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절집에서 만난 퉁방울 장승에 미소가 절로

민병준의 길 따라 멋 따라/남원 실상사

 
  • 머니S 민병준|조회수 : 3,222|입력 : 2011.04.0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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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기댄 구례 남원 함양 산청 하동 이렇게 다섯고을 중 이야깃거리가 가장 많은 남원. 이 고을의 동쪽 끝에 자리한 산내면은 천왕봉∼반야봉∼노고단∼바래봉으로 이어진 1000m 훌쩍 넘는 산줄기에 동서남 삼면이 빙 둘러 싸여 있고, 북쪽 역시 삼봉산으로 막혀 있는 지리산의 속살이다. 또 이웃한 인월이나 마천과는 협곡으로만 연결된 산골 중 산골임에도 그 속엔 제법 너른 들판이 펼쳐져 있고, 지리산의 자궁 같은 그 정점에 실상사(實相寺)가 자리하고 있다.

88올림픽고속도로를 타고 지리산 나들목으로 나오면 길은 인월을 지나 곧장 실상사로 이어진다. 실상사 가는 길목의 남원 산내면 대정리의 백장암 계곡은 변강쇠 타령의 설화가 스며있는 곳. 눈이 맞아 지리산으로 흘러든 변강쇠와 옹녀의 질펀한 사랑 이야기가 설화로 남아 있는 백장암 계곡엔 변강쇠 타령을 형상화한 '백장공원'이 조성돼 있다. 남녀 성기 모양을 한 음양바위를 긁어 낸 가루를 먹으면 부부 금슬이 좋아진다는 근원바위, 아기를 태어나게 한다는 수태바위 등 재미있는 바위들이 있다.

산중턱에 있는 백장암도 들러봐야 할 곳이다. 백장암 삼층석탑(국보 제10호)은 통일신라를 대표하는 예술품이기도 하다. 층마다 탑의 몸체에 보살 선녀 천왕 등 다양한 인물상을 화려하고도 자유분방하게 새겨 놓았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마치 나무를 다루듯 돌을 섬세하게 조각한 솜씨가 돋보인다.
지리산 절집에서 만난 퉁방울 장승에 미소가 절로

석장승이 수호신처럼 지켜주는 실상사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1915m)이 올려다 보이는 남원 산내면에 자리 잡은 실상사는 통일신라시대인 828년(흥덕왕 3년) 구산선문의 탯자리로 이름 높은 절집이다. 지리산 기슭에 있긴 하지만 근접하기 힘든 높다란 산중턱이 아니라 펑퍼짐한 들판에 자리하고 있는 평지사찰이다.

실상사로 들어서는 길에 길손을 반겨주는 것은 만수천 해탈교 양쪽에 서있는 3기의 석장승이다. 본래 4기가 있었으나 1기는 1936년 대홍수 때 떠내려갔다. 보통 장승은 남녀 한쌍으로 세워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일반적인데, 특이하게도 이 장승들은 모두 남성이다. 1725년 무렵에 세워졌으니 거의 300년 가까이 그렇게 실상사를 지켜온 셈이다.

장승은 생김새도 모두 비슷하다. 머리엔 헐렁한 벙거지를 썼으며, 툭 튀어나온 퉁방울눈에 코는 뭉툭한 주먹코다. 거기에 윗송곳니 두개가 삐져나와 험상궂은 듯 보이지만 입가의 미소는 유순한 심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무섭다기보다는 익살스럽고 해학적이다.

민간신앙의 한 형태인 장승은 주로 마을이나 사찰 입구에 세워져 경계를 표시하면서 잡귀의 침입을 막는 수호신의 구실도 한다. 이 장승 역시 절집의 경계표시와 함께 경내의 부정을 금하는 뜻에서 세운 것이다. 그러니 일주문을 아직 지나지 않았다 해도 장승과 눈 맞추면 경내로 들어서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일까. 실상사엔 일주문이 없다. 뿐만 아니라 대웅전도 없고, 권위와 깨달음 순서의 상징이라는 높다란 계단도 없다. 모든 전각들이 비슷한 높이의 평지에 자리하고 있다. 차근차근 순서를 밟는 교종의 절집은 계단식, 찰나에 깨달음을 얻는 선종의 절집은 평지에 터를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렇듯 웬만한 석물과 전각이 모두 한눈에 들어오는 절집이지만 둘러보려면 의외로 시간이 꽤 걸린다. 수철화상 능가보월탑, 수철화상 능가보월탑비, 실상사 석등 등 국보와 보물이 10여점이나 되기 때문이다.

지리산 절집에서 만난 퉁방울 장승에 미소가 절로


우선 상륜부가 온전히 남아 있어 불국사 석가탑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이 탑의 상륜부를 참고했다는 동서 삼층석탑, 그리고 석등에 불을 지피기 위해 올라서는 계단석이 남아 있는 석등에 눈길이 간다. 그 너머의 보광전은 실상사의 중심이 되는 전각이지만, 실상사의 명성이나 역사성에 비해 작고 소박하다.

보광전 안에 걸려 있는 범종엔 호국사찰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사연이 전한다. 즉 종을 치는 자리엔 마치 일본 지도를 연상케 하는 그림이 있는데, 이곳을 치면 일본이 망한다는 전설이 그것이다.

약사전에 모셔진 철제여래좌상은 2.7m가량이나 되는 거대한 철불. 창건주 홍척스님의 제자인 수철스님이 4000근이나 되는 철을 녹여 만들었다고 한다. 이 철불은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을 것만 같은 산'이라는 지리산과 같은 무게로 결가부좌 자세를 취한 채 동남쪽에 있는 천왕봉을 바라보고 있다. 이 철불이 연꽃대좌가 아닌 흙바닥에 앉아계신 까닭은 일본으로 빠져나가는 한반도의 지기를 막기 위해서라고.

또한 보광전에서 서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극락전이 있는데, 이곳에 실상사의 중요한 문화유산이 모여 있다. 극락전을 중심으로 실상산문의 개산조인 홍척스님, 그리고 제자인 수철스님의 부도와 부도비 역시 모두 빼어난 조각 솜씨 덕에 보물로 지정돼 있다. 물론 옛 조계암터에서 만나는 편운화상의 부도도 놓칠 수 없다.

실상사를 벗어나면 길은 뱀사골계곡으로 이어진다. 뱀사골계곡 안쪽에 자리 잡은 와운마을엔 '지리산 천년송'이 신령스런 자태로 자라고 있다. 나이 500살이 넘는 이 소나무는 와문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 잘 생긴 나무 아래에서 계곡을 내려다보면 와운마을 풍광이 눈 아래 펼쳐진다. 하룻밤 묵어가고픈 아늑한 산마을이다.
 
지리산 절집에서 만난 퉁방울 장승에 미소가 절로


여행수첩

●교통 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고속도로→88올림픽고속도로(광주·남원 방면)→지리산 나들목→인월→산내→실상사 <수도권 기준 3시간30분 소요>

●숙박 실상사가 있는 산내면엔 구룡관광호텔(063-636-5733)을 비롯해 토비스콘도(063-636-3532), 일성콘도(063-636-7000) 등이 있다. 뱀사골계곡 입구인 부운리에 지리산파크텔(063-626-2114), 계곡산장가든(063-625-9765), 반야봉산장(063-625-0515), 뱀사골민박촌(063-625-8955), 부운산장(063-626-3614), 세걸산장(063-626-3616), 와운산장(063-625-3023) 등 숙박시설이 많다. 인월의 흥부골자연휴양림(063-620-6791, 636-0100 www.honbul.go.kr)은 잣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침엽수 삼림욕을 겸할 수 있는 휴양시설.

●별미 뱀사골 계곡 입구의 부운리에 뱀사골산채식당(063-626-3078), 천왕봉산채식당(063-626-1916), 일출산채식당(063-626-3688) 등 산채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많다. 산채비빔밥 1인분 6000원, 산채정식 1인분 1만원.

남원 지리산 기슭에서 자라는 토종 흑돼지는 일반 돼지에 비해 육질이 부드럽고 고소하다. 산내면 대정리에 유성식당(063-636-3046) 등 전문식당이 여럿 있다. 흑돼지 생삼겹살 소금구이 1인분(200g) 9000원, 흑돼지 수육 1인분 9000원.
 
●참조 실상사 063-636-3031 www.silsa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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