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웅의 여행톡] 바람 드러누운 곳, 세상 티끌 ‘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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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름 접어두는 제주 중산간 여행
산굼부리·성읍마을, 다정다감한 제주의 자연과 마을

제주시 조천읍 산굼부리의 꽃굼부리 전경. 산굼부리는 세계 유일의 평지분화구다. /사진=박정웅 기자
제주의 바다는 뭍과는 다른 이국적인 멋을 뽐낸다. 탁 트인 수평선에 푸른 바다와 검은 화산석이 인상적이다. 여행객들이 제주에서 바다를 먼저 찾는 이유다. 여행객들의 발걸음은 해안 곳곳으로 이어지기 마련. 잘 정비된 일주도로를 따라 마을이 들어서 있고 숙소와 음식점도 많다. 숨은 보물을 찾아 여행객들은 해안 구석구석을 누빈다.

제주여행의 즐거움은 바다에만 있는 게 아니다. 바다에서 눈을 돌리면 제주 어디에서나 마주하는 한라산과 수많은 오름이 있다. 특히 중산간지역(해발 200~600m)에는 개발의 때가 덜 탄 여행지가 많다. 한때 소개(疏開)의 아픔을 겪은 지역으로 4·3 당시 해안선으로부터 5㎞ 이상에 자리한 마을은 모두 불태워졌다. 중산간 여행의 매력은 독특한 환경 속에서 보다 느긋한 걸음을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데가 산굼부리, 비자림, 성읍마을이다. 모두 한라산 동쪽에 있다. 

◆세계 유일의 평지분화구 ‘산굼부리’

산굼부리 억새밭. 맞은편 한라산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눈이 쌓이면 설경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사진=박정웅 기자
제주도는 소규모 화산인 오름의 섬이다. 360여개의 오름이 저마다의 매력을 내세운다. 제주에는 매우 특이한 분화구가 있다. 화산 분출 과정에서 지반이 내려앉아 형성된 함몰분화구다. 조천읍 산굼부리(천연기념물 제263호)는 세계 유일의 평지분화구로 그 가치가 크다. ‘굼(구멍)부리’는 제주어로 분화구를 가리킨다.

산굼부리는 크게 분화구, 억새길, 구상나무길, 꽃굼부리로 구성된다. 걷기 좋은 길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걸음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산굼부리 정상(전망대)으로 향하는 길은 억새 바다다. 산사면을 가득 채운 하얀 억새는 바람이 일수록 장관이다. 맞은편 한라산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눈이 쌓이면 설경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산굼부리 분화구. 둘레 2㎞, 폭 650m, 깊이 140m의 분화구다. /사진=박정웅 기자
산굼부리에는 전설이 있다. ‘한감’이라는 별과 옥황상제의 ‘말잣딸’(셋째공주) 얘기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한 둘은 하늘에서 쫓겨났다. 경치가 가장 좋은 데를 머물 곳으로 정했는데 바로 산굼부리였다. 한감은 산굼부리에 살면서 산의 짐승들을 돌봤다. 정상 부근, 우뚝 솟은 사슴상이 주변을 살피고 있다. 사냥꾼 산신제가 이곳에서 열리는 연유다.

전망대에 서면 세계 유일의 평지분화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둘레 2㎞, 폭 650m, 깊이 140m의 분화구다. 한라산 백록담보다 분화구가 넓고 깊다. 그 깊이는 아찔해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다. 전망대 왼쪽에는 1.2㎞의 힐링코스인 구상나무길이 있다. 사슴상을 따라 내려오면 꽃굼부리다. 양지바른 곳엔 산담을 두른 무덤들이 햇별 바라기를 한다. 제주지역의 온화한 날씨 탓에 진달래며 개나리 등 봄꽃이 꽃망울을 터트렸다. 볕 잘 드는 꽃굼부리 지명을 실감케 한다. 

◆세상의 때 씻는 천년의 숲 ‘비자림’

비자림 탐방객들이 숲해설사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박정웅 기자
구좌읍 중산간에는 천년의 숲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374호 비자림은 한라산 동쪽으로 뻗어나간 종달-한동 곶자왈 중심에 있다. 길이는 1.4㎞에 폭은 600m다. 이곳에는 2800여 그루의 비자나무가 산다. 비자나무 대부분은 수령 300~600년으로, 아름드리를 자랑한다. 비자림은 단일 수종의 군락림으로는 세계적인 규모다. 더구나 자연 그대로 생긴 숲이어서 자연유산으로서 가치가 크다.

비자나무는 인간에게 많은 것을 내어준다. 탄력이 좋고 습기에 강해 고급 가구재나 건축재로 사용됐다. 비자나무의 열매인 비자는 천연구충제로 사람을 살렸다. 그런 까닭에 비자와 목재는 진상품으로 올려졌고 또 나무를 함부로 베지 못하게 관리했다. 뿐인가. 숲이 내뿜는 피톤치드가 세상 먼지를 씻겨준다. 

비자림에는 편하게 걸을 수 있는 화산토가 깔린 숲길이 있다. 쇄석의 사각거리는 소리가 귀를 맑게 한다. 숲길 좌우에는 난대림에서나 볼 수 있는 식생대가 형성됐다. 풍란, 차걸이난 등 희귀한 난초식물을 포함해 초본류 140여종, 후박나무와 생달나무 등 목본류 100여종이 비자나무와 어울려 산다.

비자림 초입의 벼락맞은 연리목. 마을사람들은 벼락을 맞고도 살아남은 이 연리목을 신주단지처럼 여긴다. /사진=박정웅 기자
비자림 천년의 비자나무. 비자림 맨 안쪽에 있다. /사진=박정웅 기자
비자림에는 꼭 봐야할 비자나무가 있다. 연리목 두 그루와 조상목이다. 먼저 초입의 연리목은 벼락을 맞았다. 수나무가 서로 뭉쳤는데 100여년 전 벼락을 맞아 오른쪽 나무의 일부가 불에 탔다. 하지만 왼쪽 나무에 불이 번지지 않아 생명을 이어갈 수 있었다.마을사람들은 벼락을 맞고도 살아남은 이 연리목을 신주단지처럼 여긴다.

또 다른 연리목은 숲길이 끝나는 지점에 있다. 벼락맞은 연리목에 비해 덩치가 아주 크다. 가까운 곳에는 천년의 비자림이 있다. 수령 800년 이상된 조상목이다. 밀레니엄을 기해 천년의 나무로 지정됐다. 높이 25m 둘레 6m의 노거수다.

비자림을 품은 곳은 ‘오름의 여왕’인 다랑쉬오름(382m)이다. 정상 조망이 매우 빼어나다. 작은 다랑쉬오름인 아끈다랑쉬를 비롯해 성산일출봉까지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가파르게 패인 분화구는 이곳을 찾은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오름을 실필줄처럼 엮어놓은 걷기여행길도 다랑쉬오름의 자랑이다. 4·3의 아픔을 간직한 다랑쉬굴이 가깝다.

◆오름 닮은 지붕, 생활사박물관 ‘성읍마을’

성읍마을. 제주사람들이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사진=박정웅 기자
서귀포 표선에는 옛 제주마을이 있다. 영주산을 배경으로 자리한 성읍마을은 다정다감한 정취를 풍긴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가까운 거리에 관광자원이 된 성읍민속마을과 주민들이 거주하는 성읍마을이 있다. 성읍은 지명이 말해주듯 오랫동안 현청의 소재지였다. 읍성과 향교, 돌하르방 등이 이곳이 행정·군사·교육·문화의 중심지였음을 방증한다. 

성읍마을은 화산석을 쌓아올린 담이며 오름을 닮은 둥근 지붕이 눈의 긴장을 풀게 한다. 제주의 독특한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온 제주사람들의 생활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야말로 생활사박물관이다.

사비나 ㈜사비나(사비나 헤어살롱) 대표원장이 K-뷰티투어 설명회에서 남성 헤어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박정웅 기자
성읍민속마을 한 가운데는 잘 생긴 나무 두 그루가 있다. 제주의 상징인 팽나무(퐁낭)와 느티나무다. 수령이 각각 600년과 1000년가량인 두 나무는 함께 천연기념물(제161호)로 지정됐다. 느티나무는 마을의 구심점이다. 이 나무에 싹이 트는 것을 보고 농사의 풍흉을 점쳤다고 전한다. 가령 동쪽에서 먼저 싹이 트면 동쪽 마을에, 서쪽에서 먼저 나오면 서쪽 마을에 풍년이 든다는 거다. 성읍민속마을을 둘러싼 정의읍성은 조선 세종 때 축조됐는데 현재 성벽 일부와 남문·서문이 복원됐다.

한편 이러한 독특한 제주여행 콘텐츠를 접목한 K-뷰티투어가 베일을 벗는다. K-팝이나 드라마가 방한관광의 스펙트럼을 넓힌 가운데 K-뷰티가 제주여행을 더해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시장을 확장한다는 취지다. K-뷰티투어의 포문은 관광벤처기업인 ㈜수요일과 ㈜사비나(사비나 헤어살롱)가 열었다. K-뷰티에 관심이 많은 외래객을 대상으로 사비나의 헤어와 메이크업을 체험하고 산굼부리 등 제주의 진면목을 만끽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설합본호(제628호·제6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제주=박정웅 parkjo@mt.co.kr

자전거와 걷기여행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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