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규제는 이통사 이윤 확보해주는 조치"

'보조금'의 비밀, 베일 벗다/ 전문가 인터뷰 - 권영선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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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휴대폰을 사려면 꼭두 새벽에 동대문으로 달려가야 한다? 지난 2월 11일 동대문의 일부 휴대폰 판매점, 대리점에서 일어났던 '211 대란'이후 생긴 '웃픈' 말이다. 이날 새벽 매장에서는 약 80만원짜리 휴대폰을 사는데 최대 145만원의 보조금이 지원되기도 했다. 다음날 같은 모델의 스마트폰에서 보조금 100만원이 쏙 빠졌고 '대박'을 피해간 고객은 '호갱'이 됐다.
시간과 장소별로 차별적인 보조금을 지급해 '대박 고객'과 '호갱'을 양산하는 곳. 현재 국내 통신 시장의 자화상이다.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정부가 이통3사에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지만 그 효과가 또 얼마나 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난해 7월 KT가 과다 보조금 제공으로 영업정지 조치를 당한지 7개월 만에 대란이 터졌기 때문. 7개월 후 또다시 보조금 폭탄이 쏟아지지 않겠냐는 기대감마저 감돈다. 정부의 보조금 정책은 신뢰를 잃은지 오래다.
<머니위크>는 통신시장을 들썩이게 한 '보조금 대란'의 전말을 살펴보고 영업정지 철퇴를 맞은 통신시장,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봤다. 영업정지에 따른 여파를 짚어보고 예측불허 보조금으로 혼란이 가중되는 현 시장에 필요한 대안을 모색해봤다. <편집자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 중인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유통법)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유통법은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단말기 보조금을 투명하게 공시하자며 조해진 의원(새누리당)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OO대란'처럼 거금을 할인해준다는 말은 무성하지만 거액의 보조금을 받는 이들이 드물고, 대부분의 소비자가 '호갱님'(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손님)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물론 통신관련법이 그렇듯 유통법도 정부와 학자들은 물론 여야, 소비자 할 것 없이 찬성과 반대로 갈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경제학자들 사이에선 "보조금 규제가 소비자 편익을 막는다"며 보조금 규제를 폐지하고 자율적인 시장경쟁체제에 맡기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권영선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 교수를 만나 유통법에 따른 쟁점을 짚어봤다.
 

권영선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 교수
◆ 보조금은 소비자 이익, 왜 막나

- 정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통과되면 현재의 혼탁한 시장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는 모양이다.

▶이동통신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며 경쟁하는 게 왜 나쁜가. 보조금을 더 많이 지급할수록 소비자의 편익이 증대되는 것 아닌가. 규제기관인 방통위는 이용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단말기 보조금을 제한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용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닌 이통사의 이윤을 확보해주는 조치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이 혼탁하다는 표현 역시 다분히 사업자적 시각이다. 사업자간 경쟁이 치열할수록 득을 보는 것은 결국 소비자다. 유통법은 소비자 편익을 제한하는 조치로밖에 볼 수 없다. 지금처럼 포화상태인 이동통신시장에서는 보조금 경쟁을 자율로 해 소비자가 더욱 대접받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가계통신비 절감에 기여하는 것이다.

- 그럼에도 유통법이 보조금 대란을 잠재워 소비자의 상대적인 박탈감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나.

▶정부가 유통법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에 대한 차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누구는 보조금을 많이 받는데 나는 적게 받으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없애기 위해 보조금을 투명화하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소비자 차별이 빚어지는 것은 오히려 보조금을 규제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보조금 규제가 없어지면 숨어서 보조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조금 대란이 아니라 '보조금 대박'이 되는 것이다.

- 보조금을 과도하게 지급하면 가뜩이나 짧은 우리 국민의 단말기 교체주기가 더욱 짧아지고, 이것이 결국 과도한 통신비 증가로 연결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다분히 가부장적인 시각에서 비롯된 발상이다. 단말기를 자주 바꾸는 것이 지나치다고 해도 그것이 왜 문제가 되나. 단말기를 자주 바꾸는 것은 개인의 선택일 뿐 아무런 해악이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통사와 제조사가 단말기 보조금을 많이 지급한다면 통신비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현재의 통신비는 '월사용액+단말기 할부금-보조금'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단말기 교체주기를 지적하는 정부의 논리에서 소비자는 빠져 있는 셈이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3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이동통신 3사의 보조금 지급행위에 대한 시장조사 결과를 가지고 추가 제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사진=뉴스1 안은나 기자
◆ 무엇을 위한 이동통신사업자 영업정지인가

-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영업정지 조치로 이통사의 매출이 급감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의 불편도 가중되고 있다. 영업중단조치는 타당하다고 보나.

▶영업정지로 인해 이통 3사는 마케팅비용을 줄여 오히려 이익을 얻고 있다. 보조금 지급을 규제해야 한다는 정부의 논리가 맞다면 이통사에 벌을 줘야 하는데 반대로 상을 주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반면 소비자는 사업자를 선택할 권한이 줄어드는 등 불편이 가중된다. 특히 정부는 내수를 활성화하자는 주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거래를 활성화시켜야 하는데 영업을 정지시키는 것은 모순이다. 시정돼야 한다.

- 영업정지 대신 통신요금을 인하하자는 얘기도 오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차라리 이통사가 법을 어길 때마다 통신요금을 인하하도록 조치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불법 보조금 경쟁을 적발할 때마다 가입자 1인당 월정요금을 1000원씩 인하한다고 가정해보라. 이 경우 이통사의 매출이 연 6000억원 감소하고 5000원을 인하하면 3조원이 줄어든다. 요금인하는 고스란히 소비자 후생으로 연결된다. 1000원 요금 인하 시 4인 가족 기준으로 매월 4000원, 매년 4만8000원의 가계부담을 줄일 수 있고, 5000원 인하 시 매월 2만원, 매년 24만원이 절감된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란?

보조금 단가표 /사진=머니투데이DB
현재 이통사들이 단말기에 지급하는 보조금은 원칙적으로 합법이다. 다만 전기통신사업법 50조에 근거해 부당한 이용자 차별을 금지한다는 예외조항에 따라 보조금 차별지급을 금하고 있다. 누구는 10만원을 보조하고 누구는 100만원을 지급하는 것처럼 이용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다.

전영만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총괄과 과장은 "지금처럼 일부에서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하면 보조금을 적게 받은 자가 많이 받은 자의 비용부담을 떠안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차별을 줄이고자 1인당 보조금 예상액을 산정해 27만원으로 정하고 이를 넘는 보조금을 지급하면 규제를 받게 된다.
 
물론 현재 100만원을 호가하는 스마트폰 단말기 금액을 따져볼 때 27만원은 결코 많은 보조금이 아닐 수 있다. 미래부와 방통위도 현재의 보조금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여겨 새롭게 내놓은 것이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다.

유통법에 따르면 판매점은 방통위가 고시한 보조금 상한액의 최고 15% 선에서 추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 전 과장은 "기존 27만원만 지급하던 보조금정책보다 훨씬 유연성이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문혜원 gissel@mt.co.kr

문혜원 기자입니다. 머니위크 금융부와 산업부를 거쳐 현재 온라인뉴스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궁금한 사안을 빠르고 정확하게 보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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