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집에 주인 셋, 물딱지 등장에 멱살잡이 일쑤

구룡마을은 지금/ 요상한 딱지거래 실상

 
  • 지영호|조회수 : 1,790|입력 : 2011.05.1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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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마을 입구에 자리잡은 임시 주민자치센터 앞에는 두개의 천막이 있다. 하나는 구청에서 전입신고 대기자들에게 그늘을 만들어주기 위해 설치한 천막이고, 다른 하나는 주민자치회에서 자체 감시단에게 제공하는 천막이다.

주민자치회 천막에는 40~60대 아주머니들 수십명이 주민등록 등재를 하러 오는 마을 주민들을 하나하나 관찰하고 있었다. 한 주민은 "이들이 구룡마을 지구별 반장"이라고 귀띔해줬다.

한집에 주인 셋, 물딱지 등장에 멱살잡이 일쑤
 

구룡마을은 모두 1~9개 지구로 구성됐으며 각 지구당 2~5개 반으로 다시 나뉜다. 반장이 챙기는 구역이 골목 두개 정도다. 실제 거주자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선별능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이들의 존재감은 우연찮은 사건을 통해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어슬렁거리던 기자에게 한 할머니가 손이 떨려 글씨를 못 쓴다며 대신 전입신고서류를 작성해달라고 했다. 기자는 할머니의 주민등록증을 받아들었다. 1937년생으로 주소지는 방배동이었다.

이곳 전입신고서는 일반 전입신고서와는 달리 동과 호수를 적는 란이 인쇄돼 있지 않고 수기로 적혀 있었다. 기자가 동·호수를 묻자 할머니는 주민(회원)증이라고 적힌 코팅이 된 파란색 종이를 꺼내들었다. 직인과 함께 구룡마을 자치회장이 발급한 것이었다. 발행일은 2003년 5월이었다.

 
한집에 주인 셋, 물딱지 등장에 멱살잡이 일쑤


문제는 이후에 일어났다. 주민자치회 천막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들이 몰려와 할머니를 매몰차게 다그치기 시작했다. 할머니의 주민증은 소위 이야기하는 '물딱지'였기 때문. 현재 거주하는지 여부가 중요하지, 주민증은 어떤 증명도 되지 않으니 발급자에게 책임을 물으라며 천막 밖으로 쫓아냈다.

입주권을 얻을 요량으로 주민등록 등재를 하러 온 일명 '출퇴근 주민'이나 '대리거주자'를 내세운 집을 솎아내는 것이 자체 감시단의 역할이다. 주민이 많을수록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엄격한 관리는 이들에겐 신앙과 같다. 마치 성경에서 '노아의 방주'에 탈 동물을 선별하는 노아의 식구들처럼, 아파트를 받게 될 선택받은(?) 주민들을 고르고 있는 셈이다.

이곳에서는 실제 거주 여부를 두고 주민 간 혹은 주민과 외부 거주자 간에 머리채를 휘어잡고 싸우는 사건도 발생했다고 한다. 기자가 주변에 머무르는 동안 고성이 오간 경우도 빈번했다. 이강일 주민자치회 홍보부장은 "벤츠 S클래스가 마을로 들어왔다가 주민들이 지키고 서 있는 것을 보고 꽁무니를 빼더라"면서 "현재 자치회에서 판단하는 출퇴근 거주가구는 100가구, 대리 거주자를 내세운 외부세대는 200가구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자치회는 과거 주민 대표라고 주장하는 단체에서 무분별하게 딱지를 남발해 투기수요를 부추기고 불법 거래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딱지의 가격은 1500만원부터 1억2000만원까지 거래됐다. 7~8장씩 딱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본적이 있다고 했다.

강남구청에는 구룡마을의 한 가구에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세명이나 몰리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사법처리로 일단락 된 듯 했던 구룡마을 딱지거래의 썩은 환부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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