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매, 포기가 아니라 전략이다

이건희의 행복투자

 
  • 이건희|조회수 : 1,585|입력 : 2011.05.1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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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하락으로 현재 손실이 나 있지만 앞으로 주가가 더욱 하락하리라는 예상이 들 때 손실임에도 불구하고 파는 것이 손절매다. "손절매를 못하면 주식투자를 하지 마라"는 말이 있듯이 투자에서는 손절매가 필수 수단 중 하나로 여겨진다.  "손절매를 잘해야 주식투자 9단"이라는 격언도 손절매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격언이다.

유럽의 전설적인 투자가인 앙드레 코스툴라니는 "손절매는 개인투자자를 위한 거의 유일한 보험"이라고 했으며, 무용가로서 낮에는 공연을 하는 생활 속에서도 주식투자로 크게 돈을 벌어 성공한 니콜라스 디바스는 그의 4대 투자기법에 손절매를 포함시켰다. 그의 투자경험은 <나는 주식투자로 250만불을 벌었다>는 책으로 출간되었다. 1964부터 1995년까지 31년 동안  뱅가드 윈저펀드를 운영하여 무려 5546%의 수익률을 올린 펀드매니저 존 네프도 손절매를 필수전략으로 삼았다.
손절매, 포기가 아니라 전략이다

개인투자가들도 투자를 오래 하다보면 손절매가 필요함을 체험적으로 느끼게 된다. 손절매가 없으면 작은 손실이 결국은 큰 손실로 확대되고 심지어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될 수도 있다. 투자한 회사가 적자 누적으로 재무상태가 악화일로에 있음에도 손실 내고 팔기 싫다고 버티다가 그 회사가 상장폐지되어 주식이 아예 휴지가 된 경우들도 적지 않다.

한편 주가가 하락할 때에 매도하지 못했던 주식이 먼 훗날 다시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이미 1/10 토막까지 떨어졌다가 최저점 대비 2배로 오른 것인 경우도 있다. 그러면 오랜 세월의 기다림 뒤에 남은 것은 여전히 50%나 되는 상당한 손실률이다. 같은 종목을 일찌감치 손절매하고 다른 투자를 한 사람은 그 세월에 상당한 수익률을 얻은 것과 비교가 된다. 

◆손절매는 미래기회비용

손절매는 현재 상태에서의 손실을 확정시키면서 미래에 손실이 더욱 확대될지도 모르는 불확실성을 차단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비록 손절매는 하였지만 회수한 자금으로 그보다 더 나은 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역할도 한다. 주식투자만이 아니라 부동산투자, 사업에 대한 투자, 외환투자 등 어떤 투자에서든지 손절매는 필수적인 전략에 포함되어야 한다.

아파트 브랜드 '수자인'으로 알려진 중견 건설사 한양은 지난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사들인 공공택지인 광교신도시와 영종하늘도시의 택지를 330억원 가량의 손실을 보면서까지 최근에 LH에 반납하였다. 광교신도시 택지는 임대주택용지로서 토지가격 대비하여 사업성에 대한 확신이 줄어들었고 인근에 고속도로 우회도로가 생기면서 사업면적이 줄어들어 사업 진행이 불리해졌다. 영종하늘도시는 전용 85㎡ 초과 중대형 필지로서 근래 시장 분위기에서는 사업성을 얻기 힘들다고 보았던 것 같다. 택지에서 분양사업을 빨리 추진할 때 미분양 발생이 우려되는 것과 사업성이 생겨나기를 기다리면서 오래 보유할 때 지불되는 금융비용을 감안하여 차라리 지금이라도 손절매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필자가 자주 지나가는 길에 브랜드 수퍼가 아닌 개인 수퍼로서는 상당한 규모의 수퍼마켓이 몇달 전에 생겨났었다. 그 지역을 잘 아는 필자로서는 그 수퍼가 생겨날 때부터 그 자리에 개인 수퍼가 들어서서 영업이 잘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특별히 싸게 파는 것이 있어서 그 품목을 사기 위해서 가끔 가는 편이었는데 며칠 전에 가니까 매장이 텅 비어있었다.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주인이 깨닫고 손절매로 영업중단하고 퇴거하였음에 가슴 아팠다. 그러나 일부 건진 돈으로는 다른 곳에서 좀 더 현명한 판단을 하면서 다시 시작하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하였다.
 
◆인생살이에서 더 필요한 손절매 
 
투자만이 아니라 인생에서도 손절매가 필요할 때가 있다.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하던지 누구나 잘 되리라는 믿음과 기대를 가지고 선택을 한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접하고 매우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면 괴로워진다. 투자할 때 누구나 수익을 내리라는 기대감으로 하지만 예상과 달리 손실이 발생할 수 있듯이, 결혼할 때 누구나 행복하게 살아가리라는 부푼 기대를 하지만 결혼생활이 이어지면서 불행의 늪으로 빠지기도 한다. 노력으로 부부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도저히 불가능하다면 때로는 손절매를 통하여, 즉 이혼을 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차라리 나을 수 있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였다가 다시 회복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 사회생활과 직장생활에서도 힘든 고비가 나타났을 때 그 이후로 다시 삶이 잘 풀릴 수도 있지만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 만약에 도저히 회복이 힘드리라 판단 된다면 손절매를 고려해야한다. 그러나 투자에서 심리적으로 도저히 손실 보면서 청산하지 못 하듯이, 인생에서도 현재 상황에 별 희망도 없이 견디기 힘들어 하면서도 심리적으로 도저히 남보기 창피하여 기존의 자리를 털고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심리는 궁극적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로 이어지기도 한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분야 핵심 인물로서 플래시메모리반도체 공정 혁신에 기여했던 모 부사장이 지난해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보도가 있었다. 서울대 공대 출신으로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삼성전자에 입사하였으며, 삼성전자에서도 지난 2006년 최고의 명예인 '삼성 펠로'에 선정된 경력을 보더라도 상승 가도를 달려온 블루칩 성장주에 해당하는 인물이었다.

그의 정확한 자살 동기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과중한 업무와 조직 내 갈등에 대한 추측이 있었고, 연구개발 부문에서 공장장으로 밀려나는 인사발령이 있었던 것을 보아서 회사 내 위치가 과거에 대비해 내려온 것에 자괴감을 느꼈으리라는 추측도 있었다. 그러나 과거 고점 대비하여 주가가 하락으로 전환한 후에는 고점 대비한 손절매를 하듯이, 삼성전자라는 직장에 대한 손절매를 스스로 하였다면, 즉 회사를 떠났다면 죽음에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기존 주식을 손절매 하면 손실 본 속상한 마음을 달래면서 한동안 쉬다가 다시 새로운 종목에 투자하거나 주식이 아닌 다른 것에 투자를 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속상한 마음을 달래면서 한동안 쉬다가 새로운 직장을 찾거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다른 일을 하면 된다.
 
◆경쟁에서 지는 것이 인생의 패배는 아니다

최근 언론에 가장 많이 나온 기사 중에는 카이스트에서 학생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보도가 있다. 죽음의 원인은 복합적이긴 하지만 지배적인 요소는 흔히 존재한다. 그 지배적인 요소가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만약에 카이스트 시스템 속에서 심리적으로 견디기 힘든 상태가 되었던 것이 지배적인 요소였다면 죽음을 택하느니 차라리 카이스트를 떠나서 또 다른 상위권 대학교로 편입하는 길을 택하면 되었다. 비록 카이스트보다는 마음에 덜 들더라도 죽음과는 비할 수도 없으며, 혹시 전화위복이라도 나타난다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서 졸업한 뒤 카이스트 졸업하는 것보다 먼 미래에 오히려 더 잘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와 같은 생각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경쟁에서 항상 이겨야만 하는 것으로 사고방식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들의 불행은 경쟁에서 뒤쳐진 것이 아니라, 경쟁에서 뒤쳐질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학교와 사회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것이다. 투자에서 수익 내는 방법을 배워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에서 손실 날 때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손절매도 필요함을 알아야하듯이, 경쟁에서도 이기는 것만 배워야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에서 질 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배워야한다.

미래는 융합과학, 융합기술, 융합문화, 융합서비스, 융합비즈니스의 시대로 발전해간다.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협동하여 큰일을 해내는 시대에서는 개인능력이 뛰어난 사람만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개개인의 능력에 앞서서 협동력이 중요하다. 능력이 6이면서 다른 사람과의 협력으로 9의 성과를 내는 사람도 있지만, 능력이 5이면서 다른 사람과의 협력을 통하여 10의 성과를 내는 사람도 있다.

특정 경쟁이나 특정 인간관계에서 힘들어하다가 심지어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기존에 하던 일을 중단하거나 기존 관계를 청산하거나 기존에 있던 곳을 떠나는 손절매를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그 사람을 위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는 인생 전체에 대한 손절매에 해당한다. 차라리 인생의 일부분을 포기하고 다른 부분을 얻어내는 방식의 손절매도 있음을 생각하면 된다. 손절매는 끝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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