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일리지로 아무 때나 항공권 구입?

[머니위크]항공마일리지 제도 개선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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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원 박성필(34) 씨는 몇년 전부터 항공마일리지가 적립되는 신용카드만 집중적으로 사용해왔다. 회사에서 점심식사를 하거나 회식을 해도 동료에게 현금을 받고, 결제는 자기 카드로 할 정도로 악착같이 마일리지를 모았다. 결혼 5주년 기념으로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기로 아내와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들게 모은 14만마일리지로 항공권을 예약하려는 순간 좌석이 없어 사용할 수가 없다는 항공사 측의 답변이 돌아왔다. 몇년 동안 마일리지를 모은 것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한마디로 쌓인 건 많은 데 쓸 수가 없는 것이다.

마일리지를 쌓아놓고도 비행기를 못타는 경우는 박씨만이 아니다. 어렵게 모은 마일리지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고객들의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항공 마일리지 보유 국민만 2600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단단히 뿔났다.

신용카드, 쇼핑 등을 통한 마일리지 적립 기회는 늘고 있는데 보너스 항공권 공급은 극소수에게 돌아갈 뿐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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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1984~2002년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발행을 조사해 보니 18년간 1665억마일리지가 발행됐는데 이중 34.1%(568억마일리지)만 보너스 항공권으로 제공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 마일리지 개선안 어떤 게 있나

소비자 민원이 끊이지 않자 정부가 거들고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불합리한 항공마일리지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외국 항공사들이 운영하는 소비자 친화형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유영욱 공정회 시장감시총괄과 사무관은 “현재 항공사 마일리지제도가 공정거래법 위반인지 여부를 조사 중인데 법 위반으로 드러나면 시정명령과 함께 소비자친화형 제도를 함께 도입토록 하는 제도개선사항을 제안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검토 중인 제도는 ▲애니타임 마일리지 ▲파트 캐시 ▲마일리지 상속 ▲마일리지 유효기간 갱신 등이다.

애니타임 마일리지란 추가적인 마일리지를 사용하면 좌석과 시기에 제한 없이 항공권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성수기에는 사용을 불허하는 현행 문제를 개선키 위한 것이다.

파트 캐시는 마일리지 부족분을 현금으로 커버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정해진 1만마일리지가 안 되더라도 돈을 조금 더 내고 제주도 왕복 항공권을 구할 수 있다.

공정위는 또 마일리지를 적립한 고객이 사망했을 때 자동 소멸되는 제도, 5년 유효기간 제도 등도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실질적인 혜택을 얻게 되는 소비자들은 당연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회사원 강용근(33세) 씨는 "LG텔레콤을 이용하는데 항공마일리지요금제를 사용해 2만마일리지가 넘게 쌓았으나 사용하려고 하면 좌석 부족으로 예약할 수가 없었다"며 "하루 빨리 제도가 개선돼 아무 때나 공항 가서 마일리지로 무료 항공권을 예매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그러면 곤란한데"

공정위의 방침에 항공사들은 불만 섞인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섣불리 도입하면 이용 승객들의 민원과 반발이 거세져 오히려 항공사와 고객간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항공업계는 7만마일리지를 공제하는 한미 노선에 애니타임 마일리지를 적용해 무료항공권을 예매하려면 14만마일 이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파트 캐시 역시 무료항공권의 마일당 단가 대비 현금 판매분의 단가가 높게 책정돼 소비자들에게 더 불리해진다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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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는 “마일리지는 항공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무상 서비스로 약관에도 명시돼 있다”며 냉랭한 반응이다.

마일리지는 경제적 대가 없이 무상으로 제공되는 보너스로 현금으로 환급될 수 없다는 것. 여유좌석 사용원칙도 마일리지 프로그램이 존재할 수 있는 근간이라고 반박한다.

한마디로 공정위의 개선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공정위 의견을 받아들이기에 앞서 외국항공사들의 운영방안이 실효성이 있는지, 얼마나 많은 고객이 이용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시기에 대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언제가 될지 아직 미지수”라며 언급을 피했다.

◆다른 서비스로 전환하면 손해 볼 수 있다

항공사가 마일리지로 비싼 항공권을 제공하는 대신 제휴사를 통해 마일리지를 소진하며 생색내기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마일리지 이용처가 늘어났다고 무턱대고 쓰면 손해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장당 8000원인 영화 티켓을 제휴 마일리지로 구입하려면 실제 현금가치로 2만4000원에 해당하는 1200마일리지(1마일리지의 소비자가격은 20원)가 필요하다. 현금가치로 환산했을 때 3배에 달하는 마일리지를 소진해야 한다.

이에 대해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마일리지는 항공기 탑승에서 발생하는 적립 포인트인 만큼 무료 항공권이나 좌석 승급 등으로 이용할 때 가장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며 “다른 서비스로 이용할 경우 소비자들은 일정부분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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