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부동산을 움직이나] ‘온라인방송 주식사기’의 부동산판?

 
 
기사공유
대한민국 전체가 부동산에 미쳐있다. ‘광풍’이란 표현을 이미 넘어섰다. 소문난 강사가 강연하는 부동산 투자 설명회에 엄마 손을 잡고 지방에서 KTX로 상경한 초등학생은 “트럼프보다 돈 많은 부동산 재벌이 되고 싶은데 지금 당장 뭘 해야 하냐”고 질문했다. 직장 동료들끼리 만나도, 가족들이 1년에 한두번 모이는 명절에도, 동네 커피숍에서도, 학부모 모임에도 모두가 부동산 얘기다. “누구는 몇년 만에 몇억원을 벌었네” 하는 말들 뿐이다. 직장생활을 갓 시작한 20대가 수십억원짜리 서울 강남 아파트를 현금으로 사들이고 미성년자가 집 몇채를 소유하고 집을 사고팔아 시세차익을 남기는 이들이 추앙받는다. 하지만 이면에는 높아진 전세금을 감당못해 더 좁고 낡은 집을 찾는 무주택자들이 절반에 달한다. ‘신화’로까지 불리는 부동산 성공담은 언제까지 쓰여질까. 이런 대한민국 부동산을 움직이는 이들은 누구인가.<편집자주>

[주말리뷰] 유튜버‧스타강사 정조준한 정부

유튜브에서 ‘부동산’으로 키워드 검색을 하면 ‘ㅇㅇㅇ의 부동산’, ‘ㅇㅇㅇ 부동산TV’, ‘ㅇㅇㅇ의 부동산경제학’ 등 무수히 많은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부동산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들이 가장 기대하는 내용은 무엇일까. 시중은행 소속의 A부동산 컨설턴트는 “제도권이 원론적이고 고리타분한 이야기만 하는 데 비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선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당장 투자해 돈 벌 수 있다는 식의 정보를 직설적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튜브에서 ‘부동산’으로 키워드 검색을 하면 ‘OOO의 부동산’, ‘OOO 부동산TV’, ‘OOO의 부동산경제학’ 등 무수히 많은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다. ‘스타’로까지 불리는 강사도 있고 수려한 외모와 말솜씨로 수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쏟아내는 정보가 검증됐냐는 것이다. 무분별한 정보의 홍수 속에 경계심을 잃고 투자할 경우 피해가 우려된다. 일부 유튜버나 강사들은 부동산거래가 거의 없는 지방 대도시에 소위 ‘찍어주기’를 해 투기수요를 모으고 집값을 띄운다. 이렇게 형성된 집값 거품은 지역 내 실수요자들에게 비용부담을 전가할 뿐 아니라 투기수요의 차익실현 이후 부동산가격이 폭락하면 자산가치 하락의 손해마저 짊어지게 만든다.

◆‘특사경’ 확대 실효성 있나

SNS 미디어의 발달은 부동산 재테크시장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다. 부동산 정보의 유통이 신문이나 방송보다 유튜브, 카페, 단톡방에 의해 움직이며 영향력도 크다. 부동산을 구매할 때 사람들은 더이상 가족이나 친지의 말에 의존하지 않는다. SNS가 의사결정의 기준이 됐다. 피데스개발이 1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부동산 정보를 수집하는 채널로 관련 사이트와 검색포털을 선택한 답변이 52%에 달했다. 신뢰도 역시 공인중개사(10%)의 4.5배에 달하는 45%로 나타났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남 김해, 창원 등이 제조업 경기 불황에도 미분양 아파트가 빠르게 소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알고 보니 유튜버가 찍어준 지역이었다. 미분양이 많은데도 분양권 프리미엄이 수억원씩 붙었다”고 귀띔했다.

조선·철강·해운 등 지역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지방 대도시들은 최근 수년간 불황으로 인해 부동산거래가 뚝 끊겼다. 그러다가 서울 아파트값 상승이 지속되고 정부가 ‘서울 규제-지방 완화’의 정책을 쓰자 일부 지역의 부동산경기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울산은 지난해 10월 초 아파트값이 30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공급과잉이 심각한 부산 해운대구도 약 25개월 만에 집값이 올랐다. 규제를 모두 피한 대전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5~6%대를 기록했다. 전남 광양은 지난해 1월 외지인 거래비율이 61%까지 치솟은 뒤 집값도 대폭 올랐다.

“정부가 서울 강남과 용산의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보관된 실거래가 신고내역 등을 조사하고 있어요. 공무원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특정지역을 타깃으로 조사할 수밖에 없는데 사실상 거래 시간만 지연시킬 뿐 큰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죠. 사실 지인과 친척을 동원한 가짜계약은 서울보단 수도권 외곽과 지방에서 훨씬 심각해요.”

얼마 전 지방정부의 현장조사를 받은 용산의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만약 지방에 불법거래 조사를 가면 하루에 몇건은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은 최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동산 특별사법경찰(특사경) 확대 계획을 밝혔다. 2월부터 서울, 경기는 물론 세종시와 경남 일부 지역의 부동산 투기행위를 집중단속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특사경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국토부는 현재 6명인 특사경 인원을 15명 안팎으로 확대키로 했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론 실질적인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특사경 인원을 추가 확대할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와도 공조하겠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꺼냈다.

◆스타강사-투기수요 유착 있나?

소위 ‘부동산 스타강사 신드롬’은 과거 온라인방송 주식사기의 부동산판이란 지적이다. 국토부는 지난해에도 유명 부동산 블로거 등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조정대상지역인 부산, 광주, 대전 등 지방 대도시에 작전세력이 진입해 집값을 끌어올린다는 지적이 잇따른 이유다. 2018년에는 실제 유명 블로거들이 줄줄이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다만 기획부동산이 유튜브나 스타강사와 실제 유착관계가 있는지는 밝혀내기 쉽지 않다. 정부는 검찰 고발과 국세청 공조 등의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집값 담합을 조장하는 단지 내 부녀회나 주민 단톡방 등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백화점 문화센터도 부동산 신드롬의 영향을 받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3월 문화센터에 부동산 전문강좌를 확대, 지난해 대비 평균 20% 이상 늘렸다. 롯데와 현대 등 다른 대형백화점들도 비슷한 양상이다. 문화센터에 초빙되는 스타강사 강연료가 시간당 1000만원이 넘기도 한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재테크 문의가 많고 일반적인 시장 전망뿐 아니라 절세 등 전문적인 분야가 많아지는 추세”라며 “강연마다 모두 자리가 꽉 찬다”고 말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195.50하락 14.8418:03 02/20
  • 코스닥 : 681.66하락 3.1218:03 02/20
  • 원달러 : 1198.70상승 9.418:03 02/20
  • 두바이유 : 59.12상승 1.3718:03 02/20
  • 금 : 56.39상승 1.2818:03 02/20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