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해진 내비게이션] 길라잡이에서 '비서'가 되다

 
 
기사공유
20년 전만 해도 지도를 보며 길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이나 내비게이션 단말기만 있으면 모르는 곳도 척척 찾아갈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2000년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화면 속 전자지도는 진화를 거듭했고 2D에서 3D를 넘어 AR(증강현실)이 접목되는 추세다. <머니S>가 운전자의 발을 넘어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한 내비게이션의 트렌드를 살펴보고 서비스의 핵심인 지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봤다. 또 최근 대세로 떠오른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비교 체험해봤다.<편집자주>

# 1997년 봄. 새차를 구입한 직장인 A씨(30세)는 주말에 여자친구와 춘천을 가기 위해 서점에서 지도책을 구입했다. 경춘가도 드라이브코스를 전날부터 숙지했지만 초행이다 보니 도로표지판 체크하랴, 지도책 살펴보랴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 아차. 표지판 신호를 잘못 본 탓에 엉뚱한 길로 접어들었다. 유턴하는 A씨의 이마에서 진땀이 흘러내리는 사이 조수석에 앉은 여친은 팔짱을 끼며 남친이 영 미덥지 못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내비게이션은 구경조차 하기 힘든 기기였다. 새차를 구입하면 필수로 딸려오는 선물이 지도책이었을 정도다.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기반의 내비게이션이 대중화된 것은 1983년 대한항공 KAL-007기가 소련 전투기에 격추당한 비극적 사건 때문이다.

당시 KAL기가 항법장치 오류로 소련 영공을 침범한 사실이 알려지자 1984년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군용으로만 사용되던 GPS를 민간인도 사용할 수 있게 부분적으로 개방했다. 이후 2000년 클린턴 대통령이 군사용 신호 제한을 제거하고 민간에게 완전히 개방하면서 본격적인 내비게이션 전성시대가 시작됐다.



2000년 이후 빠르게 대중화

국내 최초의 GPS 기반 내비게이션은 1997년 현대오토넷(2009년 현대모비스와 합병)과 쌍용정보통신이 함께 개발한 매립형 제품이다. 고가로 출시된 탓에 널리 사용되지는 못했다. 국내에서 내비게이션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건 2000년 이후부터다. 스마트폰의 전신 격인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에서 사용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 맵(Map)인 팅크웨어의 ‘아이나비’, 만도맵앤소프트(현 현대엠엔소프트)의 ‘맵피’, 맵퍼스(파인디지털 계열사)의 ‘아틀란’ 등이 인기를 모았다.

이후 2004년부터 이들 맵에 기반한 내비게이션 전용기기가 여러 기업에서 다양하게 출시되며 내비게이션은 빠르게 대중화됐다. 2D 지도가 3D 지도로 바뀌고 화면 크기 확대, 해상도 상승, GPS 수신 칩셋 업그레이드, MP3 재생, 풀HD 동영상 재생, 블루투스·와이파이 지원 등 다양한 기능이 더해지며 현재에 이르렀다.

2004년 이후 내비게이션시장은 매년 높은 상승세를 보였지만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2013년 이후부터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2017년 현재 국내 내비게이션 단말기 시장은 팅크웨어와 파인디지털이 각기 30%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양강체제를 굳힌 가운데 나머지 기업들이 시장을 분점한 형국이다.

내비게이션 단말기의 빈자리를 차지한 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이다. 2002년 정식서비스를 시작한 SK텔레콤의 ‘네이트드라이브’는 실시간 빠른 길 찾기 기능으로 주목을 끌었다. 2007년 ‘티맵’(Tmap)으로 업그레이드돼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으로 자리 잡았다.

2011년 등장한 록앤올의 ‘김기사’도 인기를 모은 끝에 2016년 ‘카카오내비’로 재탄생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다양한 내비게이션 앱을 출시하다 지난 7월 통합 앱 ‘원내비’를 내놓으며 티맵, 카카오내비와 3강 구도 형성에 성공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ADAS·AI 도입으로 IVI 진화 추진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의 시장잠식에 맞서 내비게이션업계가 내놓은 해법은 ‘새로운 진화’다. 커넥티드카의 핵심이라 불리는 ‘IVI’(In-Vehicle Infotainment: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진화하겠다는 것. 길 안내는 물론 다양한 정보와 안전지원 및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제공하는 솔루션이다.

내비게이션이 IVI로 진화하기 위해 강조되는 기능은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다. ADAS는 카메라·레이더·초음파 등 다양한 센서를 활용, 운전 중 닥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요소를 감지해 운전자에게 알려주고 차량 스스로 제동과 조향이 가능한 기술이다. 이미 국내외 최신·고급 차량에 단계적으로 도입됐다.

요즘 출시되는 내비게이션은 당장 신차를 구입할 계획이 없는 운전자에게도 간단하게나마 ADAS 기능을 누리게 도와준다. 팅크웨어의 ‘아이나비 X3’는 전방충돌경보시스템(FCWS), 급커브 감속 경보(CSWS), 앞차 출발 알림(FVSA), 신호등 변경 알림(TLSA), 차로변경 예보 알림(PLCA), 차선이탈경보시스템(LDWS) 등 다양한 지능형 경보기능을 제공한다. 파인디지털의 ‘iQ 블랙3 플러스’도 앞차 출발 알림, 차선이탈경보 기능을 지원한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의 가장 큰 강점이자 기존 내비게이션 전용기기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목됐던 ‘연결성’을 극복한 내비게이션도 등장했다. 파인디지털의 ‘파인드라이브 T’는 일반 스마트폰처럼 유심(USIM)이 탑재되고 통신사의 전용 데이터요금제 가입이 가능한 LTE 내비게이션이다. 물론 인터넷 연결 없이 내장 맵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이밖에 실제 영상에 안내신호를 표시하는 증강현실(AR)기능, 이동 중에 인근의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는 사물인터넷(IoT)기능, 운전자 앞 유리에 정보를 표시해주는 HUD(Head Up Display)기능, 음성인식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공지능(AI) 비서기능, 스마트폰 양방향 미러링 기능 등 다양한 신기술이 내비게이션에 집약되고 있다.

내비게이션업계 한 관계자는 “자율주행차와 그 기반이 되는 커넥티드카 등이 자동차의 미래라면 내비게이션은 현재”라며 “내비게이션은 기존 차량이 커넥티드카로 업그레이드될 때까지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0호(2017년 10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정의식 esjung@mt.co.kr

<머니S> 산업부장 정의식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481.88하락 0.1920:02 12/18
  • 코스닥 : 770.50하락 1.3220:02 12/18
  • 원달러 : 1088.50하락 1.320:02 12/18
  • 두바이유 : 61.18상승 0.9520:02 12/18
  • 금 : 1257.50상승 0.420:02 12/18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