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역군에서 황금알 캐는 21C 노마드로 재기

다시 뛰는 종합상사/ 굴곡의 변천사

 
  • 이광용|조회수 : 2,610|입력 : 2011.06.2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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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에서 화려한 백조로….

종합상사들의 변신이 눈부시다. 침체기를 거치며 ‘수출 날개’를 접었던 종합상사들이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부활의 날개를 ‘자원개발’로 바꿔 단 것이 주목된다.

종합상사는 성장과 쇠퇴를 번복한 한국 특유의 업종이다. 1970~80년대엔 ‘수출 한국’의 첨병이었다. 전체 수출의 50% 이상을 책임질 정도였지만, 정부 정책의 변화에 따라 양지와 음지를 들락거렸다.

당시 ‘꿈의 직장’으로 군림하며 잘 나가던 종합상사는 1990년대 후반 위기에 직면했다. 개별 제조업체들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한 것이 큰 타격이었다. 수출업무가 줄면서 종합상사들은 2000년대엔 존재의 가치마저 상실하는 듯했다. 2009년엔 전체 수출에서 국내 종합상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4.26%로 떨어졌다. 종합상사 지정 제도가 도입된 1975년 이후 역대 최저점이었다.

그렇게 인고의 세월을 지나면서 내공을 다졌던 종합상사들이 환골탈태에 성공해 다시 힘차게 도약하고 있다. 워크아웃 위기 속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한편 과거의 수출대행 관행을 벗어나 해외 자원개발 등 비즈니스 모델을 진화시킨 결과다. 그 같은 변신은 종합상사를 대기업이 탐내는 인수희망 기업으로 바꿔놓았다. 현대종합상사, GS글로벌, 대우인터내셔널 등이 새 주인을 만나 모기업에 시너지를 주는 중추 계열사로 올라섰다.

종합상사의 방대한 해외 무역 네트워크는 세계시장 확대를 노리는 대기업들의 입맛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30여년 닦아놓은 해외시장 개척 경험과 인적 인프라는 종합상사만의 경쟁력이다. 이를 원동력 삼아 종합상사들은 최근 세계 에너지시장을 개척하는 선봉장으로 나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형 유전 개발, 광물 탐사, 신재생에너지, 플랜트 등 다각적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수출역군에서 황금알 캐는 21C 노마드로 재기

◆‘수출 역군’서 천덕꾸러기로…굴곡의 변천사

1975년 수출 100억달러 달성. 당시로썬 놀라운 성과를 냈던 ‘수출 한국’의 최일선엔 종합상사가 있었다. 1970년대 정부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 일환으로 도입돼 수출증대에 중추적 역할을 했던 것이 바로 종합상사다. 국내에 종합무역상사 제도가 생긴 것은 1975년이다. 전년도 국내 수출 실적의 2%, 해외지사 10개, 수출국가 10개, 자본금 10억원, 연간 수출액 5000만달러 등을 넘어야 종합상사로 지정될 수 있었다. 삼성물산을 필두로 10여개의 종합상사가 탄생했다.

종합상사 도입의 계기는 1973년 오일쇼크였다.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한국의 수출은 1차 석유위기에 따른 세계시장의 보호주의 장벽에 막혔다. 위기의식을 느낀 정부는 기존에 검토했던 일본식의 수출종합상사를 도입키로 하고 한국형 종합무역상사 제도를 만들었다. 도입 초기 정부는 원자재·시설재에 대한 세제감면, 외자도입 허용, 수출금융 등을 지원해 재벌기업의 참여를 유도했다.

삼성물산, 대우실업, 현대종합상사, 선경 등 한국경제를 대표하던 종합무역상사의 전성시대는 그렇게 시작됐다. 종합상사는 당시 ‘수출입국’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침체된 세계경제 속에서 만들어진 보호무역 장벽을 뚫고 시장을 개척해 연평균 10%대의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국가경제가 어려울 때 종합상사 사장들을 불러 자문을 구했고, 대학 졸업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으로 종합상사가 꼽힐 정도였다.

종합상사가 30여년 축적한 해외시장 개척 노하우는 국가적 자산이다. 수천수백의 해외 거점과 인력을 바탕으로 한 네트워크는 고급 시장정보를 확보하고 수출 제품의 다발적 마케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종합상사가 갖고 있는 고위험․고수익 프로젝트 수행 능력은 개벌 제조업체가 단독으로 해결하기 힘든 것이어서 기업간 업무제휴가 필요한 복합거래에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종합상사의 자리는 좁아졌다. 해외 영업망을 갖춘 제조업체들이 직접 수출에 나서면서 쇠락의 바닥으로 떨어졌다. IMF 외환위기가 겹치면서 ㈜대우 등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국내 종합상사들은 2000년대 들어서도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전체 수출 중에서 51%를 차지했던 99년을 정점으로 국내 7대 종합상사의 수출 비중은 매년 하락해 2007년 5.71%, 2008년 6.58%, 2009년 4.26%까지 바닥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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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시장 등 사업 다각화 ‘화려한 부활’

IMF 이후 고통을 겪었던 종합상사는 위기 속에서 ‘화려한 부활’을 꿈꿨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겪는 속에서 종합상사 고유의 경쟁력을 새로운 사업모델에 적용하는 시험을 꾸준히 치렀다.
바닥에서 일어난 종합상사들은 최근 옛 영화를 다시 찾은 듯 세계 에너지시장을 호령하며 속속 재기하고 있다. 대기업 제조업체들은 해외 네트워크 시너지를 노리고 종합상사에 구애의 손길을 내밀었다. ㈜쌍용이 GS그룹에, 현대종합상사가 현대중공업에 2009년 각각 인수됐다. 포스코는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해 자원개발과 철강 원재료 조달에 시너지를 얻게 됐다.

체력이 튼실해진 종합상사들은 해외 자원개발사업 등을 중심으로 모기업과의 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수십년 축적한 해외 네트워크와 정보력을 광물탐사, 유전개발, 플랜트 사업 등에 적용해 실적을 올리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 성과는 이미 매출 상승으로 검증됐다. 국내 4대 종합상사의 매출은 2009년 22조9163억원에서 2010년 31조7815억원으로 급증했다. 올 1분기 현대종합상사는 작년 동기보다 80% 증가한 1조262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과거의 단순한 ‘트레이딩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끊임없는 사업 포트폴리오 변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체계를 구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8조4000억원을 투자해 2020년에는 매출 65조원을 달성, 세계 10위권 종합상사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자원개발 투자비가 5조3530억원에 달하는 것이 눈에 띈다.

SK네트웍스는 철광석·석탄 위주의 자원개발사업 활성화로 해외시장을 넓히고 있다. 6대 신성장축 가운데 두 자리를 철광석과 석탄사업에 내준 것에서 나타나듯 SK네트웍스에 있어 자원개발의 중요성은 지대하다. 지난해 브라질의 대표적인 철광석 업체인 MMX사에 7억달러를 투자하는 프로젝트를 성사시켰고, 지난 2월 SK에너지로부터 석탄광물사업을 인수해 성장기반도 넓혔다.

삼성물산은 에너지·환경-자원 분야를 미래 신수종사업으로 분류하고 신재생에너지과 해외 광물자원 개발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 등 태양광·풍력 발전사업 추진을 위해 그린에너지사업부를 ‘사업본부’ 체제로 확대 개편했다. 올해엔 칠레 등에서의 리튬 개발사업과 남미, 아프리카, 러시아에서 니켈, 코발트, 유연탄 등의 자원개발사업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현대종합상사는 지난 4월 현대중공업그룹 차원에서 현대자원개발㈜를 설립했다. 이는 자원개발 사업 활성화와 본격적인 신규투자 확대를 의미한다. 21년 만에 고 정주영 창업주의 유지를 잇는 회사가 부활했다는 상징성도 갖는다. 이에 따라 자원개발 수익과 관련 원자재 거래, 부가사업 활성화 등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현대종합상사는 예상하고 있다. 현대종합상사는 석유·가스 개발사업으로 오만LNG, 카타르 라스라판 LNG, 베트남 11-2광구 등에 참여하고 있다. 석탄·광물 분야에서는 호주 드레이톤 유연탄광 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2010년 암바토비 니켈광산에 참여해 전략광종 중심의 광물자원 분야 개발도 확대하고 있다.

LG상사는 자원개발사업과 신사업·신시장 개척을 통한 미래성장동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추진 중인 자원개발 프로젝트가 21개로 국내 최대 규모다. 석탄, 석유, 가스, 동, 아연, 우라늄, 희귀금속 등 다양한 종류의 자원을 확보하며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를 입고 있다.

GS글로벌은 철강 중심에서 석유화학, 석유제품, 신규 산업원자재 등으로 취급 품목을 확대할 방침이다. 자원개발 분야에서는 인도네시아 등 유연탄 광구 투자 모색과 Bio-mass, Bio-diesel 등 그룹내 수요 기반이 있는 품목 중심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등에 투자를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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