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 쥔 노동계, 기업경영 흔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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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제1노총 지위 획득
-제1노총 빠진 경사노위, 대표성 부재
-투쟁 중심 민주노총에 경영계 긴장
-특고 노동자 노조·최저임금↑, 최대 ‘변수’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23년 만에 제1노총 지위를 획득하면서 국내 노동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제1노총의 경우 노동계가 참여하는 정부 기구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지분을 차지할 수 있는 만큼 노·사·정 관계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비정규직→정규직, 조합원↑

지난해 25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8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에 따르면 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의 조합원수는 각각 96만8035명과 93만2991명으로 집계됐다. 민주노총은 1995년 11월 출범 이래 처음으로 조합원수에서 한국노총을 앞질렀다.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정부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 발표에 따른 민주노총의 제1노총 공식화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제1노총 변화는 문재인정부의 노동 관련 공약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8년은 문 정부가 2년차를 맞이한 시점으로 노동 관련 공약을 적극적으로 전개한 시기다. 최저임금 인상, 해직자 복직, 공공부문 정규직화와 함께 네이버, SK하이닉스(사무직), 넥슨 등 IT 대기업의 노조 설립이 이어졌다.

한발짝 더 들어가보면 법외노조로 분류됐던 전국공무원노조(약 9만명)가 2018년 3월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개정하며 급격하게 세력을 확장했다. 공공부문 조직화를 주도한 공공운수노조 조합원수도 빠르게 증가한 부분이 민주노총 확장에 영향을 미쳤다. 2017년 약 17만명 수준이었던 공공운수노조는 1년 만에 2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민주노총도 지난해 4월 자체 조사한 신규 조합원 집계에서 공공부문만 37.9%에 달한다고 밝힐 만큼 관련 분야의 정규직화 정책이 제1노총 등극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2018년 한국노총은 전년대비 약 6만명의 조합원이 증가한 데 비해 민주노총의 경우 약 26만명이 늘었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2018년 당시 정규직이 된 노동자분 상당수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면서 제1노총 지위가 바뀌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본격적으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아 숫자로 얘기할 순 없지만 민주노총이 공공과 서비스부문에서 조직화사업에 주력했고 합법화된 노조가 출범하는 등 다양한 요소가 맞물렸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대화체 두고 '삐걱'

민주노총이 제1노총 지위를 획득하며 당장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대표성이 도마에 올랐다. 경사노위는 경제·사회 주체와 정부가 고용노동정책과 관련된 경제·사회정책을 협의하고 대통령에 정책 자문을 하는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다. 2018년 5월 경사노위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한달만에 관련 법 시행으로 공식 출범했다. 불참을 선언했던 양대 노총 가운데 한국노총이 참여를 결정했지만 민주노총의 경우 조합원 대의원회에서 경사노위 관련 안건이 부결된 후 현재까지 유보된 상태다.

경사노위는 한국노총이 노동계 대표성을 유지하며 노·사·정 합의를 추진해 왔지만 제1노총의 지위가 바뀐 만큼 조직의 위상도 흔들릴 수 있다. 민주노총이 참여의사를 밝히지 않아 현 체제를 유지할 경우 경사노위가 내놓은 노동 관련 합의는 그 정당성을 온전히 인정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오른쪽)과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이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노사정 신년인사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스1
문성현 위원장을 비롯한 경사노위 측과 정부는 ‘경사노위가 유일한 사회적 대화체’라고 못 박았지만 민주노총의 참여를 기대하는 눈치다. 지난 8일 고용노동부 노·사·정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문 위원장은 “제1노총이 된 민주노총이 사회적대화에 참여할지 응답해야 한다”며 “올해는 사회적대화가 가능한 사회인지 판가름을 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앞서 진행한 대의원회에서 경사노위 참여 안건이 두차례 부결된 가운데 조합원들이 여전히 관련 대화체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기 때문이다. 2018년 취임한 김명환 위원장도 올해 마지막 임기를 앞두고 있어 경사노위 안건을 재상정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결론이다. 노동계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신호가 있다면 경사노위의 틀에서 벗어나 별도 대화체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부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추진한 상황에서 경사노위의 취지가 크게 훼손된 만큼 다음 대의원대회에 참여 안건을 상정하는 것은 시간만 허비하는 일”이라며 “경사노위가 아니더라도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노·사·정 협의체를 통해 당면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투쟁성향, 경영계 노심초사

경영계는 민주노총의 제1노총 지위 획득과 노·사·정 구도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1노총이 바뀌며 정부가 정책 협의를 위해 마련한 위원회의 근로자 위원 배분도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노동계가 참여하는 정부 위원회는 약 70개로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위원회, 국민연금, 산재심의위원회 등이 포진됐다. 근로자 위원들은 각 위원회를 통해 정책 과정에 필요한 의견을 피력하고 영향력을 행사한다. 최저임금위원회 등 근로자 위원이 홀수로 구성된 위원회의 경우 제1노총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올해는 민주노총이 ‘플랫폼 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한 전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와 ‘최저임금 인상안 확대’에 주력한다고 밝힌 만큼 노동자 처우개선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공공부문에서 정규직화를 이룬 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호봉제 등 임금체계 조절도 올해 노·사·정이 협의해야 할 최대 난제로 꼽힌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과 특수고용직 노조 설립도 법개정이 필요한 부분으로 노·사·정의 합의가 필요하다.

노조 상급단체별 조합원 수 추이. /자료=고용노동부, 그래픽=머니S
경영계는 대화와 타협에 집중했던 한국노총과 달리 민주노총이 제1노총 지위를 획득하면서 강경투쟁 노선에 의한 마찰이 발생할지 우려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노사분규는 47건으로 상반기 기준 2006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시기 민주노총 금속노조 중심으로 한 대규모 파업으로 근로손실일수도 28만일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사업장별로 실리를 추구하는 중도성향 집행부가 자리해 강경 노선이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저임금도 3년간 30%가량 인상된 만큼 절대액이 상승한 상황에서 물가를 고려해도 4% 내외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2.87%로 시간당 8590원이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민주노총이 양적으로 제1노총이 됐지만 질적으로도 그 지위에 맞는지 스스로 돌이켜봐야 한다”며 “정부를 향해 직선적 요구를 관철하고 비판만 할게 아니라 책임감을 갖고 설득하기 위한 리더십을 갖춰야할 때”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설합본호(제628호·제6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채성오 cso86@mt.co.kr  |  facebook

머니S 채성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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