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보다 강한 유혹

에코라이프

 
  • 이경숙|조회수 : 1,817|입력 : 2011.05.1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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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내 입안에 있었다. 한약재를 넣어 폭 삶은 살은 부드럽고 향긋했다. 배와 부추에 버무려진 소스는 고기의 체취를 달콤하게 지워버렸다. 습관의 힘을 얕봤다. 지인들과 얘기하다 무심코 집어먹은 한점의 고기에, 남몰래 시작한 페스코 생활은 그렇게 끝났다.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 Vegetarian)이란 육류는 먹지 않지만 생선, 유제품과 달걀은 먹는 사람을 말한다. 유제품만 먹으면 락토(Lacto), 동물성은 전혀 먹지 않으면 비건 혹은 베전(Vegan)이라고 불린다.

일부 비건은 모피와 가죽옷도 거부한다. 채식주의자로 알려진 영화배우 김효진은 화보 촬영 전에 "모피와 같은 동물가죽 의상은 다른 것으로 대체해 달라"고 요청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기 마니아였던 가수 이효리는 동물보호를 위한 자원봉사를 하다가 페스코가 됐다. 육체파 배우 파멜라 앤더슨, 건장한 몸매의 브래드 피트와 톰 크루즈도 채식주의자다. <배트맨 비긴즈>의 주연배우 크리스찬 베일은 9세부터 채식 원칙을 지켰다.

채식하는 몸짱 스타의 이름들을 보고 있자면 '고기를 먹어야만 근육이 생기는 건 아니다'라는 채식주의자나 의사들의 주장을 반박하기 힘들어진다. 미끈하고 탄탄한 근육이 아름다운, 말들도 풀을 뜯는다.

사람의 소화기관은 육식동물보다 채식동물에 가깝다. 미국의 '책임 있는 의료를 위한 의사회(PCRM)'의 발표자료를 보자. 사람의 소화기관은 몸길이의 10~11배다. 육식동물은 몸길이의 3배, 초식동물은 10배다.

식물섬유를 발효하면서 영양분을 충분히 흡수하기 위해 초식동물의 내장은 길어졌다. 육식동물의 내장이 짧은 건 반대이유다. 고기는 장에 오래 머물수록 부패하면서 독을 뿜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남몰래 채식을 선언한 지 보름만에 돼지보쌈을 집어삼킨 나의 행동을 '본능'의 힘이라고 합리화시키기엔 생물학적으로 민망하다.

심지어 사자 중에서도 채식주의자가 있었다. 미국 히든밸리목장에서 1940년대 9년 동안 사람, 동물과 평화롭게 어울리며 살았던 '리틀타이크(작은 꼬마녀석)'다.

미국 워싱턴주의 한 동물원에 살던 리틀타이크의 어미는 7년 동안 네차례 새끼를 낳았고, 그때마다 새끼를 물어 동물원 철창에 내던져 죽였다. 이유는 아무도 몰랐다. 야생에서든, 동물원에서든 어미 사자들은 환경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껴지면 새끼를 죽이므로.

여하튼 리틀타이크는 사람들 손에 구출됐고 목장 부부의 품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부부는 리틀타이크의 사자 본능을 깨우려 우유에 고기를 섞어 먹이기도 했지만, 피 한방울만 섞여 있어도 그는 먹기를 거부했다.

익힌 곡물, 날달걀, 우유로 끼니를 때우고 긴 풀로 간식을 삼았지만 그는 160킬로그램의 건장한 암사자로 컸다. 리틀타이크는 목장의 평화주의자였다. 당나귀에 턱을 차이고도 용서하고 갓 태어난 병아리를 핥았다. 그의 생애에 수의사들도 경이로움을 표했다.

구제역으로 가축 350만마리가 산 채로 매장되었던 올해 초, 한때 콩고기와 두유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결국 국내산 육류의 빈자리를 차지한 건 수입산 육류였다. 인간의 육식 본능 때문에? 아니, 그보다 강했던 건 육식의 습관이었을 것이다.

본능보다 강한, 인간의 습관이 생태계를 흔든다. 리틀타이크를 닮아야 할 종(種)은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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