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증권사 자문형랩에 도전장

자문형 상품시장에 뛰어든 은행

 
  • 머니S 배현정|입력 : 2011.05.1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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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자산관리시장의 슈퍼스타는 단연 증권사에서 판매한 자문형 랩 어카운트(Wrap Account)다. 펀드와 정기예금에서 이탈한 시중자금을 무섭게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각광 받았다.

이번에는 은행들이 반격에 나설 태세다. 자문형랩과 유사한 성격의 '자문형 특정금전신탁(이하 자문형신탁)'을 들고 본격적으로 자문형 상품시장에 뛰어들어 은행과 증권사 간의 각축전이 예고되고 있다.
 
◆ 이르면 5월 중 자문형신탁 본격 출시
 
국내 은행들이 이르면 5월 중에 자문형신탁을 내놓을 예정이다. 자문형신탁은 은행이 신탁약관을 통해 자문사 연계형 상품을 팔 수 있게 한 것으로, 증권사 자문형랩과 거의 유사하다.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SC제일은행 등 주요 은행들은 최근 은행에서 자문사 연계 상품 판매 허용 등을 담은 '자문형 특정금전신탁 표준약관(계약서)'를 제정했다. 이를 통해 시중은행들이 증권사가 선점한 자문형 상품시장에 뛰어드는 발판을 마련한 것.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등 일부 은행은 이미 지난해 투자자문과 연계한 특정금전신탁을 출시한 바 있으나, 지난해 말 금감원이 별도 약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냄에 따라 대다수 은행은 표준약관이 마련될 때까지 출시를 미뤄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고객과 자문형신탁 계약을 맺을 때 기존 신탁과는 다른 별도의 지침서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남은 것은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의 상품심사다. 금투협 관계자는 "국민은행 신한은행 외환은행 등이 자문형신탁 관련 상품 심사를 받고 있어 이르면 이달 중 상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자문형랩 vs 자문형신탁
 
지난해 일부 은행에서 선보인 자문형신탁은 대부분 고객이 자문사와 계약을 맺으면 은행이 고객 대리인 자격으로 증권사에 주문을 내는 방식이었다. 계약마다 주문을 따로 내야 하는 방식이어서 시스템 오류 발생 등의 문제가 지적돼 왔다.
 
이민석 외환은행 신탁부 차장은 "이번에 선보이는 자문형신탁은 고객과 자문사가 계약을 맺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은행과 자문사가 자문계약을 하는 형태로 자문형랩과 동일한 방식"이라며 "다만 자문형랩보다는 최저 가입 금액이 높고, 여러 자문사보다는 선별된 자문사와의 계약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탁계약 특성상 자문형신탁은 보유자산 명의가 고객이 아닌 은행으로 넘어간다는 점도 자문형랩과 다른 점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문형신탁과 자문형랩은 자문사에서 자문을 받는다는 점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며 "단지 법률상에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문형신탁은 은행 고객의 안정지향적 성향에 맞게 운용을 보수적으로 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민석 차장은 "자문형랩 같이 트렌드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정기예금 이상의 수익을 원하는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라며 "소수 종목을 담은 섹터 유형의 상품은 물론 30종목 이상을 담은 포트폴리오 유형의 자문형 상품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의 경우 고객 1인당 최저 가입금액은 기존 신탁계약의 3억원 이상에서 1억원으로 낮출 예정이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8월부터 판매해 온 '스마트 신탁'은 현재 누적 수탁액 4000억원을 넘어섰다. 임홍권 하나은행 신탁부 팀장은 "기존 자문형신탁은 절대적 수익률을 보수 선정의 기준으로 삼았다면 이번에는 기준지표를 도입해 적용하며, 고객의 재무현황을 운용에 반영하는 점 등이 새롭게 달라지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증권사 자문형랩에 도전장

◆자문형신탁, '랩' 과열 우려 속 약이 될까 독이 될까
 
은행권의 자문형신탁 출시가 본격화하면 자문형시장의 몸집 불리기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금융업계에선 지난 1년여만에 8조원 규모로 비약적으로 성장한 자문형랩시장이 자문형신탁의 본격 출시와 맞물려 향후 15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자문형랩시장을 독점해 온 증권업계는 "밥그릇 빼앗기는 것 아니냐"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의 고객층이 폭넓고 충성도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증권사 자문형랩이 상대적으로 성장률 면에서 고전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과 증권사간 경쟁을 통해 자문형시장이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신긍호 한국투자증권 고객자산운용부장은 "은행의 자문형신탁 본격 출시는 자산관리형 상품이 금융상품의 한축으로 정착된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며 "과거 자문형시장에 대한 정책당국의 우려와 규제가 많았는데 이러한 차원에서 벗어나 하나의 금융상품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기존 자문형시장의 '영역 침범'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이는 긍정적으로는 더욱 자문형 상품 관련 인력이나 인프라 구축에 더욱 신경 쓰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반면 과거 펀드 열풍 때 일어났던 고객의 투자 성향을 고려하지 않은 '불완전 판매' 가능성 및 자문형 상품이 집중 투자하는 소수종목에 대한 쏠림현상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자문형 상품은 주식형펀드와 달리 주식을 원하는 만큼 편입할 수 있고 종목당 투자 한도가 없으며, 투자 종목 수는 평균 10~20종목 안팎이다. 이렇게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자문형랩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이들 종목에 대한 추종매매와 쏠림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대형 주도주의 경우 현재 정상 밸류에이션 수준이라면 은행권의 자문형시장 진입으로 버블단계까지 갈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문제는 이러한 추종매매나 특정종목 쏠림현상은 하락장이 올 경우 투자손실을 급증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문형 상품은 시장보다는 시황을 따라가는 상품"이라며 "시장이 나쁠 때면 시장의 하락보다 더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 또한 "자문형랩과 신탁은 사실상 주식과 현금만 갖고 운용하기 때문에 시장이 하락할 때는 수익률 방어 차원에 그칠 수 있다"며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때일수록 주식편입비율이나 업종별 투자비중 조절 등 유연한 자산관리 능력을 갖춘 금융기관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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