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속 또 하나의 전쟁, '스포츠브랜드 대전'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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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유니폼과 프리미어리그 로고. /사진=로이터

리버풀은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하나의 이정표를 장식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연간 8000만파운드(한화 약 1216억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리버풀 선수들은 오는 2020-2021시즌부터 나이키가 만든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누빌 예정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단연 지구상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는 프로축구리그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돈이 모인다. 이에 유명 스포츠 브랜드들은 프리미어리그 팀을 후원하기 위해 거액을 투자한다. 연일 유니폼 및 스폰서 계약 역대 최다금액 기록이 경신되는 건 이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지난 1992년 새롭게 막을 올린 프리미어리그는 올해로 28년째를 맞았다. 28년의 세월 동안 잉글랜드 무대에서 가장 빛을 본 스포츠 브랜드는 어디일까. 반면 어떤 브랜드가 후원하는 팀다. 28년의 세월 동안 잉글랜드 무대에서 가장 빛을 본 스포츠 브랜드는 어디일까. 반면 어떤 브랜드가 후원하는 팀이 부진으로 골머리를 썩었을까. 프리미어리그를 휘감고 있는 또다른 '쩐의 전쟁'을 살펴봤다.

과거 나이키가 새겨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박지성. /사진=블리처리포트 보도화면 캡처

◆최다 영광 브랜드는?… EPL 양분한 '엄브로-나이키'

현재 진행 중인 2019-2020시즌을 제외하고 프리미어리그는 총 27번의 시즌을 거쳤다. 다양한 브랜드가 프리미어리그 팀들을 후원하며 모습을 내비쳤으나 시대를 크게 나눈다면 '엄브로'와 '나이키'의 대결로 가를 수 있다.

프리미어리그 역사에서 엄브로 유니폼을 입은 팀이 우승한 횟수는 10회에 달한다. 하지만 이는 나이키에 미치지 못하는데 나이키는 무려 12회에 달하는 압도적 성적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두 브랜드 유니폼의 우승 횟수를 더하면 전체 81.4%에 달한다. 그야말로 잉글랜드를 두 브랜드가 점령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독일에서 강세를 보인 아디다스는 프리미어리그 우승 횟수가 3회에 그친다. 주로 중위~하위권 팀들을 후원하는 푸마는 1번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이력이 있는데, 바로 2015-2016시즌 레스터 시티의 동화같은 우승 스토리를 함께한 것이다. 나머지 한 브랜드는 아식스인데 이는 지난 1993-1994시즌 우승한 블랙번 로버스가 입었던 유니폼 때문이다.

엄브로와 나이키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각각 프리미어리그 초창기 리그를 양분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아스날을 후원했다는 점이다. 양 팀이 당시 리그에서 가졌던 영향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맨체스터 시티는 유니폼 계약업체를 나이키로 바꾼 뒤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사진=로이터

특히 나이키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프리미어리그 상위권 팀들 대부분을 독식했다. 과거 아스날과 오랜 인연을 맺었던 나이키는 2000년대 들어 엄브로로부터 맨유와의 계약을 빼앗아오는 데 성공했다. 나이키 유니폼을 입은 알렉스 퍼거슨 경의 맨유는 2000년대 리그 3연패를 달성하는 등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

2010년대부터는 맨유를 아디다스에 내준 대신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첼시, 토트넘 홋스퍼와 연이어 손을 잡으며 이른바 '빅6' 중 절반에 달하는 팀들과 계약을 맺었다.

마케팅뿐만 아니라 선견지명에서도 빛을 발했다. 맨시티는 이번 시즌부터 나이키와의 계약을 끝내고 푸마 유니폼을 입었는데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말미까지 리버풀과 우승 경쟁을 벌이던 모습이 사라진 상태다.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기준 2위 맨시티(승점 48점)와 1위 리버풀(64점)의 격차는 16점에 이른다.

이보다 이전에는 오랜 기간 연을 맺었던 아스날을 내려놓고 토트넘과 손을 잡았는데 챔피언스리그 연속 진출 기록을 가지고 있던 아스날은 이 기간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며 지역 라이벌 토트넘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 올라가는 걸 지켜봐야만 했다.

반면 아디다스로서는 연이은 불운에 입맛을 다셔야 했다. 대표적으로 리버풀과의 계약이 있다. 아디다스는 2004-2005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이스탄불의 기적'을 일궈낸 리버풀과 2006-2007시즌부터 함께했다.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일궈내진 못했으나 명가로서의 이름값과 언제든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연간 1200만파운드(약 180억원)를 투자했다. 하지만 이후 리버풀은 2008-2009시즌 준우승을 제외하면 리그 우승에 근접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유럽대항전 경쟁에서 연이어 탈락하며 아디다스의 선택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아디다스는 2010년대로 넘어오면서 맨유, 아스날과 계약해 반등을 노렸으나 양 팀들도 모두 약속한 듯 부진을 겪으며 아디다스의 속을 태우고 있다. 특히 맨유와는 10년 간 총 7억5000만파운드(약 1조1380억원)라는 잉글랜드 최고 계약을 맺어놓고도 성적 부진에 시름하고 있어 더욱 쓰라리다. 

지난 시즌 아디다스 유니폼을 입고 강등당한 카디프시티(오른쪽). /사진=로이터


◆강등의 매운 맛… 글로벌 브랜드도 피하지 못한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우승 경쟁만큼이나 치열한 강등권 탈출의 세계에서도 스포츠 브랜드는 울고 웃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프리미어리그의 가치가 급속히 올라가면서 중하위권 팀들까지 유명 브랜드의 후원을 받는 경우가 많아지자 글로벌 브랜드들은 강등권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1992-1993시즌부터 매 시즌마다 3개 팀(1994-1995시즌은 4개 팀)이 강등의 아픔을 겪었다. 이 중 총 14개 팀이 엄브로 유니폼을 입은 채 강등의 아픔을 겪었다. 가장 대중적 브랜드 중 하나인 엄브로였던 만큼 우승 횟수만큼이나 강등 횟수도 못지않게 많았다.

프리미어리그 우승과 인연이 없던 아디다스는 27년 동안 총 9팀이 강등당하며 이 부문 2위에 오르는 굴욕을 겪었다. 특이할 점은 '아디다스 강등팀'이 최근 들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2010년 이전까지 아디다스 유니폼을 입고 강등된 팀은 1997-1998시즌 크리스탈 팰리스, 2007-2008시즌 더비 카운티, 그 다음시즌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전부였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의 급속한 성장과 더불어 중하위권 팀들을 후원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강등팀도 못지 않게 늘어났다. 풀럼,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 미들즈브러, 카디프 시티, 선덜랜드 등이 아디다스와 함께 강등의 아픔을 맛봤다. 특히 2016-2017시즌과 2018-2019시즌에는 3개 팀 중 2개 팀씩이 강등당하며 쓴 맛을 다셔야 했다.

한 팀이 여러번 강등당하며 아픔을 맛본 구단도 있다. 과거 이청용의 소속팀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볼튼 원더러스는 오랜 기간 스포츠 브랜드 리복과 제휴를 맺었다. 리복 자체가 볼튼 지역에서 시작한 브랜드인 만큼 오랜 기간 구단과 연을 맺고 투자를 이어왔다.

볼튼과 리복이 손을 잡은 배경은 아름다웠지만 볼튼의 경력만큼은 아름답지 못했다. 볼튼은 프리미어리그 탄생 이후 총 3번의 강등을 겪었는데 이는 크리스탈 팰리스, 미들즈브러, 선덜랜드(이상 4회) 다음으로 가장 많은 수치다. 하지만 위 3팀이 강등 때마다 다른 브랜드를 입었던 데 반해 볼튼은 항상 리복과 함께 강등을 겪었다. 리복은 추후 아디다스에 인수됐고 2014-2015시즌 마침내 볼튼과 안녕을 고했다. 

트위터 유저 그래픽헌터스가 최근 공개한 리버풀의 다음 시즌 나이키 유니폼 예상 이미지. /사진=트위터 캡처

◆커지는 '유니폼 전쟁', EPL 첫 10억파운드 돌파 팀 언제쯤?

프리미어리그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하나의 광고장이다. 중계권료만 조 단위가 넘어가는 프리미어리그의 마케팅 효과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맞춰 유명 스포츠 브랜드들은 앞다퉈 돈다발을 들고 잉글랜드로 들어오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10억파운드(약 1조5000억원)라는 천문학적 유니폼 계약을 맺은 곳은 없다. 미국 ESPN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 세계를 통틀어 10억파운드를 기록한 구단은 스페인 FC바르셀로나(나이키, 10년 10억파운드)가 유일하다. 바르셀로나의 라이벌인 레알 마드리드도 아디다스와 9억8000만파운드(약 1조4900억원)에 계약했다. 이어 첼시가 나이키와 맺은 15년 9억달러(약 1조500억원)로 뒤를 잇고 있다.

유럽 내 연간 유니폼 계약규모 순위. /사진='더 선' 보도화면 캡처

영국 매체 '더 선' 등에 따르면 리버풀과 나이키는 연간 8000만파운드라는 거액의 조건에 합의했다. 연간 금액으로 따질 때 단연 잉글랜드 역대 최고 계약이다. 이번 나이키와의 계약으로 리버풀은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바로 아래에 위치했다.

연간 계약으로만 본다면 잉글랜드는 유니폼 계약 탑10에 무려 6개 팀(리버풀, 맨유, 맨시티, 아스날, 첼시, 토트넘)의 이름을 올려놓았다. 리그 전체 경쟁력으로만 따진다면 더이상 분데스리가나 세리에A는 물론 라리가도 프리미어리그를 따라가기 힘들어졌다. 이대로만 간다면 이제 막 문을 연 2020년대에는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계약 최상위권을 독식하는 모습을 볼지도 모른다. '쩐의 전쟁'은 어쩌면 프리미어리그 바깥보다 안에서 더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안경달 gunners92@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기자 안경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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