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지중해'에 뜬 보석같은 섬

해외여행/ 일본 나오시마

 
  • 민기홍|조회수 : 4,422|입력 : 2011.02.0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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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수 있다는 건 분명 축복이다. 그것이 여행이든 또는 고행이든 '떠남'은 현재의 자신에게서 한걸음 물러나 또다른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준다. 이러한 '떠남'에는 두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볼거리를 찾는 것과 느낄거리를 찾는 것이다.

여행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만 볼거리와 느낄거리의 가치를 얻는 일이다. 각기의 旅路엔 분명 그 나름의 특성이 있지만 기왕이면 한번의 여행길에서 보고 느끼는 것을 충족시킬 수 있다면 썩 괜찮은 시간에 대한 투자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오시마는 보고 느낄 수 있는 맞춤의 여행지로 손색없는 곳이다.

일본 혼슈(본섬)와 큐슈, 시코쿠 사이에 기다란 띠처럼 형성된 세토 내해(內海)는 올망졸망한 섬들과 푸른 바다의 조화가 빚어낸 절경으로 일본인들이 '아시아의 지중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작은 섬들이 촘촘히 박혀 있는 세토 내해에서 주목받는 섬이 있다. 20년 전만 해도 공장과 매연으로 외면받던 섬에 불과했지만 건축가 안도 타다오를 만나면서 바다에 떠있는 미술관으로 새롭게 태어나 세계인의 발길을 끌어 모으고 있는 나오시마다.
'아시아의 지중해'에 뜬 보석같은 섬

먹음직스러운 '빨간 호박'

나오시마로 들어가기 위해선 혼슈 우노항(20분 소요)이나, 시코쿠 타카마츠항(50분 소요)에서 페리를 타야 한다. 다카마츠항을 통해 섬으로 들어간다. 점점이 박힌 섬 사이로 배가 미끄러지듯 나가자 이내 나오시마의 공장 굴뚝이 눈에 보인다. 섬 전체가 미술관이라는 기대감이 살짝 흔들리는 순간이다. 그러나 배에 탄 관광객들의 표정엔 여전히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깔끔하게 단장한 미야노우라항에 도착, 멋지게 차려입은 직원들의 안내로 배에서 내리자 나오시마의 랜드마크인 쿠사마 야요이 작 '붉은 호박'이 가장 먼저 관광객들을 반겨준다. 바다를 배경으로 잔디 위에 '먹음직스럽게' 자리잡은 빨간색 호박은 현대미술의 강렬함이 자연과 어우러져 어떻게 하나가 되는가를 실증해 보이는 듯하다.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한 미야노우라항 건물도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과 공간 배치로 예술의 섬에 도착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건물을 나와 본격적인 미술관 탐험을 시작한다.

'아시아의 지중해'에 뜬 보석같은 섬


한국작가 이우환을 만나다

가장 먼저 한국작가 이우환을 만난다. 세계 미술시장의 블루칩으로 통하는 작가로 일본과 유럽을 오가며 활동하는 그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이우환 미술관이다. 높이 18m의 육각형 콘크리트 봉이 하늘을 향해 있다. 차갑고 딱딱한 콘크리트 건물에 공간의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발상이 돋보인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노출 콘크리트 벽과 콘크리트 기둥이 전부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그의 작품과 오롯이 대면할 수 있는 또다른 미술세계가 펼쳐진다.

이우환 미술관은 '만남의 방' '침묵의 방' '그림자 방' '명상의 방'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안과 밖을 경계짓는 노출 콘크리트 벽을 지나면 '조응의 공간'이 가장 먼저 나타난다. 삼각형의 공간에 커다란 자연석과 철판이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자연이 던지는 질문에 철판이 응답하는 듯 보인다.

이우환 미술관은 건물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작품을 감상한 뒤 미술관 밖 바다가 보이는 잔디밭에 앉아 명상에 잠긴다. 세토해가 그대로 내려다 보인다. 주변의 돌 하나, 나무 한그루에도 안도 타다오의 예술혼이 담겨져 있는 듯하다.

일본 외딴 섬에서 한국작가의 작품을 만났다는 감동에서 벗어나 나오시마의 얼굴 역할을 하는 장소로 향한다. 고급 호텔이자 미술관인 '베네세 하우스'다. 호텔 안에 있는 미술관은 세계적인 모던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호텔이라기보다는 이름 그대로 미술관에 더 가깝다. 베네세 하우스는 안도 타다오의 예술세계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건축물로 노출 콘크리스 스타일은 물론,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진 4개의 건물로 이뤄진 나오시마 대표 미술관이다.

베네세 하우스에서 전용 케이블카를 타고 1분여를 이동하면 '오벌관'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천천히 이동하며 나오시마의 아름다움을 즐기라는 배려가 담긴 또 하나의 작품이다. 케이블카에서 바라보는 나오시마의 남쪽 바다는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는 해상국립공원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상상할 수 없었던 건물이 눈앞에 펼쳐진다. 타원형 연못과 연못을 둘러싼 룸, 그리고 하늘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옥상 정원 등 모두 4개의 전시관이 호텔로도 최고지만, 섬에서 가장 높은 지리적 위치를 활용한 건축물로 최고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언덕에 위치한 건물 두개를 지나 바닷가로 내려가면 또 다른 두개의 건물을 만나게 된다. 룸에 딸린 베란다를 통해 니키 드 생팔의 조각이 가득한 공원으로 연결된 파크관과 해변과 자연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비치관이다. 어디에서든 자연의 아름다움과 거장들의 작품들, 그리고 안도 타다오가 공 들여 설계한 건물의 독특한 개성을 만끽할 수 있다.

'아시아의 지중해'에 뜬 보석같은 섬


자연의 빛을 끌어들인 지중미술관

나오시마에서 안상파의 대가인 모네를 만난다. 생각만으로도 설레는 순간이다. 섬의 지형적 특성인 능선의 자연미를 해치지 않기 위해 땅속으로 들어간 지중미술관으로 간다. 엄선된 아티스트 3명의 작품만을 영구 전시하고 있는 곳으로, 모네를 비롯해 빛의 마술사 제임스 터렐, 거대한 구(毬)의 창조자 월터 드 마리아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모네의 작품은 인공조명이 아닌 자연채광이 들어오는 방에 있다. 빛을 중시한 모네의 작품을 자연채광 아래서 볼 수 있도록 한 독특한 발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모네의 대표작인 '수련'도 이런 햇빛을 받아 꽃을 피워 모네에게 영감을 줬을 듯하다.

월터 드 마리아의 구(毬) 역시 천정에서 들어온 빛의 각도에 따라 다른 느낌이다. 제임스 터렐의 경우 아예 빛 자체가 작품이 된다. 지하 미술관이지만 자연의 빛을 끌어들인 건축 디자인이 중요한 포인트다. 건물의 형태, 전시된 작품이 모두 치밀한 계산과 의도에 따라 기획, 구성, 연결된 지중미술관은 안도 타다오 최대의 역작이라 할 수 있다.

지중미술관은 전시룸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맨발로 걸으며 바닥의 대리석 질감을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고안해 낸 작품감상법 때문이다. 지중미술관을 나오면 세토 내해의 푸른 바다가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쏟아지는 햇살과 살랑이는 바닷바람이 행복감의 극치를 느끼게 해준다.

'아시아의 지중해'에 뜬 보석같은 섬


느리게 즐기는 이에 프로젝트

행복감에서 깨어나 섬 반대편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또다른 감동이 기다리는 이에 프로젝트(家Project)가 그 곳에 있다. 섬주민들이 떠나면서 버려졌던 집을 개조해 만든 상설 아트 프로젝트로 낡은 건물을 보수해 창작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했다. 버려진 섬 나오시마가 다시 태어난 것처럼, 버려진 섬 안의 버려진 집들이 작품이 된 것이다. 안도 타다오의 작가 정신이 작은 섬의 아픔을 예술이라는 이름의 획기적인 프로젝트로 반전시켰다.

나오시마에는 미술관을 뛰쳐나온 작품들이 많다. 항구에서 맨처음 만난 '붉은 호박'부터 한적한 바닷가 방파제 끝에 덩그러니 놓인 '노란 호박', 그리고 니키 드 생팔, 조지 리키, 수지모노 히로시 등 쟁쟁한 예술가들의 작품이 골목골목에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다.

나오시마는 섬 전체가 미술관이다.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모든 것들이 작품이다. 수준 또한 세계적으로 손색없다. 천천히 걸으며 예술과 그 예술작품을 즐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 나오시마에 들어서면 일상의 분주함이 바람에 흩어지듯 홀가분한 마음이 된다. 아마도 느림 속에서 자연과 예술,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인가 보다.

인천공항에서 시코쿠 다카마츠로 가는 아시아나항공 직항편이 주 3회 운항된다. 나오시마를 둘러본 뒤 혼슈 우노항으로 나와 고베, 교토 등을 둘러본 뒤 오사카를 통해 귀국하는 일정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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