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부는 지천엔 들꽃 대신 눈꽃 가득

민병준의 길 따라 멋 따라/ 곰배령 눈꽃 트레킹

 
  • 민병준|조회수 : 2,540|입력 : 2011.01.2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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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으로 유명한 강원도 인제 곰배령. 의외로 겨울에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탐방객은 대부분 봄, 여름, 가을 고갯마루를 가득 채운 들꽃을 한번씩은 경험한 이들이다. 들꽃에게 받은 감동이 눈꽃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인제의 심장을 적시고 흐르는 청정 강줄기 내린천. 여름날의 뜨거운 열정을 싣고 흐르던 강물은 꽁꽁 얼어있다. 기린면 현리에서 내린천과 헤어져 418번 지방도를 타고 방태천을 거슬러 오른다. 이 구간은 눈이 많으면 스노체인을 하거나 사륜으로 조심조심 운행하는 게 좋다.

조침령터널 입구 진동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설피밭 지나 곰배령·단목령 갈림길인 삼거리. 이곳의 넓은 터는 주차장(승용차 3000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여기에 차를 대고 곰배령 방향의 왼쪽길로 50m 정도 걸어 들어가면 점봉산생태관리센터가 반긴다.
칼바람 부는 지천엔 들꽃 대신 눈꽃 가득

인터넷 신청 후 출력한 입산증 있어야 탐방 가능

곰배령 탐방객들은 반드시 산림청 소속 점봉산생태관리센터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명단을 팩스로 보냈지만, 올해부턴 입산증을 제시해야 한다. 탐방 전 점봉산생태관리센터 홈페이지(supannae.forest.go.kr)에 회원가입 후 입산증을 출력하면 된다. 현재 하루 최대 탐방객을 1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단체 탐방객들도 개인별로 회원가입 후 입산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월요일과 화요일엔 입산 신청을 받지 않는다.

점봉산 일대는 국내에서 생태계가 가장 잘 보존돼 있는 곳으로 꼽힌다. 울창한 숲엔 희귀 야생화가 많이 자생한다. 특히 점봉산 남쪽 곰배령은 들꽃 트레킹으론 최적의 대상지다. 고갯길이 험하지 않고 왕복 4시간 이내로 짧은 편이다. 따라서 큰 위험요소가 없어 초등학생 낀 가족도 무난하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겨울 곰배령의 매력은 무엇일까. 여느 계절에서 만났던 화사한 모습의 곰배령을 기억하는 이들은 잠깐 착각하기도 하지만 겨울 곰배령 정상은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곳이다. 폭설이 내려도 고갯마루엔 눈이 쌓이지 않을 정도로 거세다. 따라서 보온을 위한 방풍 의류와 워킹용 아이젠 등은 필수다.

산길은 계곡을 왼쪽에 끼고 완만하게 이어진다. 봄이라면 얼레지가 지천이고, 여름이면 짙은 숲과 열목어 뛰노는 시원한 계류, 가을이면 동자꽃, 용담에 무엇보다 단풍이 아름다운 곳…. 겨울엔 눈꽃이 이 왕국의 여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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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길 오른쪽 숲 속에 캔버스가 보인다. 그 앞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이 캔버스는 아티스트 아타 김의 The Project Drawing of Nature 작품입니다. 인간의 간섭 없이 캔버스가 스스로 자연의 변화와 흔적을 채집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비와 눈과 바람과 자연의 향기가 캔버스에 스며들 것이며, 캔버스를 회수할 때까지 진행됩니다.' 지난 6월에 설치했다 하니 저 캔버스엔 봄 향기를 빼곤 모두 묻어있으리라.

도시의 빡빡한 생활보다 산골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강선마을. 그 마지막 민가를 지나 아름드리 쪽버들나무 서있는 계곡을 건너면 본격적인 고갯길이다.

곰배령은 동쪽의 진동리 설피밭 주민들과 서쪽의 귀둔마을 주민들이 오가던 길이다. 귀둔마을 주민들은 곰배령과 박달령을 넘어 오색으로 넘나들었다. 귀둔의 남자들은 소금을 구하기 위해 노새를 끌거나 통을 얹은 통지게를 지고 양양시장까지 100리 길을 걸어서 다녔다. 또 심마니와 약초꾼들이 이용하던 고갯길이기도 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심마니의 모둠터가 고갯길 곳곳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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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수록 고갯길 주변엔 눈이 점점 많아진다. 강선마을 민가를 지나올 땐 여기저기 공사 중인 듯 조금 어수선하더니 조릿대, 자작나무, 참나무, 단풍나무, 고로쇠나무가 가만히 미소 짓는 겨울 숲 특유의 고요가 반긴다. 온갖 꽃들이 눈길을 끄는 여느 계절에 비해선 아무래도 발걸음이 조금 빠르다. 그렇지만 눈 덮인 숲을 자세히 보면 들꽃에 뒤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얼어붙은 자그마한 지계곡을 몇개 건너니 가슴이 후련해지는 곰배령 정상. 새하얀 눈꽃세상이다. 고개를 들면 파란 하늘, 새하얀 설산 두 빛뿐이다. 정상에도 '자연이 그리는 캔버스'가 있다. 강선마을 근처의 캔버스보다는 파란 하늘빛과 거친 바람의 숨결이 더 많이 묻어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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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 만발하던 정상엔 새하얀 눈과 거센 바람만

곰배령 고갯마루에서 오른쪽길(북쪽)로 나아가면 작은점봉산을 거쳐 백두대간 마루금을 이어주는 점봉산으로 연결되고, 왼쪽길(남쪽)로 나아가면 호랑이코빼기와 가칠봉으로 이어지다가 내린천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양쪽 모두 자연휴식년제 구간이라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다.

곰배령을 포함한 점봉산 일대는 식물자원의 보고로 꼽힌다. 1982년 설악산이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에 포함될 당시 함께 지정됐고, 산림청에서도 진동리와 곰배령 인근의 숲을 천연림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또한 최근엔 이 일대가 설악산국립공원 구역으로 포함되기도 했다.

여느 계절의 곰배령 정상이 비밀의 화원처럼 황홀했다면 겨울은 칼바람 부는 냉혹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탐방객들은 작은 몸뚱이 하나 기댈 곳 없는 평원에서 거센 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배낭에서 보온병을 꺼내 커피를 마시고, 차를 마신다. 시린 손을 호호 불면서도 모두들 행복한 표정이다. 노랑, 분홍, 보라, 진홍 온갖 백화가 만발한 계절의 곰배령도 좋지만, 눈으로 뒤덮인 새하얀 풍광도 결코 뒤지지 않는 아름다움으로 빛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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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수첩

●교통 서울→6번 국도→양평→44번 국도→홍천→철정검문소(우회전)→451번 지방도→31번 국도(인제 방면)→상남→진방 삼거리(우회전)→418번 지방도→진동 삼거리(좌회전)→7km→곰배령 삼거리(주차장) / 서울양양고속도로→동홍천 나들목→44번 국도(인제 방면)→철정검문소(우회전)→451번 지방도→31번 국도(인제 방면)→상남→진방 삼거리(우회전)→418번 지방도→진동 삼거리(좌회전)→7km→곰배령 삼거리(주차장) <수도권 기준 3시간~3시간30분 소요>

●숙식 곰배령 입구의 진동계곡엔 설피민국(010-4734-1424), 산수갑산(033-462-3108), 곰배령에버그린(033-463-0342), 꽃별하얀(010-8878-4242), 꽃님이네(033-463-9508), 설피산장(033-463-8153), 새나드리(033-463-7790) 등 펜션과 민박이 많다.

곰배령 삼거리에서 승용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방태산자연휴양림(www.huyang.go.kr 033-463-8590)의 숙박 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방태산자연휴양림의 명물인 계단폭포는 겨울에 얼어붙은 모습도 예쁘다. 휴양림 입구에 있는 방동약수는 톡 쏘는 맛이 좋은 탄산약수다.

곰배령삼거리 주차장 주변엔 식사할 만한 식당은 없다. 7km 떨어진 진동삼거리 근처의 나무꾼과선녀식당(033-463-1100)에서 식사 가능하다. 겨울엔 청국장(6000원), 비빔밥(7000원), 황태해장국(7000원) 등을 차린다.

●참조 점봉산생태관리센터 전화 033-463-8166, 홈페이지 http://supannae.fores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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