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려고 한다. 경영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어떤 분야에서 해야 할까? 사업의 안정성을 생각하면 잘 아는 분야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곳곳에 있는 위험요소를 잘 알고 있기에 사업전개의 예측과 사전적 대응이 가능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의 방법을 직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대박을 추구한다면 성장성이 좋고, 경쟁이 적어서 내가 1등을 차지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매력적인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대박이 날 만한 분야를 찾았는데,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규사업을 준비하는 모든 CEO들의 고민이다.
 
골프라는 신규사업에 진입하기로 결정했다. 안하면 안 되는 이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들어가는 시간과 돈과 노력을 보니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공부를 해보려고 여기 저기 인터넷도 뒤지고, 책을 사서 봐도, 처음부터 기술적인 용어들이 가득해서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재미있는 경영학 이야기나, 재미있는 회계학이야기를 읽으면서 너무 가벼워 보여서 우습게 생각했었는데, 골프는 그렇게 입문자를 위한 재미있는 골프이야기가 없는지 모르겠다. 쉽고, 재미있고, 체계적인 무엇인가가 있었으면 좋으련만….
 
주변사람들이 입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7번 아이언이라는 것을 잡고, 처음 1주일 동안은 똑딱이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반스윙을 배우고, 스윙을 다 배우는데 한달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1달 또는 3개월 배우고 결국 지겨워서 다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렇게 제대로 배우지 않고 독학으로 하다 보니 지금 이모양 이꼴이라고 한탄을 한다. 고수들에게 물어보았다. 결국은 자기들의 비법을 찾아서 여기까지 왔다고 이야기한다. 잘 가르쳐주지 않는다. 의외로 신규진입이 쉽지 않은 시장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든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한가지 생각해 보자. 왜 7번 아이언으로 시작할까? 가장 큰 이유는 빨리 필드에 가고 싶고, 민폐 끼치기는 싫기 때문이다. 가장 큰 민폐가 무엇인가? 공을 안 맞아서,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을 지체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이라도 전진시키자는 의미에서 7번 아이언을 연습한다. 그런데 정작 레슨을 받아보면 똑딱이를 7일이나 하고 있으니,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7번 아이언부터 잡는 이유는 골프의 4가지 종목 중 가장 어렵고, 그 사람이 도달할 수 있는 점수의 잠재력을 결정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즉 핵심 기술력에 해당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이라면 그게 필요하다. 잠재력이 확인이 되어야 다른 투자를 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R&D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서 완벽한 제품이 나와야만 출시가 되는 의약품사업과 비슷한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취미로 하는 골프라면? 골프의 시작을 완벽한 7번 아이언 스윙만들기로 시작하는 것은 어쩌면 의류사업을 의약품사업 하듯이 시작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한번 해보자. 회장님께서 당장 다음달에 신제품을 출시하라고 하신다. 경영자로서 이런 지시를 받으면 실패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준비작업들을 정확하게 나열한다. 그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현명하고, 효율적으로 작업계획을 수립한다. 훌륭한 리더십과 팀웍으로 빠르게, 그러나 하나하나 꼼꼼하게 준비해 간다. 그래서 당장 다음달에 출시가 안되면 왜 안 되는지, 언제쯤이면 완벽한 준비가 되는지 회장님께 보고하고 설득해서 시간을 벌어야 한다. 회장님 지시사항이라는 이유로 대충 제품 정하고, 포장하고, 예전의 마케팅기법 동원해서 얼렁뚱땅 출시했다면…. 운이 좋으면 모르겠지만, 아니라면 정리해고 명단에 1순위로 올라갈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 취미로 하는 골프라는 신규사업 진출에 있어서 시간은 단축하고, 실패의 확률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진입전략은 무엇인가?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 착실하게 준비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그게 1m짜리 퍼팅이라면 그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정도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