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 끝 바닷바람에 과메기 익는 항구

민병준의 길 따라 멋 따라/ 포항 구룡포

 
  • 민병준|조회수 : 3,119|입력 : 2011.01.09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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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호미곶 일출은 특별한 미학이 있다. '상생의 손'이 주는 상징도 가슴을 울린다. 그렇지만 어디 일출뿐이겠는가. 호미곶 남쪽에 있는 항구인 구룡포는 이즈음이면 입맛 돋우게 하는 별미가 넘쳐난다. 야들야들한 과메기부터, 쫄깃쫄깃한 피데기, 금지된 맛 고래고기까지.

호미곶에서 구룡포까지는 승용차로 20분 정도면 충분하다. 해안 풍광이 아름다워 드라이브 분위기도 그만이다. 과메기의 본고장답게 과메기 덕장이 바닷가 곳곳에 늘어서 있고, 오징어를 반건조 상태로 말리는 피데기 덕장도 눈에 띈다. 차창을 열면 비릿한 바다내음이 찬바람과 함께 차 안으로 밀려든다.

이렇게 달리다 구룡포읍 석병리 해안을 지날 즈음이면 '한반도 동쪽 땅끝마을'이라는 이정표를 만난다. 남한의 육지에서 가장 동쪽 갯마을이니 한번 들러보자. 석병리 마을 해안 방파제 끝 갯바위 주형물엔 '한반도 동쪽 땅끝, 경북 포항시 남구, 동경(경도) 129˚ 35' 10", 북위(위도) 36˚ 2' 51"'라 쓰여 있다.
동쪽 끝 바닷바람에 과메기 익는 항구

아홉마리 용이 승천했다는 구룡포

구룡포(九龍浦)는 신라 진흥왕 때 고을 순찰에 나선 장기 현감이 용주리를 지날 때 갑자기 천둥이 치며 바다에서 아홉마리의 용이 승천했다고 해서 불리는 지명이다. 아홉마리의 용이란 다름 아닌 강력한 회오리바람이 바닷물을 하늘로 말아 올리는 '용오름 현상'이었을 것이라는 게 역사학자들의 추측.

구룡포는 동해안의 대표적인 어항이었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이후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루었다. 성어기엔 일본어선 900여척, 조선어선 100여척이 정박할 정도로 항구가 어선으로 넘쳐났다. 일본인 어부들 중엔 구룡포에 주소지를 둔 사람도 900여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들은 구룡포항 인근 구룡포우체국을 돌아가는 작은 골목 안에 집을 짓고 살았는데, 지금도 작은 골목길을 사이로 두고 일본식 가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구룡포에서 고래의 명성은 아주 높다. 고래를 잡는 포경업이 가능했던 1980년대 중반까지 구룡포는 울산 장생포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래잡이 전지기지였다. 1950년대만 해도 구룡포항엔 뱃머리에 커다란 창살이 장착된 포경선이 위용을 자랑했지만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가 포경을 금지하자 포경업은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구룡포의 경제도 위축됐다.

이런 구룡포의 숨통을 틔워준 게 바로 과메기다. 1990년대 이후 과메기가 계절 별미와 건강식으로 알려지면서 점차 인기를 끌기 시작하다가 최근엔 전국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동쪽 끝 바닷바람에 과메기 익는 항구

한겨울의 구룡포항은 여름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활기가 넘친다. 이른 아침 대게 등이 들어오는 위판장은 상인들의 손짓으로 뜨겁고, 항구 주변 덕장에선 과메기와 피데기 등을 손질하는 인부의 몸놀림으로 활기가 넘친다. 특히 구룡포의 겨울은 과메기가 익어가는 계절이다. 멀리 시베리아에서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파도소리 요란한 바닷가 덕장은 과메기를 손질하는 어부의 손길로 바빠진다.

과메기의 재료는 원래 청어였다. 예전 구룡포에서 청어는 아주 흔한 생선. 호미곶 근처엔 '가구리개(까꾸리개)'라는 지명의 해안이 있는데, 옛날 파도가 심한 날엔 청어가 뭍으로까지 밀려올라와 '까꾸리(갈고리의 경상도 방언)'로 긁을 정도였다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과메기는 겨울에 청어 눈을 꿰어 말리므로 한자로 관목어(貫目魚)라 불렀다. 청어과메기는 조선시대엔 궁중 진상품으로까지 명성이 높았다. 그렇지만 1960년대 이후 청어 어획량이 갑자기 줄어들면서 이후 꽁치로 바뀌었다. 다행스럽게도 꽁치의 숙성 기간은 청어에 비해 훨씬 짧으면서 맛도 좋았다.
 
 외지인이 먹기엔 '배지기'가 좋아

과메기는 생김새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배를 따서 뼈와 내장을 제거하고 숙성시킨 것은 '배지기', 통째로 짚으로 엮어 숙성시킨 것은 '통마리'라고 한다. 숙성기간은 배지기는 3~4일이면 되지만, 통마리는 15일 정도가 걸린다. 포항 사람들은 통마리를 더 좋아한다. 과메기맛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배지기가 낫다.

과메기 맛은 말리는 기술에 따라 다르다. 바닷바람에 말려야 구수하고 담백하며 비린내가 없다. 덜 말려도 너무 말려도 맛이 떨어진다. 요즘엔 바닷바람이 아닌 열풍기로 말린 것들도 많지만, 바닷바람으로 자연스레 말린 것과는 맛에서 큰 차이가 난다.

먹는 방법은 간단하다. 야들야들 꼬들꼬들 숙성된 과메기를 마늘 쪽파와 함께 생미역에 얹어 돌돌 말아먹으면 제아무리 시베리아 기단이 극성을 부려도 구룡포의 겨울은 제법 훈훈해진다. 다시마나 미역 같은 해조류 대신 김에 싸서 먹어도 맛있다. 물론 깻잎이나 배춧속으로 쌈 싸 먹어도 괜찮다.
 
구룡포 술꾼들은 과메기에 어울리는 술은 소주라고 입을 모은다. 그들은 소주를 밤새 마셔도 과메기 안주라면 이튿날 속도 편하고 얼굴도 번지르르하다고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과메기는 여성들의 피부에도 좋다고 하니 남녀 가릴 것이 없는 별미인 것이다.
 

동쪽 끝 바닷바람에 과메기 익는 항구

 

여행수첩

●교통 경부고속도로→익산-포항고속도로→ 포항 나들목→31번 국도→구룡포 <수도권 기준 5시간30분 소요>

●숙박 구룡포항 주변에 아쿠아모텔(054-284-6900), 선출민박(054-276-9932), 구룡포해수욕장에 태풍민박(054-276-4319), 해뜨는집(054-284-2515), 나루끝민박(054-276-3709) 등 숙박 시설이 여럿 있다.

구룡포해수욕장 언덕의 이어도모텔(054-284-6555)은 바다 조망이 빼어나다. 구룡포 버스 정류장 근처에 영빈장(054-276-2729)과 금강장(054-276-3011) 등의 여관급 숙소가 있다. 구룡포에서 북쪽 해안으로 조금만 더 달리면 석병리마을민박펜션(010-9077-3793), 땅끝민박(016-512-3902) 등 깨끗한 숙소를 만날 수 있다.

●별미 구룡포 겨울 별미는 당연히 과메기다. 실내식당(054-276-9856) 등 구룡포항 대부분의 식당에서 과메기를 맛볼 수 있다. 어른 2~3명이 맛볼 수 있는 한접시에 1만5000~2만원.

구룡포 고래고기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 구룡포에서 고래고기를 차리는 유명 식당들은 대부분 대를 이어 운영할 정도로 전통이 있다. 고래고기는 고래수육, 고래육회, 고래국밥, 고래전골, 고래찌개, 고래불고기 등 메뉴가 아주 다양하다. 구룡포수협 근처의 삼오식당(054-276-2991), 모모식당(054-276-2727), 유림식당(054-276-4574) 등이 구룡포에서 유명한 고래고기 전문점이다. 고래수육 4만~6만원, 고래꼬리 3만원~5만원, 고래국밥 1만원.

●참조 구룡포읍 주민센터 054-270-6561(주간), 054-276-2504(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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