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찻잔에 꽃 띄우고 마주하겠습니까

에코라이프

 
  • 김인민|조회수 : 1,552|입력 : 2011.02.0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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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걷다보면 흔히 마주치는 차를 활용한 상품들, 가령 새하얀 피부와 노화방지를 보장하는 화장품에서 날씬한 몸매와 브이라인 턱선을 약속하는 음료들, 충치를 예방하는 치약과 탈모를 방지한다는 샴푸들, 기름기를 쏙 뺐다는 삼겹살과 숙취가 적다는 녹차소주에 이르기까지, 차를  활용한 상품들은 넘쳐나는데 차를 사거나 마실 수 있는 가게는 왜 예전과 변함없이 흔치 않을까?
 
어느 기사 제목처럼 차를 활용한 상품으로만 치면 '차의 전성시대'가 맞지만, 차는 미용과 건강을 염려하는 현대인들에게 일종의 ‘새로운 성분’에 불과할 뿐, 차를 마시는 이는 여전히 적기 때문이다.
 
차를 얼굴에 바르기보단 우려 마시는 나는 요즘과 같은 '차의 전성시대'를 마음껏 풍미하는 시장과 거리를 걷다보면 외려 추방된 부랑자나 시인, 망명자처럼 소외감을 느끼곤 한다.
 
차를 마시지 않고도 차를 소비하는 '차 소비자', 이들은 마치 알랭 바디우가 <사랑예찬>에서 비판한 '사랑 소비자'와 닮아 있다. 알랭 바디우는 '사랑에 빠지지 않고서도 사랑할 수 있다!'는 한 미팅업체의 선전 문구를 인용하며, 위험이나 시련 같은 사랑에 따르는 온갖 진실한 경험을 완전히 회피하면서 사랑이라는 알맹이만 취하려는 현대인들을 비판한다. 진정한 사랑이란 둘이 사랑하는 과정, 사랑의 시련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간성을 획득하는, 말하자면 삶을 그 속에서 끊임없이 재발견하는 과정이므로 이런 경험을 공유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닌 것이다.
언제쯤 찻잔에 꽃 띄우고 마주하겠습니까
 
그처럼 차를 스스로 우리는 과정 그 번다한 형식을 회피하고, 우려지는 시간 그 기다림을 참지 못하며, 무엇보다도 그런 과정 속에서 최종적으로 우려진 한 잔의 차를 음미해 본 경험 없이, 오로지 특정 상품에 들어 있는(있을 것이라 믿는) 성분만을 콕 집어서 바르고, 그 효능만을 쏙 빼서 취하는 차 소비자는 차를 마셨다고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차 소비자가 기대하는 차의 알맹이, 차가 지닌 효능조차도 사실 차를 활용한 상품을 소비하는 것으론 얻기 어렵다. 차가 지닌 좋은 성분은 신선한 찻잎을 직접 우려 마셔야 온전히 섭취할 수 있다. 특히 첫 번째 우린 찻물은 쓰고 떫기 마련인데, 그것은 차가 원래 쓰고 떫은 음료이기 때문이거니와 거기엔 차를 활용한 상품들이 그토록 광고해마지않는 성분들, 폴리페놀이라든가 카테킨, 탄닌, 테아닌, 비타민 등이 풍부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삶의 비밀이 이와 같다. 장자는 '길은 걸어간 뒤에 이뤄지는 것이다'는 말로, 진리는 미리 존재하는 게 아니라 길을 찾아 헤매는 과정을 통해서 드러나는 무엇이라고 얘기했다. 차와 나와의 만남 없이, 차를 우려 마시는 형식과 시간과 경험 없이는 차의 맛과 향을 음미 할 수 없고 차 소비자가 염려하는 자신의 미용과 건강, 그 알맹이조차도 얻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삶의 비용을 강박적으로 줄이려는 사이, 우리는 길이 아닌 길을 가고, 사랑 아닌 사랑을 하며, 차가 아닌 차를 마시는 헛짓거리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유기농 & 공정무역 티 브랜드 사루비아다방(www.salviatearo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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