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꽃·자두꽃 흐드러진 과수원길 너머 절집이 저기

민병준의 길 따라 멋 따라/ 김천

 
  • 민병준|조회수 : 2,976|입력 : 2011.04.16 11:43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추풍령 아랫고을인 경북 김천. 북쪽에 직지사가 있다면 남쪽엔 청암사가 있다. 봄날에 청암사 가는 길은 뭉게뭉게 피어오른 새하얀 꽃구름 사이로 이어진 굽잇길이다. 사과꽃과 자두꽃 활짝 핀 과수원길. 잊었던 고향 같은 청정 산골 김천의 봄은 이렇게 꽃구름에 휩싸여 곁으로 다가온다.

김천의 4월은 사과꽃과 자두꽃으로 황홀하다. 꽃이 피어있는 길가나 산기슭은 사과밭 아니면 자두밭이다. 특히 김천 남부의 농소 구성 조마 지례면 일대는 전체가 과수원으로 이루어진 마을도 많다. 이런 마을들은 길모퉁이를 돌 때마다 새하얀 꽃구름이 몽환처럼 피어오르니 누군들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
사과꽃·자두꽃 흐드러진 과수원길 너머 절집이 저기

16~17일 이틀간 자두꽃 축제

때맞춰 4월16~17일 이틀간 김천문화원 주관으로 '2011 김천 자두꽃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이 축제는 원래 4월 둘째 주말인 4월9일과 10일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꽃샘추위로 자두꽃 개화가 늦어져 셋째 주말로 연기된 것이다.

축제에서 단연 눈길 끄는 것은 자두꽃길 체험 행사다. 봉곡초등학교~샙띠마을 구간(왕복 4km)에서는 자두꽃길 걷기, 봉곡초등학교~사실마을 구간(왕복 4km)에서는 자전거와 경운기 타고 자두꽃 감상하기 등의 행사가 진행된다. 축제 주 행사장은 농소면 봉곡리 옛 봉곡초등학교다.

사과꽃과 자두꽃을 실컷 즐긴 뒤 구성면의 방초정(경북 유형문화재 제46호)에 앉아 봄볕을 즐긴다. 2층 누각으로 된 이 정자는 조선 후기에 지은 것인데, 2층에서 내려다보는 연못 풍광이 좋다.

사과꽃·자두꽃 흐드러진 과수원길 너머 절집이 저기


이어 지례면에선 졸깃졸깃한 흑돼지로 입을 즐겁게 한 다음 맑은 감천을 오른쪽으로 끼고 거슬러 오른다. 대덕면 삼거리에서 30번 국도를 타고 성주 방면으로 달리다 아흔아홉 고개 가래재를 넘을 때는 마치 강원도 깊고 깊은 산골로 들어가는 것만 같다.

그 너머 수도산(1316m) 북동쪽 기슭에 자리 잡은 청암사(靑巖寺)는 858년(신라 헌안왕 2) 도선국사가 창건한 절집이다. 이곳엔 17세기 회암 정혜스님의 강맥을 이어 1987년 문을 연 비구니 스님들의 승가대학이 있다. 우리나라 비구니 강원 중 가장 외진 곳에 있기 때문인지 공주 동학사나 청도 운문사에 비해 일반인에게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청암사의 매력은 청기(淸氣)가 흐르는 고즈넉함이다. 청암이란 절집 이름에 걸맞게 바위와 나무가 어우러진 절집 앞 계곡도 참 좋다. 청암사는 이 계곡을 사이에 두고 두구역으로 나뉜다. 계곡 북쪽의 낮은 곳에 자리 잡은 대웅전 영역과 그 남쪽 언덕 위의 극락전 영역이다.

대웅전 영역에 있는 육화료(六和寮)는 승가대학의 중심을 이루는 건물이다. 육화란 '함께 공정하게 생활하며(身), 말로써 화합하며(口), 생각으로 화목하며(意), 다같이 계율을 지키며(戒), 법에 대한 의견을 같이하며(見), 유익한 일은 균등하게 나눈다(利)'는 뜻이다. 즉 여섯가지 법으로써 모두 화합한다는 승가의 실천 내용인 것이다.

극락전에 들면 눈이 밝지 않은 이들도 독특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정갈하게 가꿔진 입구의 텃밭과 돌담은 그렇다 해도 솟을대문 등 건축물의 구조가 사대부 양반가 기와집을 닮았기 때문이다. 원래 이 극락전은 숙종의 계비인 인현왕후가 1689년(숙종 15) 장희빈 때문에 폐서인되어 쫓겨났을 때 은거하며 만 3년을 기거했던 곳이다. 극락전 서쪽에 있는 보광전은 인현왕후의 복위를 빌기 위해 세워진 것이라 하는데, 부처님의 가피 덕분인지 1694년 다시 왕후로 복위했다.

사과꽃·자두꽃 흐드러진 과수원길 너머 절집이 저기


맑고 깔끔한 비구니 수행터, 청암사

청암사는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하는 절집답게 정갈하게 가꿔져 있다. 더불어 범종각에 있는 목어, 그리고 법고의 거북 생김새는 화사하고 귀엽다. 역시 비구니 절집답다. 하지만 청암사 강주와 주지스님은 물론 학인들 모두가 태극권 유단자라 한다. 몇해 전에는 전국우슈대회에 16명이 참가해 전원 메달을 따기도 했다고.

청암사를 나와 수도산 정상 가까이에 자리 잡은 수도암(修道庵)으로 향한다. 해발 960m에 터를 잡은 암자다. 봄이 깊어가는 4월 중순에도 이곳은 초봄이다. 아래 사하촌과는 계절이 한달 가까이나 차이가 난다.

수도암의 대적광전을 중심으로 하여 동쪽과 서쪽에 서 있는 쌍탑(보물 제297호)은 859년(신라 헌안왕 3)에 도선국사가 세웠다고 한다. 참선 수도장으로 유명한 이 암자의 법당 앞마당에 서면 탁 트인 전망 끝에 금오산 암봉이 불꽃처럼 피어오르는 광경을 감상할 수 있다. 도선국사가 이 터를 발견하고 7일 동안 춤을 췄다더니 과연 괜찮은 조망이다.

김천을 비롯한 경북지역은 불교문화의 수입 창구이자 경주 불교의 보급 통로라 다른 지역에 비해 경주의 불교가 빠르게 보급된 곳이기도 하다. 대동여지도를 보면 이 수도산 기슭에 쌍계사(雙溪寺)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도선국사가 창건한 이 절집은 조선 후기까지 상당한 규모를 갖추고 있었다고 전한다. 청암사와 수도암도 당시엔 쌍계사에 속한 암자였다.

지금 사하촌인 증산면사무소 일대가 쌍계사 옛 절터다. 면사무소 건물 뒤쪽은 대웅전이 있던 자리인데, 큼직한 주춧돌들이 남아있는 장방형 터 한가운데엔 부처님이 앉았던 연화대좌도 있다. 다른 전각이 있었을 법한 자리엔 민가가 들어서 있었다. 주민들 말에 따르면 지금 면사무소 건물 자리가 절 앞마당이었다고 한다. 부도밭은 이곳에서 서쪽으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역시 민가에 둘러싸인 상태다. 결국 쌍계사 옛 절터에 집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면소재지가 형성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눈을 감고 화재 이전의 절집 풍광을 상상해본다. 대웅전 뒤로는 아담한 시루봉(469m)이 솟아있고, 넓은 뜰 바로 앞 수도계곡의 반석으로 맑은 계류가 흐르는 절집. 한국전쟁 당시 불타지 않았다면 직지사의 권위에 뒤지지 않는 절집으로서 사부대중에게 많은 위안을 주었을 것이다.

사과꽃·자두꽃 흐드러진 과수원길 너머 절집이 저기

여행수첩

●교통 경부고속도로→김천 나들목→김천시내→3번국도(거창 방면)→구성→지례→대덕→30번 국도→청암사→수도암<수도권 기준 4시간 소요>

●숙박 청암사 아래의 증산면 유성리에 최원경민박(054-437-0380), 홍재균민박(054-437-0350), 손태무민박(054-437-0135), 김종곤민박(054-437-0011), 평촌리에 신난이민박(054-437-0017), 김춘보민박(054-437-0359), 조정식민박(054-437-0160), 김남철민박(054-437-4841) 등이 있다. 수도암 입구의 수도리 산기슭에도 김종태민박(054-437-0834), 조성목민박(054-437-3766), 서말임민박(010-4696-6549), 차주철민박(054-437-5295) 등이 있다.

●별미 꺼먹돼지라고도 불리는 김천 지례면의 흑돼지는 오래 전부터 이름 날린 토종돼지다. 이 흑돼지는 비계층이 얇으면서 지방도 많지 않아 쫄깃하게 씹히는 질감이 좋다. 지례면 소재지에 '현구 원조2대 불고기'(054-435-0319) 등 흑돼지 전문식당이 여럿 있다. 삼겹살·목살 소금구이와 양념불고기가 모두 1인분에 9000원.

청암사 아래의 평촌리에 흑염소고기를 맛볼 수 있는 평촌식당(054-437-0018), 50년째 순두부를 차리는 할매식당(054-437-0017) 등이 있다. 수도산식당(054-437-0009)은 산채보리밥을 차린다.

●참조 김천시청 054-420-6114, 김천문화원 054-434-4336  www.gcculture.or.kr, 청암사 종무소 054-437-0038 홈페이지 www.chungamsa.org
 

  • 0%
  • 0%
  • 코스피 : 3307.10상승 2112:50 06/25
  • 코스닥 : 1017.65상승 5.0312:50 06/25
  • 원달러 : 1128.70하락 6.212:50 06/25
  • 두바이유 : 74.81상승 0.3112:50 06/25
  • 금 : 73.73상승 0.312:50 06/25
  • [머니S포토] 유기홍 의원 질의 답변하는 유은혜 부총리
  • [머니S포토] 국힘 대변인 선발토론배틀, 인사말 전하는 이준석 대표
  • [머니S포토] 군 부대 방문 민주당 윤호중, 유심히 코로나19 백신 살펴...
  • [머니S포토] 홍준표, 1년 3개월만에 국민의힘 복당
  • [머니S포토] 유기홍 의원 질의 답변하는 유은혜 부총리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