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하자는 대로 하는 이유…"찍히면 입점도 못해"

백화점 불공정 횡포/ 개선방안은

 
  • 머니S 이광용|조회수 : 2,359|입력 : 2011.07.0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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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의 매출점유율로 무소불위의 ‘불공정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대형 백화점들. 각종 실태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불공정거래 관행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정부는 매년 이들 기업에 ‘공정의 잣대’를 들이대지만 ‘공염불’에 그치곤 한다. 국회 차원에서 이를 해소할 입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법안을 다듬는 과정에서 칼날이 무뎌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도 적잖다.

입점업체 81%가 백화점 판매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답할 정도인데도 불공정 악습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독과점적 시장구조가 백화점들의 불공정행위를 부추기는 데다, 감독당국의 솜방망이 규제가 정부의 상생 방침에 역행하는 이들 기업을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꼬집는다. 중소기업연구원 김익성 박사와 중소기업중앙회 강삼중 소상공인지원실장의 의견을 통해 국내 대형 백화점의 불공정거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짚어봤다.

◆솜방망이 규제가 독과점구조 방치

“심판 없는 링에서 성인이 초등학생을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는 불공정 구조다.”
“반칙을 해도 범칙금이 이익금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기 때문에 꿈쩍도 않는다.”

국내 ‘빅3 백화점’의 우월적 독과점 불공정거래행위 구태에 얽힌 웃지 못할 비유다. 기권하고 싶어도 한번 링을 떠나면 영원한 퇴출, 복귀는 불가능에 가깝다. 매출액의 수만분의 1에 불과한 과징금, 그야말로 ‘껌값’이니 부담이 적다는 얘기다. 김익성 박사와 강삼중 실장은 국내 대형 백화점에 쏟아지는 불공정거래의 심각성을 각각 이렇게 진단했다.

시장이 개방된 1996년 이후 국내 유통업계는 대형화의 길을 걸으며 급성장했다. 백화점에서 대형마트, 아울렛, TV홈쇼핑, 인터넷쇼핑몰, 편의점, 심지어 동네 슈퍼에 이르기까지 대형 유통그룹이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힘을 쌓은 대형 백화점의 거래상 우월적 지위는 유통업계의 양극화를 가속화시켰다. 대-중소기업의 교섭력에 불균형이 심화됐고, 공정치 못한 거래행위가 잦아졌다.

자유로운 시장원리가 발휘되기 어려운 수직적 거래구조는 각종 부작용을 만들었다. 백화점 입점업체들은 ‘갑’의 위치에 있는 대기업으로부터 수수료 인상, 인테리어 비용 전가, 광고비용 부담, 과다한 판촉비 징수, 서면계약서 미교부, 판촉사원 파견 압력, 상품권 강매 등의 부당한 압력을 받았다는 고백을 쏟아내고 있다.

고충이 심각했을 텐데도 대놓고 성토하지 못하는 이유는 독과점 구조 때문이다. 김익성 박사는 “중소 입점업체들 입장에선 백화점에 한번 찍히면 대형마트에도 입점을 할 수가 없는 구조다. 백화점은 물론 동네 구멍가게까지 소매 유통채널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의 눈 밖에 날 경우 그나마도 들어갈 데가 없을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쉬쉬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강삼중 실장은 “입점업체 입장에선 살인적인 수준의 수수료에 인테리어, 판촉비용 등까지 포함하면 매출액의 55%까지 백화점이 가져가는 경우도 있지만 입점업체가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병풍 뒤’에서 익명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 고작이라는 것이다.

백화점 하자는 대로 하는 이유…"찍히면 입점도 못해"

 
불공정행위를 잉태하는 이같은 거래구조는 중소 입점업체의 수익구조를 악화시켜 기술투자를 지속하기 어렵게 만들도 이들 제품의 시장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김익성 박사는 지적한다. 특히 선진국의 글로벌 브랜드 파워와 중국 등의 저가격 정책은 백화점 입점업체들의 제품경쟁 입지를 더욱 축소시켜 국내 중소기업들은 이중의 판매애로를 겪고 있다.

대형 백화점들의 고질적인 불공정 행위를 제어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정부의 감시기능이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한계로 지목된다. “과징금 액수가 극히 적어 현실적으로 불공정행위를 근절하는 데는 역부족”이라고 강삼중 실장은 진단했다. 국내 백화점 유통채널의 전체 매출액 24조원 중 20조원 이상을 빅3가 과점하는 상태인데도 과징금은 최대 2억원에 그쳐 말 그대로 ‘솜방망이’에 불과하다.

정부가 2005년 도입한 신고포상금제도 역시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결과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신고 포상은 단 4건에 불과했다. 김익성 박사는 “신고포상금제는 백화점에 당하고 나온 업체나 이용할 수 있는 제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신고하는 업체가 없으니 잘 걸리지 않고, 불공정거래가 걸린다고 해도 유통그룹들은 눈 깜빡도 안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도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할 경우 부당하다는 판결이 났을 때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과징금을 때릴 수 있는데 신고하는 업체가 거의 없어 적발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판매수수료 현실화 시급

중소기업 단체와 전문가들은 대형 백화점들이 주장하는 시장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불평등 관계인 백화점과 입점업체를 시장의 자율에 맡기라고 주장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강삼중 실장은 “공정한 거래환경이 보장되지 않는 과점 구조 하에서 시장논리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핵심은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투명하고 윤리적인 운영을 통해 깨끗한 경제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규제 강화를 주문한다. 신고포상제 강화, 신고센터 가동, 징벌적 피해배상, 판매수수료율 제한, 해외 명품브랜드와의 역차별 금지, 백화점별 종합성과평가제 도입 등이 개선 방안으로 떠오른다.

그 가운데 핵심은 판매수수료율 조정이다. 백화점 임의로 높이지 못하도록 수수료율에 자물쇠를 채워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시장기능이 통하지 않는 독과점 구조이기 때문에 이자상한제, 분양가상한제 등과 같이 수수료율에 상한선을 두거나 평균 수수료율을 일괄적으로 낮춰 공정위가 고시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김익성 박사는 ‘적정수수료조정협의회’ 구성을 개선방안으로 제안했다. 건설업계에서 적용하고 있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근거를 그대로 대입해도 무방하다는 의견이다. 그는 “35~40% 수준인 백화점 판매수수료율은 과점적 유통구조와 그에 기반한 거래상 우월적 지위의 산물이므로 별도의 규제 도입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수수료율 인하의 근거로는 백화점의 당기순이익이 외국은 1~3%대이지만 국내는 2008년 기준 7.83%로 과도하다는 점을 든다. 김 박사는 별도의 규제법률을 제정하는 것보다는 공정위 고시 또는 기준 형식으로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강삼중 실장은 판매수수료 상한제를 대안으로 꼽았다. 공청회 과정 등을 적정 수수료 정착을 위한 장치를 공정거래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가, 금리, 시장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정위가 적정선을 고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추천했다. 다만 그는 “사회적 합의 과정이 중요하다. 이자한제나 SSM법 도입 때처럼 시급하고 절실한 규제는 도입한 사례가 있고, 공정위도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백화점 판매수수료율 수준을 6월 중 공개할 예정이어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국회의 대규모소매업법 입법 여부가 주목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작년 12월에 표준계약서가 발표돼 보급 확대에 노력하고 있고, 국회에서 관련 법률이 계류 중이기 때문에 백화점들이 불공정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법이 올 하반기 제정되면 예방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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