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았던 동거에 상처만 남기고 결별

[머니위크]우리담배와 히어로즈

 
  • 머니S 전필수|조회수 : 3,715|입력 : 2008.12.10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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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1일, 국내 최초의 민간담배회사 우리담배가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한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와 메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1월30일 센테니얼이 현대를 인수한 지 20여일만의 극적 계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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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조건은 2010년까지 매년 100억원씩 3년간 300억원을 지원하고, 구단 이름과 유니폼 등에 대한 광고권한을 갖는 것이었다. 현행법상 TV 광고를 할 수 없는 담배회사 입장에서 프로야구단 메인 스폰서라는 타이틀은 매력적인 홍보수단이 될 것이란 게 우리담배측 생각이었다.

덕분에 센테니얼은 야구계 안팎의 자금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고 시즌을 시작할 수 있었다. 삼미 슈퍼스타즈,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 현대 유니콘스에 이은 우리 히어로즈의 탄생이었다. 프로야구도 7개 구단으로의 축소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8개구단 체제로 2008년 시즌을 시작했다.

◆홍보효과 대신 '욕', 4개월 만에 관계정리 선언

그러나 두 회사의 동거는 불과 4개월여 만에 파국을 맡는다. 우리 히어로즈가 약속했던 가입금 120억원 납입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양측 관계가 틀어졌다. 센테니얼이 6월 말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내야 할 가입금 1차 납입액 24억원을 내지 않으면서 여론이 악화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센테니얼은 약속한 가입금을 내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구단의 조건을 들어달라는 '생떼(?)'를 쓰기도 했다. 야구계 안팎에서 자기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결국 남의 돈으로 야구단을 인수한 것 아니냐는 등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우리담배는 센테니얼, 즉 히어로즈구단과 결별을 결정하게 된다.

우리담배는 지난 7월4일 "구단이 정상화할 때까지 약속한 후원금은 내겠지만 모든 권리 행사는 중단하겠다"며 관계 정리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구단 명칭 사용, 유니폼 광고, 구장 내 광고판 설치 등 모든 권리를 포기하기로 한 것.

우리담배 대리점주와 주주들이 (야구단 후원이) 중장기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센테니얼이 가입금 문제로 말썽을 일으키자 단순 스폰서에 불과한 우리담배가 비난을 받는다는 얘기도 나왔다. 우리담배로선 홍보를 위해 스폰서 계약을 했는데 욕까지 먹으며 돈을 낼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우리담배의 일방적 결별 선언에도 센테니얼은 바로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장석 센테니얼 대표는 7월30일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담배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우리담배는 여전히 메인스폰서"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우리담배와 메인스폰서 관계가 끊어지는 최악의 경우는 생각해보지도 않았다"며 "실질적인 오너라고 할 수 있는 우리담배의 유기용 부회장은 3년 동안 300억원의 약속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얼마 전에도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이 대표의 장담은 한달이 안돼 실언이 되고 말았다. 베이징 올림픽으로 인한 휴식기가 끝나고 시작된 8월26일 후반기 첫 경기에서 히어로즈 선수들은 '우리'를 삭제한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이때쯤 센테니얼은 사명을 구단 이름과 같은 히어로즈로 바꿨다.

◆짧은 동거에도 위자료 문제로 상처만

당시 센테니얼은 우리담배가 히어로즈와 관계를 사실상 정리했지만 한달에 10억원씩 지급하던 스폰서 비용은 구단 운영을 위해 연말까지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종의 이혼 위자료를 주기로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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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위자료는 지급되지 않았다. 최근에야 밝혀졌지만 우리담배의 자금사정도 센테니얼만큼이나 좋지 않았다. 11월20일 배서한 어음이 부도처리 되더니 24일에는 화의까지 신청했다. 히어로즈에 아무런 대가없이 매달 10억원씩을 지원할 형편이 아니었던 것.

우리담배의 화의소식이 알려지자 히어로즈는 재빨리 밀린 후원금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히어로즈는 "지난 2월 후원금 지급 계약에 따라 우리담배는 2008년도분 총 77억원을 히어로즈에 지급해야 한다"며 "지난 8월 일부 후원금 및 9~11월 후원금 미지급금 총 25억여원을 지급하라"며 11월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가처분신청 및 소송을 냈다.

히어로즈가 주장하는 후원금 미지급금은 8월분 일부와 9~11월분이다. 우리담배는 히어로즈와 결별 후엔 후원금을 아예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히어로즈는 소장에서 "내년 시즌 준비를 위한 동계 훈련 및 연봉 협상 등으로 인해 후원금 지급이 절실하다"며 "새로운 스폰서를 유치하기 전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구단 운영을 위해 우리담배가 후원금을 임시로 지급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수들이 훈련하고 연봉 협상을 진행하는 등 정상적인 구단 운영을 위해 적어도 당초 계약기간 3년 중 이번 페넌트레이스가 종료되는 시점인 올해 11월까지는 후원 계약에 따라 후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기는 팀 에이스인 장원삼을 삼성 라이온즈에 현금 30억원을 받고 트레이드한 것이 다른 구단들과 KBO의 반대로 무산된 직후이기도 하다. 한푼이 아쉬운 히어로즈 입장에서 통장에 입금까지 됐던 30억원을 돌려주게 생겼으니 그동안 받지 못한 후원금이 절실했을 법도 하다.

그러나 자금부족으로 화의신청까지 한 기업이 밀린 후원금을 내란다고 바로 내줄 수도 없는 일. 가뜩이나 자금사정이 어려운 히어로즈 입장에선 이혼한 남편(?)의 몰락이 더욱 아플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우리담배 역시 공격적인 마케팅의 일환으로 시작했던 야구단 후원이 돈만 쓰고 이미지만 망치면서 결국 화의까지 이어지는 아픔을 곱씹고 법원의 처분을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됐다.

춘삼월 시절에 한국야구를 위해 손을 잡았던 우리담배와 히어로즈의 올 겨울은 양쪽 모두에게 더욱 춥게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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