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키코 배상… DLF와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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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사태에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DLF는 금융감독원 분조위의 배상안을 적극 수용한다고 밝혔지만 키코는 손해배상 결정에 소극적이다.

금융당국의 의지와 달리 DLF사태는 빠르게 마무리되는 반면 키코사태는 또 다시 장기전으로 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키코와 DLF는 다르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지난해 12월12일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 6곳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으로 총 255억원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키코 배상을 결정했고 하나은행은 이사회에서 배상을 논의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키코 안건을 이사회에 올리지 않고 논의를 추후로 미뤘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사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시한인 이달 8일까지 수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은행이 많다”며 “연장 요청이 오면 시한을 한 차례 더 연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_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사진=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앞서 금감원 분조위는 DLF 판매에서 은행의 불완전판매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하며 피해자의 사례에 따라 최저 20%에서 80%까지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투자자의 투자숙련도에 따라 고위험상품을 판매하는 적합성 원칙과 ‘원금손실 혹은 원금 이상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분조위의 결정에 따라 피해자들과 배상 합의를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은 DFL 피해자 600여명 중 64%에 달하는 380여명 이상의 배상을 완료했다.

하나은행은 DLF 배상위원회를 일주일에 1~2회 가량 열고 매회당 30~40건씩 승인하고 배상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 하나은행이 판매한 DLF 상품은 아직 손실확정이 안된 펀드가 많아 400명 중 100여명(25%)의 배상을 완료했다.

두 은행이 DLF와 키코 배상에 적극 나서는 가운데 나머지 은행들은 “DLF와 키코는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상품가입 주체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으나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파생상품이다. 2008년 금융위기에 환율이 급등하는 바람에 키코에 투자한 919개 중소기업들이 약 3조원의 피해를 봤다.

DLF는 해외금리를 기초자산으로 만든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한 사모펀드로 최종 수익률이 확정되는 평가일에 금리가 배리어(행사가격)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을 보는 구조다. 한 때 잘 나가던 독일, 영국, 미국국채 금리가 –0.2%까지 떨어져 원금 100% 손실 구간에 진입하기도 했다.

금감원이 발표한 DLF와 키코의 분쟁조정 결과 배상비율은 최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DLF의 경우 40~80%(평균 59% 수준)를 은행이 배상할 것을 권고했고 키코는 15~41%(평균 23%) 수준으로 낮게 권고했다.

은행 관계자는 “DLF는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의 40%에 달하는 등 은행의 불완전판매가 있었다고 판단해 배상수준이 높게 결정됐다”면서도 “키코는 수출거래가 많은 기업이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충분히 인지하는 점을 고려해 배상비율을 낮게 권고됐다”고 말했다.

◆DLF 중징계→키코 배상 앞당겼나


키코 배상을 검토하는 은행의 속내는 복잡하다. 키코는 민법상 손해액 청구권 소멸시효인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배상이 주주 이익을 해치는 배임에 해당할 수 있어서다. 금감원의 주장처럼 형사상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아도 주주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은 경영진의 부담이다.

때문에 우리은행이 키코 피해기업에 대한 금감원 배상안을 받아들인 이유가 DLF사태와 연관된 최고경영자(CEO)의 징계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30일 금감원 DLF 제재심에서 중징계(문책경고) 제재를 받았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금감원장의 전결 사항이지만 기관 제재가 포함된 경우 통상 금융위 의결을 통해 제재 결과를 통보한다.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결정되는 손 회장 입장에선 금융당국과의 긴장관계를 이어가기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이제 관심은 신한은행과 산업은행에 쏠린다. 신한은행은 금감원 배상안을 받아들이면 이번 분쟁조정분 150억원과 향후 이뤄질 자율조정분 400억원을 합쳐 총 55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시중은행의 리딩뱅크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수백억원의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처지다.

산업은행은 금감원의 피검 기관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소 자유롭다. 키코 배상에서 상대적으로 소신 있는 선택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다만 금융당국과 정챙금융을 공유하는 국책은행이란 점은 오히려 족쇄다. 내부에선 정권교체 시 키코 배상이 경영진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도 높다.

외국계은행인 씨티은행은 키코 배상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미국 본사 이사회를 거쳐기 때문에 배상안 수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키코와 비슷한 사례로 소비자 측이 승소한 전력이 있어 배상을 수용하는 것을 고려하는 중이다. 

박선종 숭실대학교 법대 교수는 “키코와 DLS는 기업과 개인이 옵션 매도 위험을 인수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면서도 “키코는 DLF와 달리 금감원 분조위가 시한연장을 수락하는 등 고심을 거듭하고 있어 장기전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1호(2019년 2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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