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슐츠는 이태리에 출장을 갔다가 거리에 가득한 에스프레소바를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어느 에스프레소바에 들어가도 반가운 인사와 함께 숙련된 바리스타가 원두를 갈고 커피를 추출한 후 그걸 다시 따뜻한 우유와 섞어 내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단순히 커피 한잔을 마시는 의미가 아닌, 경험 그 자체였다. 진정성이 어린, 하루의 피곤을 녹일 수 있고 머릿속 깊이 박혀있던 고민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바로 그런 장소였다.

미국 시애틀로 돌아온 그는 다시 한번 그 경험을 되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스타벅스'다. 겥Onward겦는 하워드 슐츠의 자서전적인 이야기다. 이 책에는 슐츠가 스타벅스를 어떻게 설립했고 어떻게 키웠으며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가 서술돼 있다.
　
고객의 경험을 회복하라

슐츠가 야심차게 설립한 스타벅스는 세계 각국에 1만7000여개의 매장을 둘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매출액은 늘 상승했고 주가는 올랐다. 그가 일으킨 커피제국은 해가 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부터인지도 모르게 갑자기 스타벅스로 향하는 발길을 조금씩 다른 곳으로 돌렸다. 매출액은 떨어졌고 주가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때맞춰 금융위기까지 터지면서 운영비조차 감당이 안돼 문을 닫아야 하는 매장이 줄을 섰다. 조짐을 알아챈 언론과 월스트리트는 냉담해졌다. 평소에 적대적인 감정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얼씨구나 하면서 온갖 말들을 쏟아냈다.

스타벅스 CEO로 복귀한 슐츠가 제일 먼저 했던 일은 그들의 사명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만드는 작업이었다. 왜 일하는지, 고객에게 어떤 것을 제공하는지를 전 직원들과 공유했고, 그 공유된 가치는 변화를 불러왔다. 단순히 이것 저것을 해야 한다는 지침이 아니라, 고객에게 더 좋은 커피를 제공하고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한다는 신념 아래 모든 것이 조정된 것이다.

매장 내 커피향을 더욱 더 살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더불어 새로운 블렌딩을 통해 더 수준 높은 원두를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 높이가 낮은 에스프레소머신을 통해 바리스타와 고객이 따스함을 나눌 수 있도록 하고, 전 매장을 일시에 닫아 더 좋은 에스프레소 뽑는 법을 배우도록 했다. 모두가 반대했던 인스턴트 커피 비아(VIA)를 출시한 것도 고객에게 언제 어디서나 질 좋은 스타벅스 커피를 맛보게 한다는 새로운 희망을 보고자 시도한 일이었다. 모든 것은 한방향으로 잘 정렬돼 스타벅스만이 줄 수 있는 고객과의 경험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모든 기업 및 조직은 저마다의 추억이 있다"

하워드 슐츠의 말처럼 스타벅스의 추억은 다시 새로운 장을 맞이했다. 비즈니스가 영속되는 이상 어려움은 수시로 찾아오고 그에 따른 변화도 끝없이 이어진다. 그 실패와 도전, 그리고 재기의 역사를 지켜보는 일은 우리가 가진 특권이다. 미국 스타벅스의 이야기라 우리나라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사례들도 있지만 세계 최고의 커피회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라. 방황하고 물러서기도 하고, 불안해하며 답답해하기도 하지만 결국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그 속에 비즈니스의 본질과 만나게 될 것이다.

하워드 슐츠·조앤 고든 / 8.0 펴냄 /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