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보다 재밌는 김택진식 드라마

[CEO In & Out]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 이정흔|조회수 : 2,157|입력 : 2011.04.1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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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가 스토브리그에 들어가 있던 지난해 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화제의 인물로 떠오르며 스포츠계를 달궜다. 프로야구단 창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의 놀라운 행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대 전자공학도 출신인 그는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와 함께 '아래 한글'을 공동 개발하며 세상에 처음으로 이름을 알렸다. 현대전자에 스카우트되며 탄탄대로를 보장 받은 그는 1997년 돌연 '게임회사' 창업을 선언, 모두를 의아하게 만들었다. 주변의 우려 속에서도 꿋꿋이 게임 개발에 매달린 지 1년만에 고생 끝에 내놓은 첫작품 '리니지'가 큰 성공을 거두고, 비즈니스위크가 발표한 '세계 e비즈 영향력 있는 25인'에 그의 이름을 올린 것이 2002년. 사람들은 그의 이름에 더욱 주목하기 시작했다.

'천재 소녀'로 잘 알려진 윤송이 전 SK텔레콤 상무(현 엔씨소프트 부사장)와의 2007년 비밀 결혼은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최고의 조력자를 아내로 맞아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그가 지난 4월1일에는 '1조 클럽 주식 부자'에 새롭게 진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 불과 한달이 채 지나지 않은 요즘엔 '프로야구단 구단주'로 연일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리니지보다 재밌는 김택진식 드라마

◆'깜놀 CEO'의 행보에도 원칙은 있다    

소년 시절 야구광이었던 김 대표는 구단주가 꿈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40대의 젊은 나이에 그는 '소년 시절 꿈을 이룬' 대한민국 9명 중 1명이 됐다. 이 '행운의 사나이'에 업계는 물론 세상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지금껏 야구단 운영은 삼성, LG, 롯데, 두산, SK 등 굵직굵직한 대기업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져 왔다. 그런 상황에서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의 야구단 창단 도전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 사이에서 게임업계 최초로 '제9구단주'가 된 김 대표의 저력은 무엇일까.

지난 3월31일 창원에서 열린 엔씨소프트의 야구단 창단식에서 야구점퍼를 차려입고 마이크를 잡은 그는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졌다"는 말로 이에 대한 답을 전했다. 야구광으로 유명한 김 대표의 개인적 바람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엔씨소프트 내부적인 입장에서도 야구단은 충분히 매력적인 신사업 진출 분야 중 하나였다. 여기에 늘어나는 야구 인기와 함께 제9구단 창단을 원했던 KBO의 입장, 마산과 창원 통합의 구심점이 필요했던 창원시의 열망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단순히 운으로만 치부하기에는 '김택진식 경영 스타일'의 힘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온라인게임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1990년대 중반 돌연 게임업계 진출을 선언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행보를 돌아보더라도, 그에게는 늘 '도전'과 '꾸준함'이라는 키워드가 따라다니곤 했다. "늘 새로운 분야를 찾아가되, 끝까지 해야 한다는 것." 이는 김 대표가 회사 내부는 물론 강연 등을 통해서도 늘상 강조하는 바이기도 하다. 

물론 그가 도전을 결정할 때는 원칙이 있다. 그는 이번 야구단 창단에도 '즐거움'을 가장 먼저 강조했다. 온라인에서 즐거움을 주기 위해 게임산업에 뛰어들었다면, 이제 오프라인에서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야구단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리니지보다 재미있는 야구"라는 말로 이 같은 의지를 표현했다.

한번 도전을 결정하면 꾸준함을 무기로 집요하게 매달리는 것 역시 김택진식 스타일로 평가된다. 실제로 그는 아직까지 게임 제작과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대한민국 유일의 게임업체 CEO다.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새벽까지 사무실 불이 켜져 있을 만큼 한번 시작한 일에 끝까지 매달리는 '모범생 CEO' 스타일로도 유명하다.

이번 야구단 창단 과정에서도 대기업 회장이 즐비한 기존 야구단의 찬성을 얻어내는 데 그의 이 같은 면모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이다. 기존 구단을 향해 끊임없이 진정성을 내보이고 부지런히 발로 뛰며 성실함을 보인 끝에 '제9구단 창단'의 역사를 이뤄낸 셈이다.

◆온라인 넘어 오프라인으로…어디까지?  

진짜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프로야구단 운영에는 어마어마한 투자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우선 KBO(한국야구위원회) 가입을 위한 금액만 해도 최소 150억원 이상이며, 선수 수급 문제 등 줄줄이 막대한 투자가 기다리고 있다. 야구단 운영에만 매년 200억~30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정작 엔씨소프트는 재무적으로는 걱정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업계의 우려는 여전하다. 지난 한해 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률은 국내에서만 45%를 넘어설 정도다. 지난해 엔씨의 당기순이익은 1738억원이었다. 그러나 매일 새로운 게임이 쏟아져 나오고 신작 개발을 위해 막대한 투자비용이 필요한 게임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프로야구의 투자 비용이 늘어날수록 게임 개발에 대한 재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CEO로서 김 대표의 경영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시기다.

김 대표 스스로는 "이제 막 아이를 출산한 셈이니, 이 아이가 어떻게 커갈지 구체적인 계획은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하지만 지금껏 남다른 행보를 보여 온 그이기에, 그가 꾸려갈 새로운 야구단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가고 있다.

일단 '재미있는 야구'를 목표로 내건 김 대표는 게임 개발 등 IT분야의 강점을 십분 활용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모바일 앱이나 음악, 교육 등 엔씨소프트 기존 사업을 기반으로 야구장에서 모바일로 음식을 주문하고, 게임 스코어를 예상하는 등 보다 다양한 변주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다.

야구단 창단에 즈음해 야구 게임의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온라인게임과 오프라인 야구를 연동해 나가는 첫 출발이 되는 셈이다. 지금껏 캐주얼게임에서 이렇다 할 성공작을 내지 못했던 김 대표가, 프로야구의 인기를 발판삼아 캐주얼게임에도 성공적으로 발 디딜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야구단 창단을 통해 더 큰 꿈을 그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야구단 창단으로 높아진 인지도를 바탕으로 인터넷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넘어 신사업분야에 진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김 대표의 최종 꿈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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