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시세와 학군의 중요성

지난 20년간 아파트 시세 변천사...대치동 13배 올라 최고

 
  • 이건희|조회수 : 4,616|입력 : 2011.06.2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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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아파트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를 투자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말경부터이다. 아파트가 대량으로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아파트에 주거하는 비율이 높게 늘어난 것도 이때부터이다.
 
따라서 2000년대 이후의 아파트 가격 변화만 바라보면서 어떻다고 논하는 것보다는 198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의 아파트 가격 변화를 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아파트시장 전체보다는 개별 아파트 시세의 움직임을 비교하여 볼 때에 시장 변화가 좀 더 체감적으로 와 닿을 수 있다.

이 글에서는 1980년 말 상태 그대로 지금까지 현존하는 아파트 중에서 총 단지 규모가 약 500세대 이상이고 구평형 30평대인 아파트를 서울의 11개구에서 무작위로 하나씩 선택하여 시세 변화를 살펴보겠다(아파트 시세는 부동산뱅크(www.neonet.co.kr)의 과거 시세 데이터의 매매가 중 상한가를 사용했다).
아파트 시세와 학군의 중요성
 
◆인기지역, 시대에 따라 변해

1988년 10월부터 2011년 5월까지의 매매가 상승률은, 조사대상으로 한 아파트 중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선경아파트가 복리로 계산 시 연평균 상승률이 12.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선경아파트는 한보미도맨션(미도아파트), 우성아파트와 함께 대치동 '빅3'라고 불렸다. 이들 아파트에 살면 대청중, 숙명여중고, 단대부중고, 휘문중고, 중대부고, 경기고 등으로 배정이 가능했다.
 
특히 외국어고와 과학고 등 특목고 진학률이 높기로 유명했던 대청중에 들어가려면 빅3에 아파트에 거주해야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선경아파트 이외에 강남권역에 속하는 서초구의 진흥아파트, 송파구의 장미아파트, 서울 서쪽의 블루칩인 목동신시가지 아파트의 매매가도 같은 기간에 비슷하게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최고 인기아파트는 시간에 따라서 변해간다. 88년도에는 위 표에 나온 아파트 중 서빙고동의 신동아아파트가 1억3000만원으로 가장 비쌌고, 대치동의 선경아파트가 1억원, 목동의 아파트가 9000만원이었다. 반면 97년도에는 목동의 아파트가 3억5000만으로 가장 비쌌고 대치동과 서빙고동의 아파트는 3억3000만원이었다. 2004년도에는 대치동의 아파트가 8억3000만원으로 가장 비싼 가격으로 올라섰고, 목동의 아파트는 7억5000만원, 88년도에 가장 가격이 높았던 서빙고동의 아파트는 6억5000만원이 되었다.
 
이렇듯 주택가격 상승기마다 가장 인기 있고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아파트가 변해왔다. 위 표에 열거한 10개 아파트 중에서는 1988년→ 1997년→ 2004년에 서빙고동→ 목동→ 대치동으로 가장 비싼 아파트가 변해왔다. 학군의 중요성이 강화되면서 한강변 쾌적한 동네인 용산구의 서빙고동보다는 강남구의 대치동 쪽에 더 수요가 몰리게 되었다. 2011년 현재에는 도곡동, 반포, 압구정동, 개포동 등으로 인기지역이 다변화돼 있다.

반포에는 주공아파트 단지가 있던 시절의 5층 아파트들이 신형아파트로 재건축이 추진되면서 새로운 부흥기를 맞이하였다. 총 28개동 2444가구의 대단지로 재건축이 완료되어 2009년 7월에 입주가 이루어진 래미안반포퍼스티지에서는 전용면적 85m2 인 아파트가 올해 4월에 15억3500만원에 실거래 되었다. 현재 호가는 16억원대로 나와 있듯이 강남권에서 최고 수준의 시세를 나타내고 있다. 투기에 의한 거품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전세가격이 8억원에 형성되기 때문에 그만한 가격에 실수요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에서 평범한 아파트 2채를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을 지불하면서 내집도 아닌 남의 집에 전세로 사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는 수단으로서 어떤 브랜드의 차를 가지고 다니는 것처럼 특정 단지에 사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그 단지에 전세로 사는 부부 중 필자가 아는 어떤 집은 부부 합하여 연수입이 몇억이 되므로, 투자효과가 전혀 없는 전세보증금으로 8억원을 기꺼이 지불한다고 여겨진다.
 
서울 서부지역에서는 학원가가 잘 발달한 목동신시가지 단지에 대한 주거 수요가 크게 늘어나 강남권에 맞먹는 시세를 나타내게 되었다. 14개 단지에 달하면서 도시 규모를 이루는 목동신시가지의 아파트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던 초창기에는 강남에만 시선이 고정되어있는 사람들이 이 지역을 폄하했었다. 그러나 서울 서쪽지역에 일터가 있기 때문에 강남에서 출퇴근하기에는 불편한 사람들과 인천지역과 여의도에 근무하는 엘리트층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하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주거민의 수준이 올라가게 되었다. 그에 따라 학군도 자연스레 좋아지기 시작했고 대단지의 학부모 수요층이 두터워지면서 학원가가 잘 형성되어 강남권 버금가는 시세로까지 올라서게 되었던 것이다.

아파트 시세와 학군의 중요성

 
◆현재 인기지역, 미래에는 바뀐다

훨씬 더 이전인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가장 인기 있으면서 최고 가격에 매매되던 아파트가 지금과는 다른 배경 하에 반포동, 여의도, 압구정동 등의 아파트였던 시기도 있었다.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생겨나기 이전인 60년대나 그 이전으로 더욱 거슬러 올라간다면 서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최고급 주택가는 성북동, 혜화동, 북아현동, 한남동, 장충동 근처였다.
 
당대 최고 부잣집들과 권력가, 재벌회장 집들은 대부분 이런 동네에 있었다. 물론 여전히 한남동에 삼성그룹의 이건희회장 자택이 있듯이 재벌회장 집들 중 일부는 아직도 이런 동네에 있다. 그러나 부호들 상당수는 신흥 인기주거지역으로 이전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이렇듯 최고의 인기 주거지역도 시대에 따라서 변해가므로 과거 어떤 시기에 가장 가격 상승률이 높았다고 해서 미래에도 반드시 그러리라고 예상할 수는 없다.
 
비인기지역인 동대문구의 청량리동에 소재한 미주아파트가 1980년대 최고 가격대를 기록하던 서빙고동의 신동아아파트와 거의 비슷한 상승률을 나타낸 점도 눈에 들어온다. 두 아파트의 절대 가격차는 크지만 상승률은 비슷한 이유가, 미주아파트는 지하철 1호선의 일부 차량이 출발하는 청량리역과 기차역인 청량리역이 바로 앞에 위치해 있으면서 서울 동쪽으로 나가는 길목일 뿐더러 주변에 롯데백화점, 경동시장 등 편의시설이 많아서 주거의 편리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형아파트로 재건축시에는 강남권처럼 학군의 이점은 없어도 대중교통수단이 편리하고 생활편의성이 높은 이점을 바탕으로 하는 실주거가치에 의한 시세가 예상된다. 오래전에는 서울 동쪽에 드물게 소재하는 대단지 아파트였기 때문에 이 근처에 일터가 있는 엘리트층과 부유층이 살다가 훗날 강남권으로 옮겨간 사례가 많았듯이 전통은 있는 곳이다.
 
아파트 가격의 상승률은 기준 시점에 따라서 크게 달라진다. 대치동 선경아파트의 1988년 10월 대비한 2011년 5월의 가격은 13.5배에 달하지만, 비교 기준시점을 2년 반 뒤인 1991년 4월로 삼으면 4.35배로 크게 줄어든다. 연평균 상승률도 12.1%로부터 7.6%로 크게 줄어든다. 이는 1988년 10월부터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가다가 1991년 초에 고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강남권의 다른 인기 아파트도 시기별로 이와 비슷한 상승률을 나타내었다.

비강남권의 일반 아파트는 1988년 10월 대비한 2011년 5월 가격이 대략 4~5배 수준으로서 연평균 상승률은 7% 근처이며, 1991년 4월 대비한 2011년 5월 가격은 2배 내외로서 연평균 상승률은 2~3%대에 불과하다. 투자가치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투자대상에 따라서 수익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을 뿐더러, 어떤 아파트이던지 구입시점에 따라서도 수익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장기적으로 오르는 것이라도 고점 근처의 가격에서 구입한 뒤 조정기간을 거치게 되면 장기수익률이 크게 훼손된다는 점에 유의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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