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츠IT] 게임, 정말 해로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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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이영환 기자

‘인터넷게임으로 허비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이전에 했던 인터넷게임에 대해 계속 생각하거나, 인터넷게임을 할 생각에 몰두했다’, ‘인터넷게임으로 인해 예전의 다른 취미 생활이나 오락 활동에 대한 흥미가 줄었다’.

이에 대한 ‘YES or NO’를 묻는 질문은 한 단체가 제시한 인터넷 게임중독 자가진단법이다. 진단법을 살펴보면 명확한 기준 없는 모호한 질문이 넘쳐난다. 이 질문지를 게임업계 관계자에게 보여주자 그는 “게임이 저급하고 해로운 것인가. 다른 취미활동 대신 게임을 하면 안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해당 진단지를 작성한 단체의 주장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 8명 가운데 1명은 4대 중독 가운데 하나에 빠져있다. 이들이 제시하는 4대 중독은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도박 중독 ▲인터넷게임 중독이다. 이 주장처럼 게임은 정말 사회악일까.

◆역사교재·재활치료에 게임 활용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전국 441개교 초·중·고교생 12만68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게임을 긍정적으로 이용하는 ‘게임선용군’의 비율은 16%로 전년 대비 4% 늘었다. 마약·도박·알코올과 같은 중독물질 취급을 받는 게임을 ‘선용’했다는 것.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해외에서는 게임을 긍정적인 관점으로 본다. 일례로 ‘킹덤컴: 딜리버런스’라는 게임은 체코의 명문 마사리코바대학에서 교재로 활용한다. 대학 측은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의 콘텐츠가 실제 역사와 풍습을 가르치는 데 부족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10월 출시된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은 고대 이집트를 가르치는 역사 교재로 각광받는다. 제작사인 유비소프트 측은 아예 ‘디스커버리투어 DLC’를 따로 제작·무료배포해 고대 이집트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보다 앞선 2011년 뉴욕 맨해튼의 컬럼비아 예비학교 컴퓨터 교사 조엘 레빈은 ‘마인크래프트’를 교재로 활용했다. 마인크래프트는 주변의 각종 재료를 활용해 새로운 도구를 제작, 창의력을 자극하는 게임이다. 교육용 버전인 마인크래프트 에듀케이션 에디션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판권을 인수할 정도로 인정받았다.

2016년 여름 전세계를 강타한 ‘포켓몬 고’는 아예 재활치료 프로그램으로 활용됐다. 미국 미시간주의 모트 아동병원은 입원 중인 아이들에게 포켓몬 고를 즐기게 하면서 재활치료를 도왔다.

그러나 널리 알려진대로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에 대한 인식이 유난히 좋지 않다. 전체 콘텐츠 수출의 55% 이상을 게임이 차지하고 각종 교육교재로 게임을 사용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음에도 게임은 여전히 해로운 존재로 인식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셧다운제다. 셧다운제는 만 16세미만 청소년의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제도로 2011년 11월 처음 도입했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청소년들은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는 게임을 할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제도는 전세계에서 중국, 태국 그리고 한국에서만 시행 중이다.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은 왜 사회악이 됐나

해외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각광받는 게임이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마약·술·도박과 같은 취급을 받을까. 전문가들은 한국사회 특유의 학구열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들의 주장은 이렇다. 예로부터 우리 사회는 학구열이 강하고 배움을 숭상해 왔다. 교육만이 가난을 탈피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지금은 ‘진정한 행복’을 위해 교육에 모든 것을 투자한다. 공부에 방해가 되는 요소는 당연히 해로운 것으로 인식됐고 현재 게임이 된서리를 맞는다는 주장이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조 의원은 한 포럼에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아이들의 공부에 방해되는 것은 나쁜 것’이라는 오래된 인식의 최신 버전이다”라며 “과거에는 지금 유행하는 게임의 자리에 만화책이 있었고 게임을 비난하듯 만화를 욕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1980년대 출판만화는 ‘공부의 주적’으로 꼽혀 괴멸에 가까운 타격을 받았다. 심지어 아파트단지에서는 일주일에 한번 ‘만화 불태우기 운동’ 같은 상상하기 어려운 행동을 펼쳤다. 현대판 분서갱유 같은 행동에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출판만화산업은 몰락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WHO의 목표대로 게임이 질병으로 공식화되면 게임산업에 대한 인식은 더 안좋아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해결책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게임업계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게임산업 문제를 정치권에 호소하기 보다 업계 스스로 나서는 편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게임산업 전문가는 “눈앞의 게임질병을 사례로 들어 게임업계가 게임 중독에 대한 의학적 기준을 먼저 제시하는 것도 방안”이라며 “게임 중독에 대한 기준이 없어 게임산업 전체가 탄압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게임산업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중요성을 부각하는 것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줄이는 방안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5호(2018년 4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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