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수제비누는 피부오 환경 생각하는 마음의 선물"

People/ 사회적기업 셈크래프트 채수선 대표

 
  • 배현정|조회수 : 3,098|입력 : 2011.02.1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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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느 날 TV를 보던 딸아이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마실 물이 없어 고통 받는 캄보디아의 어린아이들이 브라운관에 비춰지고 있었던 것. "엄마, 엄마가 저 우물 좀 파주면 안 돼?"
엄마는 주저 없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우물 하나 파는 게 뭐 어렵겠어."
 
#2. 한 커리전문점에서 밥을 먹던 엄마는 우연히 가게 사장으로부터 네팔의 아이들 얘기를 듣게 된다. "월 2만원만 내면 아이들의 교육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대요. 그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만 도와주면 20~30년 후 네팔의 변화를 이끌 꿈나무가 되지 않겠어요?"
 
엄마는 또 50명의 네팔 아이들이 후원자와 연결되도록 돕기로 했다. "만일 후원이 중단되면 50명이면 월 100만원인데 어떻게 채우려고?" 주변의 우려에도 아랑곳없다.
 
그 대책 없이 눈물 많고 정(情) 많은 엄마는 셈크래프트의 채수선(55) 대표다. 셈크래프트는 천연수제비누시장에서는 '명품'으로 자리 잡은 히트브랜드. 얼핏 장사가 잘돼(?) '통이 그리 큰가' 생각할 수 있지만, 들여다보면 볼수록 채 대표의 이웃사랑은 유별나다.
"천연 수제비누는 피부오 환경 생각하는 마음의 선물"
 
◆ 장애인이 만드는 한방허브 성분의 '마음'을 담은 수제비누
 
서울시 도봉구 쌍문동. 피라미드 모양 지붕의 동화 속 집 같은 가정집을 개조한 곳에 셈크래프트 회사(공장)가 있다. 이곳에서 뇌병변 복합장애, 자폐, 언어장애 등 장애를 가진 젊은 직원들이 천연비누를 만드느라 구슬땀을 흘린다. "셈크래프트는 사회에서 취업이 어려운 중증장애를 가진 이들일수록 우대하는 곳"이라고 채 대표는 말했다.
 
셈(SEM)은 티베트어로 '마음'이라는 뜻이다. 한마음복지문화원이 만든 장애인일자리 사업장이다. 그러나 셈크래프트의 비누와 화장품 등 판매 제품 어디에도 장애인이 만들었다는 문구를 찾아볼 수 없다. 동정이 아니라 품질로 소비자의 인정을 받겠다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만든 비누라는 점이 언론을 통해 나갈 때마다 매출이 뚝 떨어져요. 장애인들이 생산한 물건에 대한 그러한 편견을 깨고 싶어요." 채 대표는 동아제약 화장품개발 선임연구원을 지낸 류지형 아이내추럴 대표와 김수남 한빛코리아 대표 등 전문가들과 힘을 합쳐 제품력 향상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얼마 전부터 6살 딸아이가 하루종일 머리를 벅벅 긁더라고요. 샴푸 때문인가 싶어 편백비누를 샀는데, 신기하게도 애가 머리가 안 간지럽다는 거예요. 민감한 아이들 있는 집에 완전 강추입니다." (frida)
 
"일반비누는 향이 강하고 미끈거림이 남는데, 동백비누는 향이 거의 없고 거품이 쉽게 씻겨서 깔끔한 느낌이 들어요. 더 고급스럽고 피부에도 약이 될 것 같은 느낌이에요."(wnhope)
 
친환경·사회적 쇼핑몰 이로운몰(www.erounmall.com)에 올라와 있는 셈크래프트 비누들에 대한 후기들이다. 5년간의 연구기간을 거쳐 지난 2006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셈크래프트 비누는 사용해본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한방 ·허브재료로 천연비누를 만들어 특허를 받았다.
 
"우리 비누는 만든 지 최소 8주가 지난 비누만 판매해요. 숙성기간이 길수록 피부에 좋은 자연 글리세린이 충분히 생기기 때문이죠."
 
채수선 대표는 "잘 숙성된 와인처럼 셈크래프트 비누는 오래 묵혔다 쓸수록 좋은 비누"라며 "셈크래프트라는 이름처럼 마음의 선물 같은 상품"이라고 자부했다. 
 
"천연 수제비누는 피부오 환경 생각하는 마음의 선물"


◆"이타적 삶이 가장 훌륭한 삶" 본이 되는 사회적기업 이룰터

화장기 없는 얼굴에 수수한 옷차림의 채 대표는 사실 대단히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숙명여대에서 플로트를 전공한 그녀는 대학시절 루이비통 가방과 샤넬 옷을 입고 다녔다. 반면 남편인 손승렬 이사는 가난한 시골집 장남이었고, 그의 부친은 청각장애인이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만 같은 직장 입사동기로 인연을 맺었다.
 
극심한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손 이사를 선택한 채 대표는 당시 결혼조건으로 '더불어 사는 삶'을 내걸었다. "아직 어렸던 시동생들이 장성하게 되는 10년 뒤에는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을 제안했어요."
 
채 대표가 특히 장애인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시절 친구의 동생이 자살을 기도한 것을 목격하면서부터다. 친구의 동생은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었다. 그 사건으로 인해 장애인들의 경우 취업은커녕 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것 자체가 어려운 문제라는 걸 알고 충격을 받았다.
 
"장애인의 삶이 그렇게 심각한 줄 몰랐어요. 차라리 애완동물이라면 귀여움이라도 받을텐데, 20~30년 전 사회의 냉대는 이루 말할 수 없었죠."
 
그러나 결혼 뒤 10년 동안은 묵묵히 가정에만 충실했다. 시아버지를 극진히 봉양하고, 3명의 시동생도 모두 뒷바라지해 시집·장가를 보냈다. 그리고 결혼 10주년 기념일 드디어 남편에게 폭탄선언을 했다.
 
"결혼 전 약속을 지켜 달라." 10년 전 약속이라니. 과거 제안조차 까맣게 잊고 있던 남편에게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아직 아이들도 어리고 모아둔 돈도 없는데 어떻게 하냐고 반대하더군요."
 
채 대표는 이때 이혼을 고려할 만큼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1주일 동안 단식투쟁을 했어요. 3일이 지나니까 온몸이 차가워지고 배도 안 고프고 잠도 안 오더라고요."
 
보다 못한 남편이 결국 두손을 들었다. 1989년부터 남편은 친구들과 모은 월 4만원으로 장애인들이 염주나 봉투 등을 만드는 사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5년 전 한화증권에서 이사로 퇴임한 뒤에는 셈크래프트 안팎의 일을 돕고 있다. 캄보디아의 우물파기나 네팔 아이들 후원 등도 남편과 친구들의 후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우리를 묵묵히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저를 지탱해주는 큰 버팀목이 되죠."

"천연 수제비누는 피부오 환경 생각하는 마음의 선물"


지난 2006년에는 비누공장을 만들기 위해 미혼인 두자녀들을 내쫒기도 했다. 원래는 자녀들과 함께 살려고 지은 집이었지만, 비누 만드는 작업에 더욱 매진하기 위해 아이들을 내보낸 것. 당시 23세, 28세였던 두딸은 집을 떠나 근처에 전셋집을 얻었다. 덕분에 사회복지의 대상이던 장애인 직원들은 비누장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장애인 직원은 이제 17명. 사업 초기 최저임금 수준이던 급여는 일반 정규직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채 대표는 "앞으로 공간을 더 넓혀서 사업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라며 "외부 지원없이 운영이 되는 모범적인 사회적기업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밝혔다.

일반인들은 흉내조차 내기 어려운 채 대표의 헌신적인 삶이 정작 가족들에게는 부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자식보다 장애인들을 가까이에 두고, 경영상태가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음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꺼리를 찾아다니니 말이다. 인터뷰 내내 조용히 곁을 지키던 손 이사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제일 좋은 삶을 사는 거 아니겠습니까." 남을 돕는 이타적 삶이 결국 스스로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는 우문현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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