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갑' 백화점 눈치보느라 입점업체는 '속울음'

백화점 불공정 횡포/ 입점업체 냉가슴 들여다보니

 
  • 이정흔|조회수 : 1,909|입력 : 2011.06.29 09:33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1. “백화점에서 수수료율 높인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갑과 을인데 을이 ‘수수료 올렸으니까 우리 이렇게 해주시오’라고 감히 요구할 수가 있겠어요?”

#2. “주변에 보면 1+1 개념으로, 명동같이 매출 잘 나오는데 입점 하려면 지방 같이 매출이 안 나오거나 신규 입점하는데도 매장을 같이 내라는 식이에요. 수익성이 확실히 않은 지점에라도 들어갈 수밖에 없죠."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발표한 ‘백화점 입점업체 실태조사’에는 백화점에 대한 입점업체들의 절절한 하소연(?)이 담겨있다.
 
백화점 입점기업 300개를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 따르면 현재 백화점 평균 판매 수수료율만 하더라도 29.3%. 최고 수수료율 38%까지 적용된 업체도 있었다. 더욱 문제는 이들 중 54.7%의 업체가 해마다 수수료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답한 것이다. 높은 수수료율뿐만이 아니다. 백화점의 판촉 및 세일행사에 참여를 강요당했다(48.3%)거나 해외 명품 브랜드와 비교해 불리한 위치를 지정했다(39%)는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입점업체에 대한 ‘슈퍼 갑’ 백화점의 횡포가 어느 정도인지, 백화점 입점업체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실상을 들어봤다.
'슈퍼갑' 백화점 눈치보느라 입점업체는 '속울음'
 
◆ “매장 뺀다” 한마디면 ‘벌벌’ 
 
“이거 절대 신분 노출 되는 거 아니죠? 저 진짜로 잘려요.” 어렵게 만난 한 입점업체 관계자 C씨. 10년이 넘게 백화점에서 근무하며 현재 유명 스포츠브랜드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는 그는  ‘가명 처리’를 신신당부했다.
 
사실 그와 인터뷰를 하기 전 인터뷰를 요청한 입점업체마다 돌아온 답변은 약속한 듯 똑같았다. “고질적인 문제라 우리도 얘기하고 싶지만 당장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앞에 나서 얘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 공정위 관계자 역시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부당행위와 관련해 백화점에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등을 부과할 수 있지만, 납품업체들이 신고도 잘 안하고 조사 협조도 안 되는 편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백화점과 맞서는 대신 ‘밥벌이’를 포기해야 하는 업체들의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반응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도 C씨는 각오하고 나왔다는 듯 많은 얘기를 쏟아냈다. 그가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백화점마다 1년에 1~2번씩 시행된다는 매장 MD개편 문제였다.
 
“지금이 딱 여름 개편을 앞두고 업체들마다 긴장하고 있는 시기”라고 운을 뗀 그는 “백화점 측에서 각 업체의 매출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를 평가해 매장 위치를 재조정하거나 철수를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백화점에서는 매출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며 “그런데 매장 위치 등에 따라 매출이 달라진다. A급 자리와 B급 자리는 4~5배까지 차이 난다. 입점 업체가 개편에 신경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조사 결과에도 언급된 ‘상품권 강매’ ‘일방적인 거래가 인하 요구’ ‘인수 분실상품의 책임전가’ 등 백화점의 무리한 요구에도 순순히 응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설명이다. 
 
“백화점 직원들 입에 달고 사는 말이 ‘매장 뺀다’에요. 업체들 매니저 쉬는 시간까지 사소한 거 하나하나가 다 평가 대상인데, 백화점 말을 안 들을 수가 있나요. 10년 전과 비교해 상품권 강매 등이 줄긴 했지만 사라진 건 아니죠. 가격 인하 요구 등은 비일비재하고요.” 
 
C씨의 소개로 전화 인터뷰를 하게 된 또 다른 관계자 B씨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B씨는 현재 백화점에서 의류브랜드 매장을 운영 중이라고 했다.
 
그는 만약 백화점카드 할당량을 못 채우거나 해서 눈 밖에 나면 당장 매대 행사자리부터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한다. 보통 백화점 복도 등에 의류 브랜드 등을 모아 놓고 1만~2만원 특가에 판매하는 이벤트가 매출을 올리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그는 "이런 이벤트에 한번 빠지면 당장 매출이 떨어지고, 그게 또 MD개편까지 이어지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B씨는 "개편 기준 자체도 불투명하다. 업체들로서는 왜 매출도 안 좋은 매장이 몇 년째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건지 손님도 많고 장사 잘하던 업체가 직원 근무 태도가 안좋다며 하루아침에 철수되는 건지 이해 안 될 때가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결과에 항의를 해도 백화점 협조도 등을 이유로 들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직원관리도, 이벤트도 백화점 마음대로?
 
C씨는 “제품 판매나 영업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업체의 관리를 받는 것이 맞지만, 실제로는 직원관리까지 백화점이 개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한다. 현재 백화점 판매사원의 경우 브랜드업체에서 고용한 뒤 백화점에 파견 근무를 나가있는 형태다.
 
그는 “백화점이 직원 교체를 바라는데 업체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매장이 철수될 수 있다고 말한다”며 “반대로 백화점 측에서 원하는 매니저를 업체 측에 고용하도록 하는 경우도 본 적 있다. 실상 직원 관리를 백화점에서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전했다.
 
이벤트와 관련해서도 잡음이 많다. 입점업체 입장에서는 내키지 않는 세일행사에 참여를 강요 받는 것 외에도 입점업체 측에 과다하게 비용 부담을 전가하는 경우다. B씨는 “공식적으로는 이벤트 비용을 5대 5부담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업체가 부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보통 이벤트 한번 하면 20만~50만원 정도씩 부담하는 것 같아요. 사실 업체 하나로 따지면 많은 비용은 아닌데 몇군데 업체가 모인다고 하면 액수가 크잖아요. 백화점도 그만큼 부담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저희 입장에서는 이 비용 외에 ‘이벤트 상품 협찬’을 따로 요구 받거든요.”
 
C씨는 “입점업체들이 독립사업자라고 하지만 백화점의 서비스 관리를 명목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며 “설혹 한 지점 내에서 매출이 좋아 이벤트 참여를 거부하는 등 큰소리 친다고 하더라도, 다른 지역의 지점까지 생각하면 어찌 됐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슈퍼갑' 백화점 눈치보느라 입점업체는 '속울음'

 
백화점 “수수료 부당하면 거래하지 말라”

백화점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이번 조사가 발표된 후 백화점협회 측은 “전체 2000개업체 중 300개의 대표성도 문제지만, 입점업체의 입장만을 담은 과장된 결과”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나 어찌 됐든 ‘상생’을 외치고 있는 백화점들로서는 파트너들의 목소리를 직접 담은 이번 조사 결과를 무시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그래서 물어봤다. 입점업체들의 이 같은 ‘하소연(?)’에 대한 이들의 답은 무엇일까.
 
-조사 결과 30%를 웃도는 판매 수수료율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혀 사실과 다르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발표한 것은 판매수수료율이 아닌 매출총이익(매출액에서 원가를 뺀 나머지 이익률)으로 계산한 것이다. 백화점에서 받는 판매 대행 수수료는 현재 25~26% 정도다. 수수료율이 매년 인상되고 있다고 하지만 올해 백화점마다 수수료율을 동결했다. 수수료율이 부당하게 높다면 백화점과 거래하지 않으면 된다. 업체들도 이익이 있으니까 백화점에 들어와 놓고, 수수료율이 높다는 건 감정적 판단이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백화점 MD 개편의 기준이 불투명해서 백화점의 요구에 순종하지 않으면 매출이 불리한 위치로 자리가 변경된다고 하더라.
▶기준은 불투명하지 않다. 매출액을 중심으로 객관적으로 평가하지만 입점업체들이 말한 것처럼 백화점 협조도나 직원의 근무태도 등은 평가하지 않는다. 브랜드의 미래 잠재력이라든지, 평효율(1평을 기준으로 한 매출액)을 따진다. 백화점에 입점할 수 있는 업체의 수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업체들에 입점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경쟁력이 없는 업체의 매장 철수는 불가피하다. 매장 위치에 따라 매출이 영향을 받는다는 건 과장이다. 정말로 제품에 경쟁력이 있다면 위치에 상관없이 소비자가 알아서 찾아간다.
 
-이벤트 참여를 강요한다든지, 행사 비용을 업체 측에 전가하는 경우가 있나?
▶백화점 행사는 두가지다. 5대 5로 부담하는 것과 백화점에서 100% 투자하는 것이다. 현재는 전자의 경우를 축소하고 있다. 입점업체에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 법률상 그럴 수 없다.
 
-입점업체 직원 관리나 서비스와 관련한 부분은 어디까지 개입하나?
▶독립사업자기 때문에 관여할 이유가 없다. 다만 백화점의 전체적인 서비스 품질과 관련해, 평가를 거쳐 문제 있는 직원의 경우 교체를 요구하기도 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장 위치 변경에 따른 인테리어 비용 등을 업체에서 부담하거나, 신규 매장 입점과 관련해 부담을 주는 경우도 있다는데.
▶이번 조사 때문이 아니라 백화점마다 올 초부터 상생을 위해 꾸준히 노력 중이다. 실제로 1년 미만 내 매장 위치를 옮기게 되면 인테리어 비용을 백화점에서 전액 지원해준다. 명동처럼 중심지에 위치한 지점의 경우 입점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타 지점과 함께 매장 입점을 권유하는 경우는 있다. 전체 브랜드 균형 등을 따져 권유한다. 강요는 없다.
 

  • 0%
  • 0%
  • 코스피 : 3125.30하락 15.2114:43 09/23
  • 코스닥 : 1040.36하락 5.7614:43 09/23
  • 원달러 : 1178.20상승 3.214:43 09/23
  • 두바이유 : 76.19상승 1.8314:43 09/23
  • 금 : 73.30상승 0.414:43 09/23
  • [머니S포토] 전기요금, 8년만에 전격 인상
  • [머니S포토] '가을날씨 출근길'
  • [머니S포토] 추석명절 연휴 앞둔 서울역
  • [머니S포토] 오세훈 시장 '전통시장에서 키오스크로 구매 가능'
  • [머니S포토] 전기요금, 8년만에 전격 인상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