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사리 너른 들, 그 너머 흐드러진 벚꽃

민병준의 길 따라 멋 따라/ 하동 '토지길'

 
  • 민병준|조회수 : 1,486|입력 : 2011.04.1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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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이 휘돌아 흐르는 경남 하동군의 악양면과 화개면은 소설의 배경으로 알려진 고을들이다. 너른 악양 들판은 박경리 선생이 <토지>를 구상할 때 영감을 줬고, 시끌벅적한 화개장터는 김동리 단편소설 <역마>의 주요 무대이기도 했다. 이곳에 지난해 '토지길'이 열렸다.

경남 하동의 악양엔 제법 널찍한 땅이 펼쳐져 있다. 무려 80만평이나 되는 악양 평사리들판, 일명 '무딤이들'이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은 1960년대 말 어느 날 섬진강을 지나다가 악양의 무딤이들을 보곤 <토지>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 무렵 선생은 경상도 땅에서 만석지기 사대부 집안이 4대에 걸쳐 펼쳐 나가는 대하소설의 무대를 찾던 중이었다.
평사리 너른 들, 그 너머 흐드러진 벚꽃

너른 무딤이들판을 지키고 있는 '부부송'

악양의 여러 명소를 지나는 '토지길 1코스'는 섬진강변의 평사리공원에서 시작한다. 여기서 섬진강 백사장과 봄 풍경을 즐긴 다음, 19번 국도를 건너면 대하소설 <토지>의 전개에 든든한 버팀목이 됐던 널따란 '무딤이들'이 펼쳐진다. 보리밭 한가운데에 선 두그루의 소나무인 '부부송'이 <토지>의 주인공인 서희와 길상처럼 방문객을 맞는다.

부부송을 지나면 아담한 저수지인 동정호를 지나 최참판댁 입구 삼거리에 닿는다. '토지길 1코스'는 여기서 최참판댁 방향으로 곧장 가지 않고 한산사를 거쳐 고소성으로 이어진다. 20여분 만에 고소성 성벽에 서면 널찍한 무딤이들 너머로 도도하게 휘돌아가는 섬진강의 아름다운 선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고소성 조망을 즐긴 뒤 작은 봉우리 하나 넘어 마을로 내려서면 최참판댁이 나온다. 원래 있던 집이 아니라 SBS 대하드라마 <토지>를 촬영하기 위해 만든 야외세트인데, 꽤 공들여 지은 듯 유서 깊은 영남의 여느 고택 못지않게 으리으리하다. 길상이 거주하던 행랑채, 최치수의 신경질적인 기침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사랑채, 별당아씨가 머물던 연못 딸린 별당 등 넉넉하지만 왠지 적막한 기운이 흐르던 소설의 분위기가 잘 표현돼 있다. 최참판댁 솟을대문에서는 서희가 그토록 되찾으려던 기름진 들판이 눈앞에 장하게 펼쳐진다.

토지길 1코스는 최참판댁 사랑채 뒷길로 해서 대촌·정서마을 지나 조씨고택으로 이어진다. 조씨고택은 대대로 평사리 만석꾼 집안으로 최참판댁의 실제 모델이 되기도 했다. 이어 상신마을 돌담길 돌아가면 커다란 소나무가 눈길을 끈다. '십일천송'이다. 멀리서는 마치 한그루 반송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가보면 열한그루의 소나무가 한그루처럼 사이좋게 오순도순 자라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십일천송과 헤어지면 취간림. 풍수상 부족한 기운을 돋우기 위해 조림한 마을숲이다. 이어 대봉감으로 유명한 대축마을을 들러 뒤편의 문암송(천연기념물 제 491호)을 보고 내려오면 1코스 종착지인 평사리공원에 닿는다. 이렇게 평사리공원~한산사~고소성~최참판댁~조씨고택~상신마을~십일천송~취간림~문암송~평사리공원으로 회귀하는 1코스는 총 13km로 4시간 걸린다.
 
평사리 너른 들, 그 너머 흐드러진 벚꽃

벚꽃 휘날리는 날 걷고 싶은 '토지길 2코스'

'토지길 2코스'는 화개장터에서 시작한다. 토지길 1코스와 2코스는 현재 조성 중인 '섬진강 100리길'과 겹치기도 하지만, 서로 독립적이므로 상황에 따라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벚꽃이 휘날리는 계절, 만약 둘 중 하나만 걸어야 한다면 2코스를 추천한다.

토지길 2코스는 화개장터~십리벚꽃길~쌍계사~불일폭포~국사암으로 이어진다. 화개천을 건너기도 하고, 푸른 차밭과 보리밭을 지나면서 걷는데, 무엇보다 벚꽃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 13km로 4시간 정도 걸린다.

화개장터는 8·15광복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다섯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모여드는 5일장이었다. 화개골 깊숙한 곳에 사는 화전민과 널찍한 논이 펼쳐진 구례의 농부, 그리고 섬진강 하구의 어부들이 모여드는 화개장은 산과 들판, 강과 바다의 산물이 하나로 만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김동리(1913~1995년)는 이곳을 배경으로 단편소설 <역마>를 쓰기도 했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화개골은 유명한 '쌍계사 10리 벚꽃길'. 실제로는 6km 정도 되는 이 길은 50~60년이 넘은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화개골을 따라 이어져 있다. 매년 4월 초순이 되면 벚꽃 터널을 이루는데, 사랑하기 시작한 젊은 남녀가 이 길을 걸으면 백년가약을 맺는다 해서 '혼례길'이라고도 불린다. 올해 쌍계사 벚꽃은 예년보다 다소 늦은 4월10일 무렵에 만개할 것으로 보인다.

화개골엔 전통차를 맛볼 수 있는 찻집들도 많다. 벚꽃 아래를 거닐다가 맘에 드는 찻집에 들러 지리산 물로 달인 차를 음미하면, 차향이 입 안 가득 잔잔하게 번져온다. 그러면 세속의 찌든 때는 어느덧 사라지고 마음은 선승(禪僧)처럼 여유로워질 것이다. 신라 성덕왕 때 창건한 쌍계사에선 최치원이 글을 짓고 쓴 진감선사 부도비(국보 제47호) 등 많은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다.

평사리 너른 들, 그 너머 흐드러진 벚꽃


여행수첩

●교통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익산분기점→익산·포항고속도로→전주 분기점→순천·완주고속도로→황전 나들목→구례→19번 국도(하동 방면)→화개→악양 <수도권 기준 4시간~4시간30분 소요>

●숙박 악양면 등촌리에 너른마당(010-4852-3888, 055-884-3888, virocana.kr), 정서리에 평사리황토방(055-882-5554, www.pyeongsari.com) 등의 숙박업소가 있다.

화개골 쌍계사 근처엔 민박집과 모텔, 펜션 등이 많다. 쉬어가는누각(055-884-0151~2, cafe.daum.net/0558840151), 온천모텔사우나(055-883-9346, home1.moatv.com/onchoen), 쌍계펜션(055-883-1312) 등이 깨끗하다.

●별미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늘어선 식당들에선 재첩국과 재첩회, 참게탕, 은어회 등이 입맛을 돋운다. 화개의 늘봄식당(055-883-8411), 혜성식당(055-883-2140) 등에서 맛볼 수 있다. 참게탕 3만~5만원, 재첩정식 7000원, 재첩회 2만~3만원, 은어회 구이 튀김 2만~4만원. 쌍계사 입구의 단야식당(055-883-1667)은 사찰국수로 유명한 식당이다. 딸려 나오는 밑반찬도 깔끔하다.

●참조 악양 관광안내소 055-880-2950, 화개장터 관광안내소 055-883-5722, 최참판댁 055-880-2960, '토지길' 탐방로 문의는 한국문인협회 하동지부 055-882-2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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