오가는 길이 참 예쁘다. 개나리와 벚나무, 대나무, 팽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식재됐다. 겨울의 한복판에서 지난 꽃과 녹음, 단풍 시즌에 오간 여행객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뿐인가. 언덕마을의 계단길과 비좁은 골목길에도 벽화가 활짝 폈다. 후포항에서 공원을 오르는 마을길의 벽화는 아름답다.

산토리니풍이 인상적인 등기산공원 포토존. /사진=박정웅 기자

◆최불암 헛기침 소리 아련… 정겨운 등기산

마을길에서 만난 사람은 추억에 오래 남았다. ‘그대 그리고 나’의 추억이 저절로 소환됐다. 요샛말로 드라마 탑골공원 격이다. 마을길을 돌다가 툇마루에서 최불암 선생의 마른 헛기침 소리가 연상되는 집을 마주했다.

자신의 집을 인기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 촬영지로 내줬다는 마을 어르신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정웅 기자
드라마 촬영지라고 적힌 집 앞에서 서성일 때였다. 때마침 연세 지긋한 분이 문을 나섰다. 동네 마실을 나가는 모양이었다. 알고 보니 자신의 집을 드라마 세트장으로 내줬다는 주인장이었다.

그를 만나니 행운이 뒤따랐다. 웃음꽃이 활짝 핀 그는 묻지도 않았는데 드라마 뒷얘기를 챙겨줬다. 아울러 사진 촬영까지 흔쾌히 허락했다. 울진대게를 맛보기 전, 후포여행에서 헛배 먼저 부른 또 하나의 배경이 됐다.

등기산 벽화마을. /사진=박정웅 기자
등기산 벽화마을 초입. /사진=박정웅 기자
울진에는 동해안 걷기여행길인 해파랑길이 지난다. 코스 두개가 지나는데 이곳 후포항을 기점으로 23코스와 24코스가 나뉜다. 해파랑길 24코스의 초입에서 울진여행의 모든 것을 맛본 셈이다. 등기산공원에는 신석기 유물전시관이 있다. 등기산 일대는 신석기시대 한반도 최대의 집단매장 무덤과 돌도끼가 발견된 곳이다.

◆동해로 뻗은 스카이워크, 분절을 잇다

등기산공원의 신석기 유물전시관. /사진=박정웅 기자
등기산공원에서 바라보면 최근 생긴 울진의 랜드마크를 확인할 수 있다. 주인공은 지난해 개장한 등기산스카이워크다. 이 스카이워크는 국내 최대 길이를 자랑한다. 전체 길이는 135m에 높이는 20m. 특히 푸른 옥빛바다 위를 걷는 강화유리구간은 오금이 저린다. 바람에 스카이워크의 교각이 흔들리니 아찔한 맛은 더한다. 이 매력적인 스카이워크의 입장료는 무료다.

등기산공원에서 스카이워크를 가려면 출렁다리를 건너야 한다. 그리 긴 길이는 아니나 출렁임은 예사롭지 않다. 출렁다리 아래는 마을이다. 바닷가 마을답게 대부분 푸른 지붕을 얹었다. 푸른 바다를 걷는 스카이워크를 맛보기에 앞서 또 다른 바다를 걷는 기분이다.

등기산공원과 절개지에 자리한 마을. /사진=박정웅 기자
마을은 등기산공원 절개지 바로 아래쪽에 있다. 큼직한 벽화가 절개지 흔적을 지웠다. 울진의 석회암은 제철 과정에 많이 쓰였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곳의 절개지가 그러한 용도로 생겼는지, 또 마을은 어떤 유래에서 형성됐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새로운 아이디어가 마을 분위기를 바꿨다는 점은 짐작하겠다. 과거 다소 척박해 보일 수 있던 마을이 청량한 바다 빛깔을 띤 여행지로 변모한 것. 출렁다리와 스카이워크를 통해 분절된 등기산과 마을, 도로와 바다를 잇는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낸다.

탐방객들이 스카이워크를 걷고 있다. /사진=박정웅 기자
후포 갓바위도 울진의 여행명소다. /사진=박정웅 기자
스카이워크 오른쪽 갓바위를 찾는 이도 많다. 스카이워크가 생기기 전 많은 이들은 이곳을 찾았다. 후포 갓바위는 팔공산 갓바위와 비교할 정도로 경북쪽에서 명성이 자자했다는 설명이다. 육지에 팔공산 갓바위가 있다면 바다에는 후포 갓바위가 있다는 식이다. 실제 팔공산의 것과 단순 비교는 의미 없겠으나 독특하게 생긴 기암괴석은 퍽 인상적이다.

후포항은 울진대게의 주산지로 속이 꽉 찬 대게를 맛볼 수 있다. 울진대게는 속살이 쫄깃하고 담백해 예로부터 궁중 진상품으로 올려졌다. 대게 못지않은 녀석도 있다. 홍게라고 하는 붉은대게도 후포의 또 다른 먹거리다. 이곳 후포항을 중심으로 한 울진대게 축제는 3월초 열린다.

울진대게찜. /사진=박정웅 기자
붉은대게(홍게)를 파는 후포항 풍경. /사진=박정웅 기자

◆왕피천이 휘돌아가는 곳, 망양정과 성류굴

후포에서 7번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근남면이다. 근남면은 울진의 남북 허리 쯤에 걸쳐있다. 후포의 등기산처럼 이곳에도 일출명소가 있다. 아예 해맞이공원이 조성된 망양정(望洋亭)이다. 정자의 이름이 밝히듯 너른 바다를 향하기 때문에 일출명소야 두말할 필요는 없다.

망양정은 망양해수욕장 남쪽의 바닷가 언덕에 자리한다. 정자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관동팔경’ 가운데 으뜸이라 했다. 해서 조선 숙종은 ‘관동제일루'(關東第一樓)라는 현판을 하사했다. 정철은 <관동별곡>(關東別曲)에서 망양정의 절경을 노래했다. 숙종과 정조는 어제시(御製詩)를 지었다. 정선은 <관동명승첩>(關東名勝帖)에서 망양정을 화폭에 담았다.

성류굴 입구. /사진=박정웅 기자
성류굴 내부. /사진=박정웅 기자
망양정에서 바다와 연결된 왕피천을 따라 오르면 지하 금강(金剛)의 세계가 열린다. 인간의 셈으로 헤아릴 수 없는, 지구의 오랜 시간을 간직한 성류굴(천연기념물 제155호)이다. 왕피천과 연접한 성류산 절벽의 측백나무와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석회동굴인 성류굴의 가장 큰 특징은 오래 전부터 인간의 삶과 맞닿았다는 점이다. 삼국유사는 이곳을 장천굴로 기록했다. 먼저 신라의 보천태자는 이곳에서 수도하며 민심을 수습했다고 한다. 고려 이곡의 관동유기에도 성류사와 성류굴의 자취를 읽을 수 있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을 갖고 있는 동굴이다. 임진왜란의 슬픈 얘기도 전해진다. 주민 500여명이 이 동굴로 피난했는데 왜군이 동굴 입구를 막아 모두 굶어죽었다는 것이다.

깍아지른 성류산 절벽의 측백나무. 성류굴은 이 측백나무와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사진=박정웅 기자
성류굴의 전체 길이는 약 870m이며 이 중 약 270m가 개방됐다. 대형 종유석, 석순, 그리고 유석 등이 동굴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성류굴은 총 12개의 광장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1~10광장만 개방된다. 광장 중간에는 5개의 연못(池)이 있다. 연못 물속에 잠긴 큰 석순과 종유석은 국내 동굴 중 이곳에만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6호(2019년 1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울진(경북)=박정웅 parkjo@mt.co.kr

자전거와 걷기여행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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