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이 낳기 싫어요" 한 산모가 분만실에서 울부짖은 이유

 
 
기사공유
/사진=이미지투데이

"분만실에서 아기 못나오게 막아달라고 울며 부탁하는 산모도 있었어요. 출산힌 후에는 출생날짜 위조를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2월말 출산을 앞둔 산모들의 얼굴엔 잿빛 구름이 드리워졌다. 한국식 나이 셈법에 따라 12월생은 태어난 지 한달도 채 안돼 두살을 먹기 때문이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내 아이가 ‘엄마, 맘마’ 말을 하기 시작한 아이들과 같은 나이인 셈이다. 한살을 더 먹는 설날을 앞두고 '한국식 나이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생후 8일째 2살 된 아이… "출산 전부터 스트레스" 

한국에선 갓 태어난 아이를 한살로 친다. 이후 해가 바뀔 때마다 한살이 추가되는 방식이다. 이 같은 한국식 나이셈법은 과거 동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사용됐으나 현재는 모두 폐지됐다. 이른바 '세는 나이'는 12월31일생 아기일 경우 태어난 지 불과 하루만에 두살이 돼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2월25일 아이를 낳았다는 이모씨는 출산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커다란 압박감을 느껴야 했다. 출산 전부터 예정일이 12월인 점이 스트레스였다는 이씨는 "주위사람들 모두 '해를 넘겨 낳아라'라고 조언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발달 차이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이씨는 "1월과 12월생 간 격차는 분명히 존재한다"며 "11개월 차이가 나는데 신체와 정신 발달에서 격차가 없겠냐"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영유아기에는 몇달만 출생이 빨라도 발달 정도가 크게 차이 난다. 이에 태어난 아이가 동갑내기보다 발육이나 공부에서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산모들을 짓누른다. 

이와 관련, 김은영 한국육아정책연구소 육아정책실장은 "영아·유아의 경우 개월차이로도 (발육속도 차이가) 상당히 크다"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교사들 역시 3월생과 12월생이 많이 다르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에 어떤 부모는 아이의 생일이 늦는 경우 초등학교를 한해 늦춰 보내기도 한다고. 김 실장은 "초등학교에 가서 처음부터 잘해야 아이가 자신감을 가지는데 못 알아듣는 상황이 반복되면 아이의 미래에 악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예정일이 12월일 경우 산모들은 출산을 미루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분위기다. 산부인과 간호사 김모씨(26)는 "일단 아이가 태어나면 모든 산모들은 기뻐한다"면서도 "하지만 12월 출산 예정일인 산모 대부분은 아이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든 (출산을) 참아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한국식 나이셈법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글. /사진=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

◆한국식 나이셈법 대신 '만 나이' 정착 요구 목소리 크다  

한국식 나이셈법의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는 매해 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하는 단골 주제다.

지난 6일과 10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한국식 나이셈법을 폐지해 달라는 청원글이 게재됐다. '한국식나이'를 폐지해달라는 청원글에서는 "태어난지 1~3개월된 아이와 태어난지 10~12개월 된 아이들이 같은 년도의 학년으로 취급돼 성장하는 과정에서 경쟁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며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으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나이의 문제점이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만 나이'를 정착시켜달라는 제목의 또 다른 글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두 돌(만 2세) 미만 영유아의 나이를 셈할 때는 세는나이대신 개월수로 답한다"며 "이때 개월수를 따지는 나이 셈법이 바로 만 나이다. 2019년 12월31일 태어난 신생아와 2019년 1월1일에 태어나 제법 걷기와 옹알이까지 할 수 있는 아이를 똑같은 두살이라고 말하는 것이 모순이라는 점은 세는나이 문화권에서도 인지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세는 나이' 대신 '만 나이'로 통일하자고 주장한다. 만 나이 셈법은 한국을 제외한 전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쓰인다. 이와 관련 입법 활동도 이뤄졌지만 진척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해 1월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은 연령 계산과 표시방식 차이로 인한 ▲불필요한 행정비용 낭비 ▲외국과 다른 연령 기준으로 인한 정보전달의 혼선 ▲특정 월의 출산 기피 현상 등을 이유로 만 나이로 통일하자는 내용의 연령 계산 및 표시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현재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감호사 김씨는 일시적인 대안책이라도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적어도 입학나이를 낮춰서 완전 낮은수준부터 아이들을 평준화하는 등 이 같은 격차를 줄일 교육방식이 나와야 한다"며 "한국식 나이셈법의 차이를 줄일 교육방식이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소현 kang420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강소현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162.84하락 32.6618:03 02/21
  • 코스닥 : 667.99하락 13.6718:03 02/21
  • 원달러 : 1209.20상승 10.518:03 02/21
  • 두바이유 : 58.50하락 0.8118:03 02/21
  • 금 : 56.41하락 0.5118:03 02/21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