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P2P 모럴해저드’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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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개인대 개인)대출업계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됐다. 한국P2P금융협회가 최근 모아펀딩을 회원사에서 제명하면서다. 스스로 협회를 탈퇴한 업체도 눈에 띈다. 앞서 제명 논의 명단에 오른 펀딩플랫폼은 논의 직전 스스로 협회를 탈퇴했다. 또 다른 업체인 A사는 투자받은 금액을 아무런 공시 없이 다른 차주에게 빌려줬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번 옥석가리기가 보내는 시그널은 명확하다. 그동안 협회 회원사는 P2P투자 안전지대로 인식됐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협회 회원사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그렇다고 당장 마땅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가운데 P2P전문법안이 발의돼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적근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P2P협회 회원사에서 발생한 일들

펀딩플랫폼은 지난 10일 협회를 자진 탈퇴했다. 펀딩플랫폼은 보도자료에서 협회탈퇴 이유에 대해 “우리가 추구하는 ‘고객 중심경영’ 방향성이 (협회와) 달라 탈퇴를 최종결정했다”고 밝혔지만 협회 제명 논의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제명을 예상해 스스로 물러났다는 것.

펀딩플랫폼이 협회 제명논의 대상에 오른 건 공시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다. 펀딩플랫폼은 지난해 9월 건축자금(부동산 PF) 용도로 투자자 350여명으로부터 13억원을 투자받아 대출자에게 빌려줬다. 상환기간 10개월, 수익률 연 18%인 상품이다. 그러나 상환만기를 목전에 둔 최근에야 ‘공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공지했다. 대출자가 이 자금으로 토지를 샀는데 이후 공사에 대한 재논의가 생겨 상환만기 2개월 앞둔 지난 4월 토지를 다시 매각하는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펀딩플랫폼은 투자자에게 이 사실을 바로 알려야 했지만 절차를 무시한 셈이다.

펀딩플랫폼 관계자는 “공시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바로 공지하지 못한 점은 미흡했던 부분”이라면서도 “협회 탈퇴는 지난해부터 내부적으로 검토해온 사항”이라고 말했다. 펀딩플랫폼은 지난해 6월 협회 설립 때부터 회원사로 참여했다.

A업체는 공시와 다른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다른 차주에게도 대출해줬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를테면 A사가 차주(a)에게 연 15%의 금리로 1억원을 빌려주기로 한 상품을 만들었는데 예상보다 많은 2억원의 자금이 몰렸다고 가정하자. A사는 투자자에게 다시 돌려줘야 하는 추가 모집분을 차주(b)에게 연 19%의 금리로 다시 대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돌려막기’를 시도했다는 의심도 받는다. 이 업체는 만기가 된 차주(c)의 투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또 다른 차주(d)에게 거짓 투자처를 제시하며 자금을 끌어모은 후 투자금을 되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P2P협회는 A사에 협회 내부규정이 아닌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고 제명 건에서 제외했다. 감독당국은 수사당국에 이 업체의 수사를 의뢰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모아펀딩은 협회 내부의 이자제한규정(연 19.9% 상한)을 어긴 데다 협회의 수차례 시정요구에 응하지 않아 제명됐다. 특히 시정요구 과정에서 발생한 협회와의 마찰이 불거져 회원사로부터 신의를 잃었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제명안 논의를 위해 열린 임시총회엔 56개 회원사 가운데 50개사가 참석했는데 대다수가 이 업체 제명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회원사, 투자 위험성 높아”

이처럼 P2P협회가 회원사를 직접 제명한 것은 회원사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협회는 금융당국이 P2P대출·투자 이용 시 P2P협회 회원사 이용을 권고할 만큼 ‘후광 효과’를 누리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162개사로 추정되는 국내 P2P업체 가운데 협회 회원사는 56개사에 불과하지만 P2P시장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80%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높다. 협회에 소속된 것만으로 고객 유치가 유리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P2P이용자로선 이 같은 소식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P2P협회 회원사라고 무조건 믿어선 안된다는 점이 이번 제명사건을 통해 확인돼서다. P2P이용자 스스로 협회 회원사 가운데서 옥석을 가릴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회원사 가운데 어느 업체가 ‘좋은 업체인지’ 혹은 ‘나쁜 업체’인지를 가리기는 쉽지 않다.

이승행 협회장은 “비회원사 중에는 성실하게 운영되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회원사는 협회의 주기적인 감사와 공시 모니터링을 받는다. 업권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협회가 자율 자정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감독당국은 일단 P2P 이용 시 협회 회원사 이용을 독려한다. 박형근 금감원 P2P대응반 팀장은 “회원사는 자체 감사를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반면 비회원사의 경우 그렇지 않아 투자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회원사는 인터넷진흥원으로부터 웹 취약성(보안) 점검도 받는다. 비회원사는 며칠 지나면 홈페이지가 없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라며 회원사 이용을 권고했다.

P2P협회는 이용자가 회원사 중에서도 P2P가이드라인과 협회 내부규정을 어느 업체가 항목별로 잘 지키는지 홈페이지에 공시할 계획이다. 또 경고-시정-제명보다 명확한 체계를 마련한다. 시장교란 행위를 빠른시간 내 시정하기 위함이다.

이 협회장은 “이용자 입장에선 해당 업체가 당국과 협회 권고사항을 충실히 이행한 업체인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며 “투자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해야 P2P시장도 더욱 발전할 수 있다. 이밖에 협회 내 5개 분과를 만들어 모든 회원사와 의견교환을 활발히 하고 당국과도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발의된 P2P전문법안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률적 근거가 될지 주목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온라인대출중개업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P2P업체는 대출상품의 내용, 투자 위험도, 시행령으로 정하는 사항 등의 정보를 투자자에게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또 업체가 고의나 과실로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히면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금융당국엔 P2P업체의 영업행위에 대한 감독권한이 부여된다. P2P업체가 영업을 하기 위해선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하는데 금융위는 위법행위를 한 P2P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고 영업정지나 등록취소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8호(2017년 7월26일~8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서대웅 mdw1009@mt.co.kr

<머니S> 금융팀 서대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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