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위기설, 폭탄 돌리기인가? 성장통인가?

자문형랩 주의보/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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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증권사들의 자문형랩 상품에 참여하고 있는 한 유명 투자자문사는 대형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올해 이 투자자문사는 한 자동차 부품업체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 코스피지수가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았을 때 쓴 맛을 봐야 했다. 지수 하락과 함께 이 자동차 부품업체의 주가도 계속 떨어졌다. 주가 하락률은 고점 대비 무려 20% 수준이었다. 이 투자자문사가 포트폴리오를 제공한 자문형랩도 수익률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보유하고 있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떨어져 손실을 입는 것은 으레 있는 일이다. 믿고 돈을 맡긴 금융회사라 해도 신이 아닌 이상 꾸준히 수익만 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간접투자 상품인 펀드를 통해서도 이미 많은 투자자들이 경험한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급격히 규모가 커진 자문형랩시장에 대한 우려는 그 이상이다. 자문형랩이 펀드를 대체할 수 있는 최고의 대안상품으로 급부상했지만, 이 상품에 대한 논란도 만만치 않게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증권업 관계자들은 소위 '폭탄 돌리기'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라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을 정도다. 높은 수익을 노릴 수 있는 반면, 큰 위험과 구조상의 취약점이 내포돼 있다는 지적이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은 투자자들이 각자 감내해야 할 부분이겠지만, 마냥 하이리스크를 방치할 순 없는 것이다.
랩 위기설, 폭탄 돌리기인가? 성장통인가?

◆무섭게 성장한 자문형랩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3월 말 증권사의 자문형랩 잔고는 284억원이다. 하지만 1년 뒤인 지난해 3월 말에는 6516억원, 6월 말과 9월 말에는 각각 2조2752억원과 3조1118억원까지 잔고가 늘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말에는 자문형랩 잔고가 4조130억원에 달했다.

자문형랩시장의 증가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18개 증권사가 각각 밝힌 올 1월 말 기준 자문형랩의 잔고는 총 7조8198억원이다. 증권사별로는 삼성증권이 자문형랩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증권의 1월 말 자문형랩 잔고는 2조8600억원. 2위인 우리투자증권의 1조2500억원에 비해 두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처럼 자문형랩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과열된 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지나친 자금 쏠림현상
 
자문형랩과 관련해 가장 많이 지적되는 문제는 바로 자금쏠림 현상이다. 자문형랩시장에 일시에 너무 많은 자금이 몰리는 것도 문제지만 특정 업체에만 자금이 쏠리는 현상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자문형랩의 시작단계부터 지금까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일부 대형 투자자문사의 랩상품으로 자금이 몰리는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좋은 금융상품을 선별하기 위한 마땅한 기준이 없을 경우 고객 입장에서는 소위 '이름' 있는 회사를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지나친 자금쏠림 현상은 자칫 시장왜곡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증권업 관계자들의 우려다. 일부 투자자문사에만 자금이 몰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들이 투자하는 몇개의 종목에만 자금이 쏠리기 때문이다.
 
비록 주가 상승 여력이 있는 유망 대형주들이 그 대상이겠지만, 자칫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자금의 양만으로 주가가 영향을 받을 공산이 있다. 또 특정 투자자문사와 종목에 돈이 몰리다 시중에 자금이 바닥났을 경우 팔아야 할 종목을 팔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만약 증시나 특정 종목의 가격이 갑자기 하락할 경우 큰 손실을 부를 수도 있다. 이른바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어느 한순간 폭탄이 터질 수 있는 것이다.
 
◆리스크 관리의 딜레마
 
'랩 폭탄'이 터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선 리스크 관리가 해결책이다. 그렇지만 리스크 관리에 있어서 자문형랩은 딜레마에 빠지기 쉽다. 펀드와 비교했을 때 자문형랩의 가장 큰 특징은 소수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점이다.
 
자문형랩이 처음 등장했을 때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종목수는 보통 7개, 많아야 10개 안팎이었다. 종목수를 최소화해야 시장 상황에 맞춰 빠르게 대응하면서 높은 수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따져보면 종목수가 적기 때문에 자칫 한두종목에서 손실을 볼 경우 손실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해 최근에는 자문형랩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수가 15개, 많게는 20개 이상으로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종목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움직임이 둔화되고, 결국에는 일반 주식형펀드와 차별성이 없어질 수 있다. 절대수익 추구와 리스크 관리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기 쉽다는 점이 자문형랩에 내포된 또 다른 위험이다.
 
◆무엇을 믿고 투자하나
 
펀드에 비하면 자문형랩은 보안이 상당히 철저한 금융상품이다. 자문형랩에 포함된 종목들이 무엇인지, 각 투자자문사의 상품별 수익률이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한 정보에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
 
감독기관에서도 이에 대해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자칫 수익률로 투자자들을 현혹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높은 자문형랩 상품, 실력 있는 투자자문사,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선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자문형랩에 담긴 종목을 일반에 공개한다면 직접투자를 하는 개인들의 추종매매를 부추길 수 있다. 특히 매신저 등을 통해 주요 투자자문사의 포트폴리오가 무분별하게 퍼지면서 추종매매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한 증권사의 강남권 지점에 근무하는 PB는 "자문형랩 투자를 원하는 고객이 상품별 수익률 등에 대해 물어봐도 규정상 정확히 공개할 수 없다"며 "고객에게 비공식적으로 수익률 등에 대해 귀띔으로 설명해야 하는 처지"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증권사의 과도한 마케팅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자문형랩이 최고 투자상품으로 부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자문형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여전히 펀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는 "돈을 위탁할 고객들과 상담을 하면 여전히 자문형랩보다 펀드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결국 자문형랩에 돈이 몰리는 것은 투자자들의 트렌드라기보다 증권사 마케팅의 결과물로도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단기 수익률에 집착
 
펀드매니저들의 가장 큰 고충은 단기간 높은 수익률을 올리도록 압박을 받는다는 점이다. 매니저들이 자신만의 투자철학을 십분 발휘할 수 없는 이유다. 펀드는 분명 장기투자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단기간에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처지다.
 
이 같은 문제는 자문형랩에서도 지적되고 있다. 증권사, 투자자문사 그리고 투자자 모두 장기적인 시각에서 자문형랩에 접근해야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투자자문사들은 자문형랩 수익률을 단기간에 올려야만 기존 투자자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고, 더 많은 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수월하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할 때부터 장기적인 시각에서 투자하겠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각자의 투자성향에 맞는지 잘 판단해 달라고 강력히 당부한다"며 "펀드뿐 아니라 랩 투자 역시 장기투자 문화가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저가 자문형랩 "이게 최선입니까?"
 
자문형랩의 인기에 힘입어 최소 가입금액을 대폭 낮춘 상품들도 속속 등장했다. 처음 자문형랩이 등장했을 때는 최소 가입금액이 1억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각 증권사들은 5000만원, 이어 3000만원까지 최소 가입금액을 대폭 낮춘 자문형랩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적립식펀드 투자전략을 차용한 적립식 자문형랩도 등장했다. 이 상품은 첫회에 500만원 내지 300만원 이상을 불입한 후 매달 50만~100만원 이상을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식이다. 이처럼 최소 가입금액을 낮춘 것은 더 많은 투자자들이 랩 상품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문제 또한 지적되고 있다. 투자금액이 지나치게 적을 경우 포트폴리오 구성과 운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랩은 1억원을 기준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맞춰 운용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일부 증권사들은 무리해서 적립식 자문형랩 상품을 내놓진 않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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